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력산업답게 대접해야”

댐이 무너지는 것은 한계 수위를 넘어서 뿐 아니다. 댐을 지탱하는 둑에 쥐구멍이 생겨 물이 조금씩 새어가도 결국 무너지는 것이다. 수많은 눈사태와 폭풍우 벼락을 이겨낸 수백 년 묵은 거목이 쓰러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죽일 수 있는 작은 딱정벌레가 파먹기 때문이다.

때마침 예기치 않은 요소수 파동으로 온 나라가 큰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없던 하찮은 요소수가 동이나 국내 대부분의 차량 운행이 멈춰 설 뻔했다. 98%를 의존하는 중국산 요소가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중국이 언제 농간을 부려 재발될지 알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은 본디 사악하고 무대포여서 생선 배에 심지어 납덩이를 넣어 파는 사람들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 문득 염료 걱정이 앞선다. 요소 못지않게 국내에서 사용되는 염료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이 엿장수 마음대로 공급 농간을 염료까지 확대하면 우리 섬유 산업도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수입 다변화도 사실상 불가능한 염료가 요소꼴이 안되도록 각별히 대비하는 준비와 지혜가 필요하다.

요소수 파동.... 염료는 안전 한가

말을 바꿔 지난 11일은 서른다섯 번째 섬유의 날이다. 올해도 섬유 패션 산업에 공이 많은 인사들이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수상하는 등 코로나이후 모처럼 활기 넘친 기념식을 성대히 마쳤다. 300여명이 섬유센터 3층 행사장을 가득 메운 기념식에서 수상자와 시상자, 업계인사, 가족, 친지 들은 코로나 시름을 잠시 잃고 꿈과 희망의 밝은 표정으로 축하했다. 역시 모든 행사는 대면으로 진행해야 제 맛이 나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이 날 섬유의 날 기념식에서 주최 측인 이상운 섬유산업연합회장은 “개미 천 마리가 모이면 맷돌도 든다”는 옛 속담을 인용하면서 “대변혁 시대에 미래선도 섬유패션 기업이 힘을 모을 때 섬유 패션 산업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리멸렬하는 섬유 산업의 위기 극복을 업계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 하자는 취지이어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산업부 장관을 대신한 박진규 차관은 “섬유 패션 산업은 변함없는 국가 주력 산업이며 정부는 섬유 패션 산업의 성장과 도약을 적극 지원 하겠다” 고 정책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그는 또 “친환경과 디지털을 키워드로 섬유 패션인이 함께 노력해 간다면 세계를 주름잡는 패션산업으로 35년 전 오늘의 영광이 다시 찾아 올 것이다”라고 덕담했다.

이상운 회장과 박진규 차관의 덕담 섞인 격려사는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글로벌 시계는 이 회장과 박 차관의 진단과 방향대로 가고 있고 이미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충고와 당부가 섬유 산업 현장에서는 잘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등 패러다임이 급변하지만 이에 따른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의 지적대로“우리 섬유 패션 산업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인공 지능과 스마트팩토리,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극 접목하고 디지털 기반 시장 진출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인 논리다. 메타패션 플렛폼을 활용하여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고 이를 위한 특화 디지털 전문 인력 양성 등의 기반을 다지는데 힘써야 한다“는 당부 역시 부인 못할 사실이다.

이 같은 지적과 당부는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업계의 수용 능력은 저 멀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명제가 선정 된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진도가 없는 것은 오래전 下山길에 들어선 우리 섬유 산업이 인적 물적 투자능력이 한계 상황에 와 있기 때문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당장 ‘죽 쒀서 식힐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다. 꿈과 이상이 없으면 죽은 기업이지만 알면서도 실현하지 못한 현실이 문제다. 기업이 당장 생사기로에서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상과 꿈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폐일언하고 박 차관과 이 회장의 금과 옥조 같은 방향 제시성 충고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의 자구 노력으로는 조달할 재원도 능력도 없다. 말로만 국가 주력사업이라고 강조할게 아니라 우리 섬유 산업이 다시한 번 점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대전제는 업계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과감한 투자의 병행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편승하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요술이 아니다.

다시 말해 정부 인사나 섬산련 회장의 논리대로 “우리가 어디로 가야 된다”는 대전제는 이미 제시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지원책이 가물가물 하다. 지금과 같이 그물로 바람 막는 식으로는 안 된다. 자구 능력을 상실된 데다 의욕마저 사라지고 있는 업계에 정부의 혁명적인 지원이 병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와 섬산련은 지금 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사회생을 위한 중흥전략의 몸부림을 중시해야 한다. 향후 3~5년 내에 한국 섬유산업 대표 산지인 대구 경북 섬유 기업의 집단 도산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처절하고 절박한 노력을 보듬어야 한다.

그들은 지금 생사기로에서 마지막 희망의 끈을 정치권에 기대하고 있다. ‘토사곽란에 소독약 바르는 식’의 소극적인 지원책이 아닌 조(兆)단위 통 큰 지원을 받아 산업 구조의 개편과 고도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본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서특필하고 있는 빅 프로젝트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당연히 중앙 정부나 섬유산업연합회가 주도해야할 영역인데도 대구산지에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비장한 각오를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

섬산련 대구 빅 프로젝트 동참해야

벌써 지방대학 섬유공학 전공 교수진3명이 초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이달 말까지 이른바 대구경북 섬유 산업 중흥 전략의 빅 프로젝트 초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보완 작업을 거쳐 여· 야 대선 주자 캠프에 전달해 선거 공약으로 관철하겠다는 포부다. 차기 정부에서 고용과 국가 경제 기여도를 감안한 섬유 패션산업 중흥 정책을 통 크게 마련해 실현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뜨뜬 미지근한 정책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판단에서 정치권을 상대로 통 큰 지원을 받고 예타 심의에 상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단은 금물이지만 정치성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 정서와 능력으로 봐 관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빅 프로젝트가 나온 후는 물론 그 과정에서도 섬산련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한다. 서울에서도 못한 과감한 용단을 대구가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을 폄훼 하거나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통 큰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 섬유산업이 붕괴되면 한국의 섬유 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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