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내기 싫거나 거부하고 싶어도 안내고 안갈 수 없는 길이다. 아무리 양심적인 모범 납세자라도 내 돈 뺏기는 일이 즐거울리 없다. 늙고 병든 사람마다 “빨리 죽고싶다”고 해도 생의 애착을 생각하면 입에 발린 말이다.

세금 폭탄 맞고 속좋은 사람 없는것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현상이다. 자유민주국가에서는 이 경우 차고 넘친 불만을 투표로 응징한다.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위헌 논란에도 불구 종합부동산세가 3배 이상 치솟았다. 부글부글 끓는 국민의 마음이 정권교체로 응징하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경제계의 동향은 문재인 정부에 넌덜머리를 낸지 오래다. 소득은 없고 성장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학을 떨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기업 물정 모른 주52시간제에 기업인의 마음은 화석으로 변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커녕 노동하기 좋은 나라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망조가 들었다. 경제를 모르는 윤석열 후보의 불안감만 없었다면 0.73%보다 훨씬 많은 표차가 벌어졌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글로벌 초일류기업 영원무역

말을 바꿔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발작을 일으켰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초고속 폭풍성장을 이룩한 영원무역의 쾌거에 전 세계 섬유패션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한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파죽지세를 통한 쾌속질주에 섬유패션의 무한한 자긍심과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세계 최대 아웃도어 OEM 전문기업인 영원무역의 상상을 초월한 실적은 국내 섬유패션업계에 많은 것을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도 아니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세계 1등기업으로 우뚝 선것은 저절로 이루어진 요술이 아니다.

우선 코로나 2년째인 지난해 영원무역의 48년 창립 역사상 최대 실적에 재계가 깜짝 놀라고 있다. 실제 모기업인 영원무역은 지난해 매출 2조7925억1800만원에 영업이익 4425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3343억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신천지를 이루었다.(연결 재무제표)

매출은 전년대비 13.2%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전년대비 70.4%가 급증했다. 순이익 역시 83.3%가 증가했다. 코로나 와중에 세계 섬유패션업계에서 가장 높은 실적 증가다.

여기에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역시 실적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3조2405억원, 영업이익 5704억9266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4468억2900만원이다. 홀딩스는 작년대비 매출은 1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7.4%나 급증했다. 이 여세를 몰아 순이익은 무려 90.15%나 폭증했다. 노스페이스의 영원아웃도어 순매출이 29년 내수영업 역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경쟁회사와 달리 거의 노세일 전략을 고수해 내용이 알찬 것이다.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의 고도성장 동력비결을 배워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에 이같은 글로벌 초일류 섬유패션기업이 있다는것 자체가 자랑이다. 다시 한번 섬유패션산업의 꿈과 희망을 안겨준 영원무역 그룹에 찬사와 갈채를 보낸다.

그런 한편 국내 섬유업계에서는 영원무역을 향해 난공불락의 위상을 존경하면서도 바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영원의 폭풍성장 과정에 국내 소재를 더 많이 사용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원무역이 국산 소재를 5~10%만 더 사용하면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요구다. 물속에서 손안에 든 모래 빠져나간 참담한 상황에서 영원무역이 구원투수가 되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 섬유산업의 총수를 역임한 성기학 회장이 국내산업을 조금만 더 배려를 해주면 꺼져가는 불씨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원망이 아닌 간절한 소망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직시하고 명심해야 할 대전제가 있다. 지구촌은 울타리가 사라진지 오래다. 누가 더 좋고 싸게 만드느냐가 바로 경쟁력이다. 국산소재가 좋고 싼데 영원무역이 외면할리 만무하다. 품질도 시답지 않으면서 가격이 비싸다면 국산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떼법이다. 스스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국산 사용을 요구해야 한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인정이나 안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냉엄한 시장원리에 따라 품질과 가격, 사후관리 서비스가 전제돼야 한다.

영원무역뿐 아니다. 국내에는 글로벌 간판급 의류벤더가 여럿있다. 세아·한세·한솔 등 ‘빅3’를 포함, 중견 의류벤더들이 국산소재를 10% 더 쓰기 위해 직물·원단·원사 업체들이 과연 얼마큼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느냐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 대만산보다 비싸고 품질보장과 사후관리가 만족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지난호 본지에 소개된 에스원텍스타일이란 회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 회사는 일반 화섬직물과 니트직물 전문 트레이딩 업체다. 직원 20명에 연매출 400억원 규모다. 3년내 1억달러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갭이 선정한 최우수 서플라이어의 한곳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지난 몇년간 원사값과 염색가공료가 급등했는데도 수출단가를 동결시켰다. 2020년 코로나가 발생하자 공급망이 붕괴돼 갭이 베트남 등 해외소싱처에 수억달러 규모의 제품이 잠겨져 있을 때다. 미국의 거대 유통브랜드인 갭도 자금이 물려 거래 의류벤더와 원단 밀에 지원을 요청했다. 대다수 의류벤더와 원단 밀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지원요청을 거절했다.

에스원텍스타일 파죽지세 비결

이때 이 회사는 과감히 갭의 요청을 수락하고 능력 이상으로 외상으로 공급하고 원하는대로 지불을 늦췄다. 물론 원단 가격도 동결했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유통이 정상화되면서 갭은 에스원텍스타일을 가장 먼저 챙겼다. 대량 오더를 가장 먼저 발주했다. 가격을 동결하고 신뢰를 보장해 우수 거래업체가 됐다.

국내 대형 또는 중견 의류벤더의 원단가격 후려치기 병폐도 문제지만 해외 바이어나 의류벤더 거래선의 신뢰가 관건이다. 코로나 와중에 불황 타격으로 날밤을 세울 것이 아니다. 중국, 대만과 다른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가격·품질·사후관리 경쟁력을 갖추고 국산원단을 더 쓰도록 의류벤더 오너를 설득해야 한다. 대구산지와 경기북부 단체장과 중진들이 고자세 그만 부리고 우선 벤더 오너나 패션업체 오너를 만나 진지하게 설득하고 호소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자기 두레박 끈 짧은줄 모르고 우물 깊은 것만 탓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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