까치는 혓바닥이 헐고 꼬리가 빠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볏짚을 물어다 집을 짓는다. 모진 고생끝에 지은 집도 1년만 살다가 미련없이 버리는 집이 까치 집이다. 강남 갔다온 제비가 힘겹게 흙을 물어다 처마에 지은 집도 6개월만 살다가 떠나는 것이 제비 집이다.

대통령은 집무실이 청와대이건 국방부이건 5년만 살다 떠나는 세입자다. 세입자가 집을 통째로 바꾸고 마음대로 이사하겠다고 해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이미 권력의 바람개비가 당선인을 향하면서 퇴로가 급한 문 정권은 백기를 들었다. 360억원 규모의 집무실 용산 이전비용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용산시대는 기정사실화됐다.

국방부가 합참자리로 가고 합참은 남태령으로 가면서 예하부대도 줄줄이 옮겨야 한다. 북한 김여정이 핵공격까지 떠벌리는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집무실 이전이 화급을 다투는지 시정 여론이 시끌시끌하다.

국정은 현실이다.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때로는 속도를 조절하고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 정권 실패의 씨앗은 통치자의 독선에서 뿌려진다. 흉보면서 닮는다고 문 정권의 독선과 아집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섬산련 회장단 골프회동서 찬사

본질문제로 들어가 벚꽃이 장관이 지난 8일 안양골프장에서 섬유산업연합회장단 골프 모임이 있었다. 이상운 회장을 비롯한 섬유패션 협·단체장과 업계 중진 16명이 라운딩을 하며 업계 현안을 협의하는 소통과 화합의 한마당이었다. 요즘은 많은 협·단체와 업계 회의가 거의 골프모임을 통해 성원이 돼 주요 현안을 다루는 모임이 보편화된 추세다. 2020년 8월에 취임한 이상운 회장 체제에서 2~3개월만에 열리는 섬산련 회장단 회의가 골프모임을 병행하고 있어 참석률이 매우 높아졌다.

이날 골프모임이 끝나고 시작된 본 회의 주제는 섬산련이 주도해 지난 4일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한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서’였다. 경천동지할 새로운 지원책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각 업종별 단체에서 건의해온 다양한 현안을 집대성해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에 제출한 내용이다.

이미 본지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디지털, 친환경 등을 키워드로 세계 섬유패션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춰 예산확보, 규제완화 등 다양한 정책지원 요청이다. 현재 진행중인 5900억 규모의 중장기 R&D 지원 사업의 본 예타 통과를 지원해달라고 한 것이다.

또 섬유산업이 뿌리산업에 포함되지 못한 정책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바로잡아 지정해줄 것과 국산소재 확대, 친환경 섬유패션 활성화 등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또 패션테크 클러스터 조성 등 섬유패션산업의 외연확장 및 지속가능한 업계의 요구사항을 함께 담았다. 구체적으로 국방섬유 국산화 확대와 공공기관의 국산섬유 구매 확대 등 국내 섬유산업의 안정 성장책을 폭넓게 포함시켰다. 산업현장에 돈보다 더 급한 인력난 해소방안으로 외국인력 도입 확대와 신규 고용 허용인원 폐지도 포함시켰다.

여기에 중소 제조업의 공통상황인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과 탄력적·선택적 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도 담았다. 업종별 협·단체가 반복해 건의한 모든 업계 현안 해결책을 수렴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대선 당시 대구 섬산련이 외롭게 추진하던 이른바 빅프로젝트도 섬산련의 창구로 일원화했다. 당시에는 강 건너 불구경하던 태도에서 적극개입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아무튼 이날 섬산련 회장단 골프회동은 모처럼 섬산련이 발빠르게 대통령 인수위에 건의한 순발력과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무너지고 망가져도 꿈쩍않던 섬산련의 달라진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역시 어려운 산업일수록 지도자들이 자주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페이퍼 몇장의 건의서나 탄원으로 이루어지는 요술은 없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에 섬유산업의 중요성과 성장동력을 깊이 각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관리들 사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下山길에 들어선 섬유산업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정권이 바껴도 직업관료들 사이에 사고전환이 쉽지 않다.

적어도 주무부터 핵심관리들이 섬유패션산업의 진면목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책으로 지원하도록 설득하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때로는 정치권을 동원하고 앞장세워 이번 정책 제언서가 제대로 채택되고 시행되도록 업계와 단체가 전면에 동참해야 한다. 모든 것을 섬산련 혼자 해결할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다행히 섬유패션업계 지도자나 성공한 기업인 등 활용가능한 인맥이 도처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윤석열 당선자의 일등공신인 대구의 섬유업계 중진과 지도자들은 더욱 폭넓은 인맥과 지원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섬유단체나 업계의 숨은 인재들의 광폭행보도 기대된다.

단체 본산 섬산련 종가 역할 기대

힘있는 경제단체와의 공조도 재정립해야 한다. 전체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인 섬유산업을 중소기업중앙회가 우호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6일 문승욱 산업부 장관 주재 뿌리산업 관련업계 간담회에서도 문 장관에게 대놓고 정부의 섬유산업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뿌리산업 지정에도 적극 지원을 표명하는 등 100만 원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섬산련에서 섬유·패션 협단체 힘으로는 어렵거나 부치다면 중기중앙회와 적극 공조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또 하나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의 본산이자 종가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다. 반면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산지는 대구다. 여기에 경기북부와 부산, 일부 호남이 병존하고 있다. 어패가 있지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모든 현안과 애로사항 건의는 섬산련이 창구가 돼 전면에 나서야 한다. 지난 대선때 대경 섬산련이 서울과 대구, 경기, 부산의 4대 권역이 각기 통 큰 지원책을 강구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모색하다 실패한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된다. 당시에는 섬산련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 강건너 불구경 했지만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에 전달한 정책 제언서를 계기로 섬산련으로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때로는 중구삭금(衆口鑠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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