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인력난, 주 52 시간, 화물대란 까지 해저드 겹겹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대거 이탈, 신규 인력 유입 안돼
-주 52 시간 7월부터 확대 시행, 경기와도 야간작업 엄두 못내
-해외 수출시장 엄동설한 이삭 오더 선적할 배 없어 발 동동
-작년 4월 화물 운임 3천불이 금년에는 1만 불, 선박확보 별 따기

•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최저 임금만 잔뜩 올렸다.

장관을 비롯 정부 고위 인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언필칭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할 수 있는 나라만 됐으면 다행”이라는 자조(自嘲)성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 초반 이단 경제학자의 생체 실험과 유사한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 붙였으나 소득도 없고 성장도 없는 도루아미타불로 끝났다. 소득이 올라가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그럴싸한 논리이지만 소비는 반감되고 성장도 줄었다.

이 알량한 정책으로 개념 없이 최저임금을 올려 기업의 지불 능력이 망가졌다. 일자리는 무차별 줄어들고 기업마다 사람 줄이는 구조 조정이 러시를 이뤘다. 섬유 산업처럼 ‘훅’ 불면 날아갈 뿌리 산업부터 심하게 흔들렸다.

고임금, 인력난,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있는 섬유 산업이 심하게 망가졌다. 너도 나도 해외 탈출선에 몸을 실어 6000개 가까운 섬유 기업이 해외로 나갔다.

지난 4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과도하게 올라 기업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4년 전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16.4%를 올려 기업의 목 졸림을 강요했다.

• 기본금 16% 오르면 수당․퇴직금 등 28% 인상

최저임금 개념은 기본급이지만 여기에 수당, 퇴직금 등을 포함하면 28% 인상효과가 나온다. 최하위 직급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최상위 직급부터 덩달아 올라 전 직원에게 적용된다. 다음 해에 다시 10.9%가 올랐고 작년과 금년에는 기업들이 생존 문제를 호소하면서 2.9%, 1.5%로 다소 숨 고리기를 했다.

다시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되면서 사용자 측은 동결 또는 금년 수준을 주장한데 반해 근로자 측은 두 자릿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모든 중소기업이 같은 처지이지만 섬유 산업은 코로나로 탈진한 채 올해도 진행형이서 올해 수준 이상 감당이 불가능 상황이다. 한국산 제품이 후발국보다 뚜렷하게 나온 것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5배, 베트남의 10배, 미얀마보다 20배 비싼 임금을 주고 기업 생존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더욱 억장이 무너진 것은 이 같은 고임금을 주고도 인력난을 피할 수 없다. 돈보다 더한 금을 줘도 내국인들은 생산 현장에 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외국 근로자는 야근을 수용하기 때문에 특근 수당을 포함하면 내국인 보다 임금이 더 높은 역비례 현상이 생긴다. 그럼에도 작년과 올해 불황의 절정에서도 외국인 근로자가 절대 부족하다.

작년부터 번진 코로나 사태로 우선 일감이 고갈되자 제직․편직․염색 공장들이 우선 외국인 근로자부터 줄였다. 일감이 없어 야간작업을 못해 그들의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기업들은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먼저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내보냈다. 그리고 숙련공인 내국인 근로자까지 내보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공장이 돌아가는 한 소요 인력은 필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보니 공장 가동이 불가능했다. 한번 이탈한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동차 부품 등 비교적 일감이 그치지 않은 업종은 그들을 쌍수로 환영했다. 그곳에 정착해 섬유 사업장을 외면한 것이다.

•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내보내 신규 입국 전멸

새롭게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했지만 근본적으로 신규 유입이 불가능했다. 동남아 송출국가들이 코로나를 의식해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소 제조업체가 지난해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비전문취업E-9비자) 인원은 2만1666명이었지만 고작 2437명(11%)만 입국했다. 올해 제조업 부문에 3만7000명의 쿼터를 확정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입국자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이 같은 인력난 속에 주 52시간제가 오는 7월부터 확대 실시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중소기업들은 생사기로를 헤맬 수밖에 없다.

섬유나 비 섬유 불문하고 공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야 24시간 가동돼야 적자 경영을 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법으로 52시간으로 묶어 버리면 엄청난 혼란과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게 된다.

사람이 절대 부족에 1일 2교대 사업장은 토요일, 일요일은 쉬고 5일만 일해도 60시간이 된다. 이 경우 52시간을 초과하는 부문은 1.5배 임금을 더 지불해야 한다.

이마저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이다. 근로자가 52시간 이상 안하겠다고 하면 강요할 수도 없다. 생산 현장은 작업 속성상 야간작업이 불가피하다.

만약 야간작업을 하면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근무하는 시간은 또 50%를 추가해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내국인은커녕 외국인 근로자도 부족해 2교대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52시간 초과분 150%, 야간근무 50% 추가하고 나면 500만원 내외로 올라간다. 무슨 재간으로 베트남의 50만원과 미얀마의 20만원 수준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자기가 피땀 흘려 돈 벌어 월급 줘 보지 않은 정치인이나 탁상공론의 공무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업인의 고통을 모른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도 줄 형편이 못 되면 기업하지 마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는 그들이다.

• 기업 현실 모르는 주 52시간. 섬유산업 실신

고임금과 인력난의 구조적인 한계상황에서 주 52시간제가 눈앞에 다가온데 대해 기업인마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물론 정부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노사합의에 따라 특별 연장 근로 8시간을 추가 허용했다. 30인 미만 사업장 수가 많은 섬유사업장은 1년 6개월가량 52시간제에서 구속 받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 현재의 주68시간 근무제보다 8시간 줄어들어 중소기업에게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원천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간 합의에 의해 고용이 이루어진다는 대전제를 생각할 때 우리 현실에서 주 52시간 적용은 시기상조이고 이상론인 것이다.

고임금과 인력난, 주 52시간제의 거미줄고통에 이어 또 하나 중소기업들이 기업할 수 없는 상황은 예기치 않은 수출 화물 대란이다. 지금 수출 업계는 컨테이너선 확보 전으로 사활을 걸고 있다. 배를 잡을 수 없어 불황에 겨우 확보한 컨테이너 물량을 선적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 컨테이너 운임 작년 3000불서 올해 1만 불 별 따기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 물동량이 늘어나자 화물 수송선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 사고 이후 운송비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작년 4월 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터키로 보내는데 선박 운임은 2500~3000달러면 뒤집어썼다. 최근에는 7000~8000달러를 넘어 1만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작년보다 3배 이상 폭등했다. 이마저 화물 선박 스케줄을 못 잡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상하이 출항지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선점한 데다 반도체, 휴대폰 같은 값비싼 전자제품은 운임을 비싸게 주고 잡는 유리한 입장이다. 섬유는 거의 손익 분기점에 선적하는 상황에서 컨테이너 당 화물 운임 1만 달러 이상을 주면 남는 게 아니라 적자 구조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임금은 높고 사람은 없고 주 52시간 제약 속에 완제품 선적까지 막히는 고통 속에 업계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땅의 뿌리산업 섬유산업이 왜 이다지 지질이도 복이 없는지 진짜 매가리가 풀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그 많은 단체들이 이 같은 업계의 발등이 불을 끄기 위해 팔소매를 걷어야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대로 가면 수출 포기, 기업 포기란 막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섬유패션산업을 지켜야하는 것은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召命인것이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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