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 伊· 대만 소재산업 배우자

반갑지 않은 선거의 계절이다. 코로나 공황에 살기가 팍팍한데 ‘문제인 아바타’, ‘이명박 아바타’가 입에 칼을 물고 건곤일척(乾坤一擲) 대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원리주의 정치 세력들이 또다시 극단적인 진영 논리로 국민을 내편, 네편 으로 갈라놓고 있다.

이른바 친문, 반문 두 원리주의는 자기만 옳고 남의 비판이나 의문을 배척하는 고약한 속성을 갖고 있다. 협상과 타협보다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을 유발해 국민의 정치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 와중에 전 세계 모범을 과시한 지난해 총선에서여당에 압승을 안겨 줬지만 거여(巨與)의 입법 폭주는 국민 혈압을 올리고 부아를 치밀게 했다. 거여의 독주에 속수무책인 야당의 무능과 변함없는 발목잡기에 국민은 희망을 버렸다.

상당수 국민은 어느덧 투표를 해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좌절과 혐오감에 휩싸여 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위한 최선이 제도인 투표에는 참여해야 한다. 누가 더 유능하고 정직한가를 선택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의 무덤인 부동산과 세금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고, 물고 늘어지는가에 성패가 갈릴 것 같다.

직물산업 무너지면 섬유 산업 끝장

본질 문제로 돌아가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있는 섬유패션 산업에 봄이 오는 소리는 들리는데 정작 손에 잡히는 경기는 아직 감감하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다.

거시적으로 봐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모진불황이 1년여를 지나면서 분명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을 보이는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미국부터 백신 접종이 늘어가고 소매 경기가 활성화돼 지난해 얼어붙었던 F/W 경기 회복은 받아놓은 밥상이다. 가을·겨울용 중의류 오더가 늘어나고 유럽도 서서히 미국을 닮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은 터키․중동 시장도 기지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따라서 수출 의존도가 절대 비중인 우리 섬유산업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조짐은 여기 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과 대만에 대형 프로그램 오더가 집중될 뿐 한국에는 잔챙이 이삭 오더만 미동하고 있다. 대구 산지에 인콰이어리는 넘치고 샘플 오더는 많지만 본 오더가 꿈쩍 안해 황금의 3월을 허송했다. 3월부터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수출 경기가 신기루가 돼 4월 넘어가면서 산지 기업들의 조바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많건 작건 4월부터는 호전되겠지만 하루가 급한 기업들은 안절부절 조바심을 떨칠 수 없다. 그나마 비중은 작지만 내수패션경기가 수출보다 먼저 회복기미를 보여 조금은 안도하고 있다. 내수패션 업체마다 코로나로 모질게 신음한 작년 실적은 잊었다. 각사마다 2019년을 기준해 매출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상당수 내수패션 브랜드들이 3월 들어 2019년 기준에 도달했거나 90%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오랫동안 구조적인 기저질환을 앓으면서 시난고난 소멸되고 있는 국내 섬유산업의 근본적인 혁신방안이 급선무다. 지금 여건에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한국 섬유산업이 호황을 만끽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근본적인 구조고도화 전략이 없는 것이다. 기업마다 각자 도생의 사투(死鬪)를 벌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해 뒤늦게나마 ‘섬유패션산업 한국판 뉴딜실행전략’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산업부가 작년 섬유의 날에 공개한 섬유패션산업 뉴딜 실행전략에는 2026년까지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3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린· 디지털 혁신을 통해 섬유패션산업 글로벌 신 시장을 건립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들어 있다. △ 환경 친화적 산업 전환과 △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산업혁신방안 △첨단기술개발을 통한 핵심전략소재 자립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산업 생태계 강화 과제 등을 겨냥한 미래 지향적인 전략을 준비했다.

정부가 마련한 섬유패션 한국판 뉴딜 실행전략을 마련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많지만 산업용 섬유 육성에 집중하고 의류용 섬유는 다소 소홀한데 대한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물론 미래지향적으로 산업용 섬유의 영역이 급속히 확대되고 발전될 것을 감안한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8대2 비율로 우리 의류용 산업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산업용 첨단 섬유는 대부분 대기업 영역이다. 대기업이 시작해서 연관 산업이 중소기업에 퍼지는 구조다. 대기업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도 자체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 영역을 구축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반면 의류용 섬유는 대부분 중소기업 영역이다. 자금력, 기술력, 마케팅 능력 전 분야에서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의류용 섬유산업에 보다 중점 지원을 펴야한다. 국내 섬유산업의 핵심 축은 직물산업이다. 화섬과 면방은 대기업으로 독자 투자 능력이 있다. 니트 직물과 화섬 직물이 주축이고 이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염색 산업이다. 사가공도 직물과 연관된 전공정이다.

화섬 직물과 니트 직물을 중심으로 대구와 경기 수도권에 산업이 집단화 돼 있다. 이들이 제대로 존립해야 화섬과 면방, 염색, 사가공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 허리부분 산업을 살리는 것이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존립을 보장하는 길이다. 여기가 붕괴되면 우리 섬유산업은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직물산업이 안정성장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소재산업의 차별화다. 일본․중국․대만에 비해 절대 취약한 것은 소재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중국과 똑같은 원사, 똑같은 직물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차별화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반세기 이상 갈고닦은 노하우로 고임금의 고통을 딛고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그들이 못 보는 틈새시장에 길이 있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소재 선진국이나 경쟁국의 소재 산업구조와 실상을 정밀 조사해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다. 소재와 마케팅, R&D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통해 일본과 중국, 대만 그리고 이태리 섬유패션산업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 일본이 잘하는 품목․ 취약한 품목, 중국이 잘하는 부문과 취약한 부문, 대만의 강점과 약점을 속속들이 조사해야 한다. 이태리도 전문가를 파견해 각 스트림별 실상을 해부해야 한다.

이것이 완성되면 처방은 간단하다. 그들이 잘한 품목은 벤치마킹하고 응용기술을 활용하되 취약분야의 틈새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가 관건이다. 소재기술이 뛰어난 일본도 못하는 분야가 있고 몸체 큰 중국이 할 수 없는 거나 모르는 분야가 많다. 이 틈새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산업부와 섬산련은 이를 담당할 연구조사팀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파격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선행돼야 ‘(주)한국섬유산업’의 미래가 보인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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