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으로 사지(死地)에 몰린 국내 섬유 스트림이 향후 6개월이 생사기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6개월을 견디는 기업은 내년 2분기 후반부터 웃을 수 있지만 중도 포기할 경우 허망하게 소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막연히 경기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섬유 각 스트림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앞뒤가 막막한 현 상황에서 기업마다 차별화를 위한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어 가시적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해서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내년 2분기가 돼야 가물가물 감이 잡힐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상황은 지난가을보다 더욱 악화된 코로나 암흑시대다.

 - 내년 경기 회복·소재 혁명 가시화

미국은 재택근무에 이골이 난 가운데 월마트·타겟·코스트코 등 일부 유통 업체의 오프라인이 정상 가동될 뿐 대다수 스토아 몰은 여전히 봉쇄상태다. 미국 전역의 오프라인몰 대다수가 아직도 문을 못 열고 있어 적막강산이다. 온라인이 급성장하지만 오프라인을 전부 커버할 수가 없다. 언택트 시대에 바이어에게 샘플을 컨펌받기 위해 담당자 집으로 보내야 하는 촌극이 일상화됐다. 사무실에서 정상 근무 시에는 담당자가 상사와 즉석에서 상의해 결정할 사항도 시간과 과정이 복잡해 진척이 더디다.

유럽의 봉쇄 조치는 예전과 다르다. 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가 저녁 9시부터 아침 6시까지 아예 통금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 전역이 봉쇄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유통 업체마다 패닉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쉽게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백신이 접종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과 유럽 모두 위기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유럽의 오프라인뿐 아니라 자라·H&M·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도 죽을 쑤고 있다.

수출이건 내수이건 섬유의류가 고통스럽게 경련을 일으킨 것은 남녀·정장 분야부터 완전히 초토화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홈웨어·라운드 웨어만 활기를 보일 뿐 남녀정장 매출은 완전 거덜이 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졸업식, 입학식, 신입생 대면 면접이 자취를 감추면서 신사복과 여성 정장은 죽음 직전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전통 정장 국가도 신사복과 여성 정장은 일시적이지만 버려진 업종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동에서 사용되는 전통의상 차도르와 아바야는 고유 정장류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봉쇄 조치를 강화하면서 이 역시 차도르 원단이 안 팔리는 것은 신사·여성 정장 침체와 같은 맥락이다.

대구 산지가 가장 어려운 것도 드레스와 블라우스, 정장류 원단인 폴리에스테르직물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남·여를 불문하고 정장류는 바닥 밑 지하실서 헤매고 있다.

그러나 소나기는 언젠가 그치게 돼 있다. 전 세게 1억 명을 희생시킨 스페인 독감도 2년 만에 자연 소멸 됐는데 과학과 의학이 결합한 백신 앞에 코로나도 언젠가는 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위축됐던 세계 경제도 수직 상승할 수 있다. 전 세계증권시장이 달아오르는 것도 경기 회복의 기대감 때문이다. 덩달아 섬유 의류 산업도 기지개를 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단순히 세계 경제회복에 편승한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세계 경기가 살아나도 기존과 같은 천수답 경영으로 국내 섬유산업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외할머니댁도 싸고 맛있어야 사 먹는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중국과 같은 품목으로 경쟁하는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우리 섬유 산업이 어떻게 변화와 혁신을 달성하느냐에 달렸다. 다행히 국내 섬유 산업을 희생하기 위한 발등의 불인 소재 혁명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살기 위해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인 차별화 신소재 개발에 명운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그 징후는 화섬 메이커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구조로는 중국 앞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 처지를 깨닫고 변화와 혁신을 재촉하고 있다. 일반 레귤러사로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중국과 규모 경쟁의 열세로 원만한 화섬사는 파운드당 200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주종인 75 DTY 가격이 국산과 중국산 차이가 kg당 400원수준이라면 아무리 애국하는 직물 업체라도 국산을 사용할 수 없다. 야드당 센트 단위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가장 비중 큰 원사값 차이가 이렇게 크다면 수요자가 국산을 쓸 리가 없다.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중국산이 장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화섬 메이커들이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차별화 특수사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 국내에서 특수사 개발이 가장 앞선 효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체 화섬메이커가 총력 대응하고 있다. 아직 진행형이지만 일본 화섬 메이커가 선점하고 있는 다양한 신소재 차별화 원사 개발이 국내 화섬 업계에서 눈에 띄게 진척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나일론 특수사와 레이온, 스판 등을 복합한 3합, 5합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국내 화섬 메이커의 특수사 개발이 괄목한 수준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이 3합, 5합의 다양한 특수사는 몸체 큰 중국 화섬 업계가 따라올 수 없는 금맥이 될 수 있다. AI 기술까지 동원하고 있는 국내 화섬 메이커의 특수사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화섬 메이커뿐 아니라 직물 업체의 성장에도 서광이 비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 화섬 특수사 개발 붐 · 대구 산지 청신호

지금 이 순간 코로나19로 죽음의 고통 속에 지내고 있는 대구 산지도 덩달아 활기를 띠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 대구 산지가 겉으로는 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리저리 차별화 신소재를 개발하고 제직과 염색가공에 접목하기 위한 사즉생(死卽生)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세계 시장을 규모 경쟁으로 석권하고 있는 중국 화섬 메이커나 중국 직물 업체와 똑같은 제품으로 맞짱 뜨는 것은 자살행위임을 터득한 지 오래다. 그래서 차별화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했지만 직물 업계 자체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의식 속에 국내 화섬 메이커와 대구 산지 직물 업체가 중국이 못 따라온 차별화 특수사 개발에 사활을 건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국내 화섬 메이커의 특수사 개발이 성공하고 이를 활용한 대구 산지 직물 업계의 노력이 하나가 돼 톱니바퀴를 이뤄 맞물려 돌아갈 수 있다. 다양한 신소재의 3합, 5합 특수사가 양산되는 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섬유산업도 일취월장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