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이 문 앞에 왔음을 예고하고 있다. 입춘이 지나고 설을 맞으면서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 경칩이 임박했다. 모진 코로나 시대에 모두가 봄을 학수고대 하지만 섬유패션 업계는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이다. 수출·내수 함께 망조가 들어 영락없는 빙하기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비중이 7대3 구조 속에 섬유수출 시장은 코로나19 공황에서 해빙기류가 가물가물 하다. 면사 값이 40%나 폭등하고 화섬사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지만 직물과 의류 수출 시장은 어김없이 냉골이다. 콩 값이 오르면 두부 값도 올라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나 원사 값은 올라도 직물 의류 값은 제자리다. 국내 섬유산업의 큰 축의 하나인 면 니트 원단 밀 들은 작년 10월 이후 면사 값이 고리당 200달러나 뛰어 면사가 차지하는 55%의 원가 구조 속에 제조원가가 20%나 뛰었다. 하지만 해외 바이어나 의류 벤더들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니트 원단 밀 등은 11월부터 오는 3월까지 5개월 공급원단은 모조리 눈덩이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3년내 섬유인프라 절반이 소멸된다.

내수 패션 업계도 코로나19에 화마가 난무하는 극한의 위험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작년 봄부터 코로나19에 집중포화를 맞아 매출이 곤두박질 쳤다. 연중 가장 큰 대목인 겨울 시즌에도 추운 날씨 부조를 살리지 못하고 매출이 떨어져 산더미 재고를 안고 있다. 아웃 도어와 골프웨어만 반사 이익을 봤을 뿐이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회복은 백신접종 속도와 정비례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돌아가는 통박으로 봐 상반기까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미 벼랑 끝에서 기진맥진 파김치가 된 섬유패션업계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코로나 19는 평등속설을 지니고 있어 5대양 6대주에 빠짐없이 창궐하고 있지만 섬유 패션 오더는 한국만 흉년이란 이상한 차별 구조를 안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중남미등 공급 국가들 대부분 수출 오더가 넘치고 있으나 한국만 오더가 없다. 중국섬유업계는 내수 경기가 과열될 정도로 황활을 맞고 있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베트남, 인도, 방글라를 포함한 동·서 아세안 국가와 중남미 지역 오더는 작년 수준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의 예증으로 ‘글로벌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PET 리사이클 소재를 늘리면서 이 부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만의 원동(파이스턴사)은 월 2만5천톤 규모의 PET 리사이클 원사를 생산 수출하면서 설비를 풀가동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고가 늘어나지 않고 매월 꾸준히 소진되고 있다. 한국의 ‘TK케미칼’이 월 2500톤까지 늘릴 계획이고 효성이 월 20톤 규모를 확대 공급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그 만큼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 극심한 오더 가뭄 속에 산업 자체가 냄비 속 삶은 개구리 처지에서 우왕좌왕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중언부언 하지만 이대로 가면 3년내 국내 섬유산업 인프라는 절반이 결딴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코로나 공황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골병이 들어 얼어 죽는 기업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대구 산지나 경기북부 산지에서 이 같은 참사는 계속 진행형이다.

현재의 국내 섬유스트림별 인프라가 절반이 사라진 후에는 백약이 무효다. 죽은 나무는 물을 줘도 소용없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 섬유산업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며 치유책을 강구해야 함에도 방향도 목표가 없다.

솔직히 중앙정부나 대구·경북 등 지방 정부는 반도체, 전기, 수소차, 바이오, 밧데리 같은 신산업만 보일 뿐 섬유는 안중에도 없는 분위기다. 결국 기업의 각자도생 밖에 믿을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처지다. 이 땅의 빈곤 퇴치 주역인 섬유산업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됐고 잊혀진 역사일 뿐이다.

이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중흥 정책의 싱크탱크로서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곳이 섬유산업연합회다. 섬유 센터란 황금알을 낳는 풍부한 재정과 많은 유능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섬산련이야 말로 줄초상 위기의 섬유패션산업을 살리는 구원투수다.

그럼에도 올해 섬산련의 사업계획을 보면 백화점식으로 여러 사업이 나열돼 있지만 대부분 기존에 해온 사업의 재탕·삼탕에 불과하다. 물론 R&D 분야와 디지털 기반 제조 및 유통혁신 지원책 등 일부 새로운 것도 있지만 상당부문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섬유패션산업 현장에는 토사곽란이 났는데 처방은 배에 머큐롬 바른 식이다. 급속히 붕괴되는 산업을 기사회생 시키기 위한 한방이 안 보인다. 백화점식 나열보다 획기적인 중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부족한 것이다. 그 만큼 기업현장의 절박한 상황 인식을 모르고 백가쟁명식 의견에 두리 뭉실한 내용들이다.

섬산련이 좀 더 신경을 쓰고 과감하게 집중해야 할 여러 분야 중 하나가 산하 단체의 활성화다. 섬산련은 여러 단체의 집합체이고 종가다. 업종별 단체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조하며 산업의 중흥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너는 너 나는 나”란 완전 따로 국밥이다. 춥고 배고픈 단체가 많은데도 섬산련이 철저히 외면한데 따른 반감이 만연 돼있다.

중앙단체 섬유센터로 집결 시켜야

말이 업종별 단체이지 비상근 회장이나 이사장 아래 전무 한사람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많다. 재정 자립이 안돼 전무 혼자 사무국 업무를 감당하고 있어 존재 가치가 희미하고 필요한 기획조사 업무는 엄두를 못 낸다. 잘 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을 도와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도 말이 많으니까 섬산련이 올해 사업계획에 ‘섬유패션단체 협력 스마트 오피스’란 공유 오피스를 마련키로 했다. 총 60평 규모로 중앙 단체와 대구·부산 섬산련의 연락과 대기 공간으로 활용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보다는 섬산련의 1개층을 할애해 중앙 섬유패션 단체를 한곳으로 모아 소통과 업무를 긴밀히 공유해야한다. 어려운 단체의 일정부분 임대료와 관리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섬산련이 망할 리 없다.

그 바탕에서 단체에 조사 용역을 주어 운영에 도움을 주고 필요한 기획조사 업무를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

잘하건 못 하건 업종별 단체를 문 닫게 방치할 수는 없다. 역사와 전통을 살려 유명무실한 단체들이 제 기능을 하도록 섬산련이 지원해야 한다. 섬유센터가 건립되는 과정에서 섬유단체가 60여억 원의 기금을 지원했다. 섬산련이 나 몰라라 하며 주인행사를 하는 것은 몰염치한 행태다. 작년에 섬유수출 협회가 5년 전부터 공들여 준비해온 ICT 인력 양성 사업을 섬산련이 막판에 끼어들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다 참패해 망신을산 짓거리를 재연해서는 안 된다. 단체를 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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