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편기 엔진 실린더…최고의 품질·기술 ‘명성’

세계 일류 환편기 실린더 제조업체 부상
고강도 합금 소재 초경 카터로 수천 개 바늘집 깎는 정밀 기술
가마(실린더)는 환편기 핵심 부품 자동차 엔진 기능

반세기 한 우물, 초정밀 기술 독보적…
경기도 포천에 대형 선반, 컴퓨터 목절기·열처리 등 버티칼 시스템

작지만 강한 실린더 강소기업…100년 기업 표방 총력 준비
외아들 경영 수업 위해 편직 공장 경영 거쳐 회사 복귀 시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섬유패션 트렌드에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비대면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레깅스를 비롯한 라운지웨어·홈웨어 시장이 달아오르고 이로 인한 니트 소재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6 대 4 비율로 니트 강세 트렌드가 더욱 고착돼 우븐 직물 수요가 감소한데 반해 니트 원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제직 설비에 비해 편직기 수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니트 원단 중에서도 경편보다 환편 수요가 대종을 이루면서 국내외 환편기 메이커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환편기 메이커는 물론 유럽의 니팅기 메이커와 중국 메이커들이 군웅할거한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환편기의 시장 공략도 만만치 않다.

대당 4000만 원~5000만 원에 달한 환편기의 성능에 따라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이 좌우되고 있어 최근에는 값싼 중국산에 대한 선호도는 많이 퇴색하고 있다. 반면 국산과 유럽산 환편기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품질과 생산성의 중요성 때문이다.

편직기의 성능과 기능, 호환성, 내구성은 핵심 부품인 실린더(일명 가마)에 의해 절대 좌우된다는 것을 움직일 수 없는 정설이다. 소재인 합금의 강도와 열처리 기술에서부터 초경 카터를 이용해 환편기 대당 수천 개의 초정밀 바늘집을 깎아 만드는 고도의 정밀 기술을 요하는 실린더야말로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과 같은 역할이다.

50~60년 전만 해도 환편기 실린더의 주 소재인 합금마저 국내 기술이 취약해 거의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왔다. 이 고강도 합금 소재가 한성 금속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후 환편기 실린더 분야도 소재 빈곤의 고통을 벗어나 일취월장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기초 소재의 국산화를 통해 국내 실린더 제작 기술뿐 아니라 원가 경쟁에서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구축한 것이다.

환편기 실린더 제작 기술이 국내에서 급성장해 세계 선두고지를 점령하면서 국내외 수요자들이 한국의 전문 업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환편기 메이커뿐 아니라 환편기를 사용하는 원단밀(편직 업체)들이 실린더 활용이 더욱 중요시되고 확대되면서 기술과 성능, 공신력을 갖춘 전문 업체에 시선이 쏠린 것이다.

 반세기 한 우물 판 김주원 대표

이 같은 대전제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 수요처로 부터 가장 주목받는 실린더 기업 중 하나가 창원기계다. 기술과 자동화 설비, 성능, 딜리버리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비교우위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김주원 대표(65)는 반세기 실린더 한 우물을 파온 이 분야의 우직한 장인(匠人)으로 정평이 나 있다. 48년 전 중학교 졸업 후 일찌감치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당시 편직기 메이커로 유명한 대성기계에서 7년, 그리고 경보 기계에서 8년 등 젊은 시절 15년간 실린더 제작기술을 익혔다.

87년 독자 경영을 통해 서울 성수동에 실린더 공장을 세워 운영하다 마석으로 옮겼다가 2006년 현재의 공장인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 무봉리에 둥지를 틀고 세계 제일의 실린더 전문 기업을 표방하고 매진하고 있다.

공장에는 일본에서 도입한 CNC 수직 선반(턴밀)기와 일본에서 도입한 기계식 목절기 5대와 CNC 목절기 2대를 함께 가동하고 있다.

수직 연마기와 함께 통살굽기용 로(爐)와 최신형 열처리기 1대 등 환편기 실린더 생산에 필요한 버티칼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다. 원자재인 합금의 1차 가공용 CNC 수직 선반 CNC 목절기(홈파기) 2대, 열처리용 고주파 유도 가열기 등 첨단설비는 국내 환편 실린더 업계에서 창원기계가 보유한 기종이다.

구체적으로 실린더(가마)는 환편기 중앙에 위치해 바늘집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환편기 게이지에 따라 1800~4000개 이상의 바늘이 들어간다.

실린더(Cylinder)는 정밀도가 생명이다. 절삭기구인 초경 카터(Cutter)는 다이아몬드만큼 강한 주석 합금이다. 게이지에 따라 수천 개의 바늘이 들어가는 바늘집을 초경 카터로 파내기 위해서는 0.1밀리 오차도 허용이 안 되는 초정밀 기술이 필요하다.

