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는 물을 줘도 못 살린다.

한국이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로부터 67년간 지속되온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선진국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쾌거의 배경에는 제조업 강국이라는 확고한 기반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다.’ 설명에서 드러나듯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바로 한국은 자동차 세계 4대 강국이다.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는 선박의 43%가 한국에서 제조해 조선 1등국이다.

반도체 1등 강국으로 전 세계 반도체 사용의 45%가 삼성과 하이닉스 제품이다. 전 세계 가전제품의 30%가 한국산으로 가전 강국이다. 초음속 전투기 수출도 본격화됐다. 20조원 규모의 원자로 수출국이다. 1970년 한국에는 고속도로가 하나밖에 없지만 지금은 34개다.

IT· CCTV의 최첨단 선진국이자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모자 1등 수출국이다. 세계1등 상품이 112개 달한다. 5년 후면 일본을 제치고 500개로 늘어난다. 한국은 북한보다 45배나 잘산다. 경제규모에서 이태리를 추월해 세계 9개 경제 강국이 됐다. 이 같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잘 가꾸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권과 강성 노조가 자중자애 하며 갈등과 반목이 아닌 화합과 단결로 뭉쳐나가길 바란다.

사장이 “감옥 가겠다”는 기업 많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인력난과 고임금의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아온 우리 섬유 업계가 지질이도 복도 없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역병으로 오더가 고갈된데 이어 설상가상 주 52시간 근무제가 강행되고 있다.

68시간까지 허용되던 근로 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고용을 늘리고 저녁이 있는 삶을 모색하기 위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른바 아니다. 그러나 모든 국가 정책도 시장과 역행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청명과니만 모를 뿐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주 52시간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력 조달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생산 현장에 돈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람이다. 세계에서 대학 졸업율이 두 번째로 많은 70%에 달해 생산현장에 내국인이 안 온지 오래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로 충당하고 있으나 이마저 조달이 어렵게 됐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체류기간이 다 된 외국인들은 이미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본국으로 돌아갔다. 코로나 불황에 일감이 줄어들자 관련 제조업체에서 내국인보다 외국인부터 내 보냈다. 섬유 사업장에서 자동차 부품이나 다른 사업장으로 이미 옮겨 갔다. 한번 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신규 인력이 들어오면 충원이 가능하겠지만 코로나가 겁나 송출국에서 내 보내지 않고 있다. 올해 외국인 쿼터 4만 명 중 상반기에 들어 온 인력은 겨우 500명 미만이다.

내국인은 아예 생산 현장에 신규 유입이 불가능하고 외국인 근로자마저 구할 수가 없으니 3교대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헛된 미망이다. 주 52시간제에 맞춰 연장 근로시간마다 더 해지는 임금구조는 외국인 근로자 배만 불리는 역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성을 무시하고 이상론에 사로잡힌 백면서생(白面書生)들이 52시간제를 강행해 기업도 근로자도 다 피해를 안기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아주 고약한 때를 골라 시행했다.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에는 7, 8월이 섬유제품 생산과 선적 시즌이다. 한국 섬유업계는 오더가 별로 없어 생산 선적 물량이 많지 않지만 받은 오더는 날밤을 새워서라도 선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봉제 산업이 공동화된 이후 양이 별로 없지만 국내 원단 밀들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지의 의류 소싱 공장 생산에 차질 없이 공급해야할 핫 시즌이다.

의류 수출 벤더들의 해외 소싱 공장들도 코로나로 공장이 셧 다운돼 생산, 선적이 차질이 생겨 아우성이다. 한국산 원단 공급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류 소싱 공장들도 득달같이 생산이 멈춰설 수밖에 없다. 요즘 납기를 독촉하는 벤더들의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다.

원단공급 업체 사장은 “내가 교도소 갈 테니 종전처럼 연장 근무하자”고 직원들을 채근하고 있다. 납기를 못 맞춰 오더가 캔슬 당하거나 손해 배상 책임을 져야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금 이 순간 납기를 독촉 받고 있는 기업은 괜찮은 기업이다. 오더가 고갈돼 공장을 못 돌리는 상황과 오더가 와도 사람이 없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함께 병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앞으로 갈수록 반복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섬유업계가 서 있는 현 주소다.

기저질환을 앓으면서 삶은 개구리 신세이던 우리 섬유산업이 물이 끓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공멸의 초침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누에처럼 고치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모든 자구 노력을 동원해서라도 쌓아 온 노하우와 시장을 지켜야 한다. 한국 섬유업계가 쌓아올린 시장 기반과 기술력, 노하우, 순발력은 누가 뭐래도 세계 1위다.

공멸 막기 위한 자동화 로봇화 지원을

타개와 극복을 겨냥한 명제는 설정돼 있다. 고비용 저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을 줄이고 생산성과 품질을 올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바로 성력화 자동화 설비와 로봇화가 대안이다.

고임금 인력난 시대에 구닥다리 설비와 인력 의존율이 높은 생산 구조로는 미래가 없다. 눈을 뜨면 선제적으로 자동화 설비와 로봇화를 통해 저만큼 앞서가는 기업이 얼마든지 있다. 자동화, 로봇화를 실현해 인력 의존율을 30~40% 줄이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면서 제조원가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업이 대구 산지에도 있다.

공멸 방지 처방은 자동화 로봇화가 대안

자동화 투자와 로봇화를 도입한 기업은 저가투매의 대명사인 중국과의 경쟁에도 끄떡없이 승부하고 있다. 품질 생산성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과 맞장을 떠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운명을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각자 도생 시대다. 기업 스스로 살아가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자구노력으로 힘이 부칠 때 정부가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코로나와 주 52 시간제의 악재가 겹친 이 엄혹한 시기에 정부가 투자 여력이 부족한 업계의 자동화, 로봇화 투자에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중언부언 하지만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이에 따른 큰 그림을 그려 중․장기 지원책을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목 타는 자동화 설비 투자에 섬산련이 견인차가 돼야 한다. 그것이 섬산련의 존립가치의 하나다. 죽은 나무는 물을 줘도 못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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