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봄의 전령이 벌써 성큼 다가왔다. 모질고 혹독한 코로나 대공황이 따뜻한 햇살을 타고 점차 해빙 기미다. 구조적인 장기불황에 코로나까지 겹쳐 찢기고 할퀸 섬유패션 업계에 온기가 드리워질 것 같다.

더욱 반가운 것은 백신이다. 코로나 백신을 정치화하는 회화적인 진풍경 속에 믿을 것은 백신뿐이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식으로 백신이 언제 오느냐고 국민 혈압을 올린 부박하고 성급한 정치권의 형태가 가소롭다 .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이 먼저 맞아라는 기절초풍할 주장까지 서슴치 않은 것은 그들의 의식 수준을 의심 할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500만 명이 맞은 후 이상이 없는 백신에 대해 대통령을 생체 실험시켜 괜찮으면 맞겠다는 몰염치와 다름이 없다.

누가 먼저이건 나중이건 하루빨리 온 국민이 맞을 수 있어야 사는 길이다. 그래야 얼어붙은 경기가 해빙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백신 접종덕에 미국도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20만 명 이상에서 10만 명대로 준 것이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아직도 닫혀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 열리면 의류패션 소비행렬도 밀물처럼 밀려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군 피복류와 경찰 소방복도 쟁취해야

 

화제를 바꿔 봄의 문턱에서 백신만큼 반가운 소식이 왔다.

섬유 패션 국산화가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국방부가 입법 절차가 완료되지 않고는 철옹성처럼 닫혔던 국방섬유 국산화에 통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 10년간 지속되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산 생지 원단에 의존하던 전투복 원단을 전략 국산으로 바꾸도록 확 풀었다. 만시지탄의 감이 크지만 이제라도 군 전략 물자인 전투복을 중국산 원단에 의존하던 해괴하고 위험한 전철을 일시에 풀어 버린 것은 잘된 쾌거다.

당초 국방부는 국방섬유 국산화란 명제에 공감하면서도 제도상미비점을 내세워 마지못해 시범사업 예산으로 72억 원을 계상했었다. 연간 시범 사업으로 시행하되 별문제가 없으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도였다. 섬유 업계는 이 정도라도 첫 단추를 끼웠다는 안도감에 감지덕지 했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하기 그지없는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서광이 비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해묵은 현안이 올해 한꺼번에 해결된 것은 현행 방위 산업법 개정안의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대통령령으로 시행령만 바꾸면 가능한 제도상의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 방위 사업법상 전투복에 들어가는 원사와 생지는 중국산을 비롯한 외국산으로도 가능한 맹점을 시행령으로 보완해 국산 우선 정책을 과감하게 채택했고 당장 올해부터 시행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이 같은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 섬유 업계가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시행령만 손보면 가능한 법률 상식이 부족해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여기에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방위사업청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이 같은 답답한 상황이 급변한 것은 작년 하반기 후반 부터이다. 섬산련을 비롯한 단체와 업계 중진들이 국방 섬유 국산화 대책 T/F팀을 만들고 대정부 건의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원군을 만났다. 바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군 전략 물자인 전투복 원단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노발대발한 것이다. 정 총리는 미국이 군 피복류뿐 아니라 모든 군 전략 물자는 화이버에서부터 원사, 직물원단, 완제품 일체를 메이드인 USA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시정 조치를 국방부에 지시했다.

이 때문에 올해 시범 사업으로 72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정총리가 안 된다. 전량 국산으로 대체해 전투복 전체를 메이드인 코리아로 바꾸라고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이다. 이로써 시범 사업 차원이 아닌 연간 구매 예산 전체를 국산화하는데 정총리가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 동안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강도 높게 성원해 준 정 총리의 노고에 지면을 통해서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국방 섬유 국산화에 따른 1차 전투복 분야의 국산 소재 사용 의무화는 예산 규모의 많고 적은 것을 떠나 상징성과 파급 효과가 지대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군 전투복은 연간 520억 규모이지만 내의류를 포함한 피복류 전체와 장구류를 포함해 연간 예산규모가 6,000억 원에 달한다. 차제에 전투복에 이어 군 피복류와 장구류도 원사와 원단부터 전량 메이드인 코리아로 바꿔야 한다.

이번 군 전투복이 하나의 시금석이 됐다는 점에서 업계가 더욱 확대 노력을 벌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군 전략 물자인 전투복에 이어 경찰복과 소방복도 국산화 전략이 시급하다. 그 연장 선상에서 공기업 단체복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조(兆) 단위 공공기관 섬유 의류를 전량 국산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군 전투복이나 피복류의 메이드인 코리아를 100번 실현해도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국산 우대 정책이 통상 마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군 전투복을 시작으로 피복류 전체와 경찰복?소방복?공공기관 단체복 등 조 단위 시장이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국내 섬유 패션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막거나 지연 시키는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다. 쇠락의 징검다리를 건넌지 오래인 국내 섬유 산업이 이대로 가면 3년 내에 국내 인프라 절반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5,800개 이상 섬유 의류 관련 기업이 해외로 탈출한 상황에서 갈수록 알짜 기업은 해외로 가거나 간판을 내리고 쭉정이만 남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정치권․각계 섬유 산업 원군 결집해야

무엇보다 국내 봉제 산업이 공동화된 이후 빠른 속도로 원단과 원사의 현지화가 진행돼 국내 섬유 각 스트림이 기둥과 대들보까지 흔들리고 있는 막다른 상황이다. 국내 섬유 산업이 무너지면 의류 벤더와 패션 업체들이 전량 중국산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염료산업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고 중국에 집중되면서 공급과 가격에서 중국의 일방 통행에 시달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산업이 이 만큼이라도 버티고 있어 의류 벤더나 패션 기업들이 편하고 값싸게 국산으로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최우선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은 자동 현상이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그 동안 본지가 전면에서 국방 섬유 국산화를 주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동안 이를 위해 노력해 준 정치권과 산업부, 섬산련, 섬유 단체, 연구소 등에도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특히 이제는 입법 과정이 필요 없게 됐지만 입법 작업을 지원하고 협조해준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여당 국방위원과 홍석준 야당 의원, 그리고 국회 국방 위원들에게 국방 섬유 국산화를 줄기차게 설득해온 15대 의원 출신 기업인인 김윤식 회장 등 노력해 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曺永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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