창원은 반세기 실린더 한 우물을 파온 김 대표의 노하우와 최신형 컴퓨터 설비가 접목돼 최고 성능의 가마(실린더)를 생산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의 창원기계 실린더 제조 공정을 보면 합금 소재 주물을 입고 시켜 CNC 수직 선반기(턴밀)를 활용해 ①황삭(대형 범용선반)과 ②볼트가공(드릴링기 탭핑기) ③정삭(대형 범용선반) 3개 공정을 먼저 처리한다.

다음 일본에서 도입한 CNC 목절기 2대가 초경 카터를 이용해 초정밀 홈파기(목절기)를 거쳐 1차 세척한다. 이 과정을 거쳐 ⑤열처리 기계에 투입한다. 참고로 금속 제품의 강도를 좌우하는 열처리 기술에서 김주원 대표는 거의 1인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 분야 대가로 정평이 나 있다.

다음 ⑥통살 부착 과정을 거쳐 로(爐)에서 가마를 굽고 ⑦연마 공정을 거쳐 ⑧물청소(수세)와 ⑨마지막 바늘 검사까지 마친 후 ⑩포장해 출고한다.

이같이 초정밀 기술을 통해 제작된 실린더는 환편기 메이커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원단밀의 편직 공장에서 가동 중인 기존의 실린더 교체 시에 더 많이 소요된다. 창원의 실린더는 정밀도와 내구성이 뛰어나 기존 편직기에 교체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바늘이 상하 운동을 하며 편직 작업을 진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0.1 mm 오차도 허용치 않은 초정밀 기술

중국산 실린더는 다음 종류의 원단을 편직할 때 사용할 수 없어 해당 오더가 들어올 때까지 세워놔야 하지만 창원의 실린더는 뛰어난 정밀도를 자랑해 기존 실린더를 내리고 새로운 실린더를 기존 환편기에 올리면 얼마든지 다른 원단을 편직할 수 있다.

이 같은 창원의 기술력은 일본의 실린더 원천기술 업체들도 정밀도와 기술 수준을 인정할 정도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 원단밀들이 값싼 중국산 실린더를 기피한 이유다.

이 회사의 실린더 생산 능력은 월 70벌이며 가격은 벌당 2500~3000달러 수준에 공급하고 있다. 판매는 국내 일부 환편기 메이커와 원단밀이 있지만 직수출 70%, 국내 공급 30% 비율로 수출 비중이 월등히 높다.

수출은 베트남, 과테말라, 온드라스 등 동남아, 중남미 등지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현재는 터키 수출이 가장 많다. 세아상역 인도네시아 법인인 윈텍스에도 이 회사가 제작한 실린더 400벌이 공급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오더가 쇄도해 이미 지난 10월 말로 작년 수준의 매출을 달성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좋은 우등생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산업이 어려운데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거래선들의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입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천성이 자사 제품을 팔기 위한 세일즈 활동을 안 한 특유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고 실린더를 만들어 약속한 날짜를 어기지 않고 적정 가격에 공급한다”는 경영 철학이 몸에 밴 것이다. 초창기에는 거래선들로부터 고자세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으나 “픔질과 신뢰로 승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해 적중한 것이다.

 

세일즈 활동 안 하는 독특한 경영 전략

찾아오는 고객들의 주문량을 소화하기도 벅찬 터에 굳이 사정하며 “우리 제품 사달라”고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배짱이 아니라 그만큼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작지만 강한 실린더 업계의 강소기업을 지향하면서 대를 이어 백년기업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외아들인 김훈 과장을 4년 전 대학 졸업 즉시 회사에 입사 시켜 기술과 영업을 연마시키고 있다.

편직기의 핵심 부품인 가마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편직 공정부터 알아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편직기 15대 규모 공장을 세워 경영을 아들에게 맡겼다. 환편 공장을 운영하면서 가마가 어떤 역할을 하고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강점과 취약점이 무엇인지 터득하라는 뜻이었다.

김 과장은 3년간의 편직 공장 경영을 끝내고 창원기계 과장으로서 영업을 담당하고 기술을 익혀 국내와 해외 거래선을 공략하고 있다. 환편기 실린더 메이커 중 부동의 1위를 위한 2세 경영 체제를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경영과 생산, 기술 전반을 김주원 대표가 진두지휘하면서 아들인 김훈 과장을 통해 100년 기업을 성취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전개하고 있다.

가마 제조 판매뿐 아니다. 중고 편직기 영업도 겸하고 있다. 실린더 기술의 대가답게 중고 편직기를 사들여 새 제품으로 탈바꿈 시켜 수요자들에 적정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반세기 외길을 걸어온 김주원 대표는 천직으로 알고 창원 기계가 “자동차 엔진에 비유된 환편기의 핵심 부품 가마 분야의 초일류 기업을 만들겠다”는 강한 신념을 아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조정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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