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훈·포장에서 금탑산업훈장은 기업인에게 최고 영예다. 수많은 기업인들이 금·은·동탑 산업 훈장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정상에 금탑산업훈장이 있다. 무역의 날이나 상공인의 날, 섬유의 날을 포함한 이런저런 기념식에서 정부 훈·포장이 수여 된 것은 그 하나로 동경의 대상이자 찬사와 갈채의 상징이다. 품격 높은 산업훈장의 가치는 당사자뿐 아니라 회사, 가족 관계자의 자랑이고 보람인 것이다.

이같이 만인의 부러움과 갈채가 쏟아지는 금탑산업훈장 수상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될 폄훼 시비가 불거져 섬유패션인들이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섬유센터에서 열린 제34회 섬유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장본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상자인 부산의 이병걸 파크랜드 회장이 불참하면서 전문경영인인 박명규 사장을 대신 보냈다. 중병을 앓거나 불가피한 필유곡절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대리 수상을 한 것이다.

‘옥에 티’ 섬유의 날 금탑산업훈장

역대 수상자 중 대리 수상은 한 건도 없었고 수상자가 정부와 업계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정중한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꼭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수상자들은 많건 작건 섬산련 장학금을 자진 출연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럼에도 이병걸 회장은 몸이 불편하다는 간접적인 멘트만 전하고 전문경영인에게 대리 수상토록 한 무례를 저질렀다. 물론 불가피한 사정으로 대리 수상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주최 측인 산업부나 섬유산업연합회에 본인이 직접 전화해 사정을 얘기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시상식 불참은 물론 수상 홍보도 배제했고 언론에 자신의 사진마저 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회사 임원을 통해 산업부에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이같이 금탑 수상 당사자가 불참하고 “감사하다.” 또는 “미안하다” 한마디 없는 이 회장의 처사에 주최 측은 물론 섬유패션인들이 불쾌감을 넘어 분노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정부의 최고 품격 훈장을 폄훼한 처사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모범을 보이고 산업과 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한 기업인에게 주어지는 금탑산업훈장의 올해 수상자의 자격을 거론하는 인사들이 많았다. 섬유패션인의 선망의 대상인 금탑산업훈장 수상자의 이 같은 무례에 서울은 물론 부산에서까지 여론이 들끓은 사실을 이 회장은 직시해야 한다.

화제를 바꿔 섬유패션 업계의 새 수장(首長)에 선임된 이상운 섬산련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 가까이 됐다. 선임 일로 따지면 4개월이 지났다. 난마처럼 얽힌 산더미 현안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이사회나 중지를 모으는 회장단 회의도 제대로 못했다. 더구나 섬산련 사무국을 책임지는 상근부회장 임기가 만료된 지 6개월이 다 되도록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해 엉거주춤 허송했다.

그렇게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이 지내온 이상운 체제가 이제부터 본격 가동될 것 같아 일단 기대를 모으고 있다. 뛰어난 전문성과 탁월한 경영 능력을 갖춘 이 회장이 그동안 구상한 섬유패션 산업 재도약 전략을 속도감 있게 전개할 시점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임기 만료로 지난 6개월간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정동창 상근부회장이 12월 4일 퇴임하고 후임에 김기준 전 산업부 통상국장이 12월 7일 열릴 이사회에서 선임 절차를 밝게 돼 공백 기간이 해소되게 됐다.

“지난 45년 동안 섬유로 보국하고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섬유패션 업계에 몸담아 왔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는 이 회장의 재도약 전략은 이미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었다. 필자와 가진 단독 대담을 통해 섬유패션 산업이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가야 한다는 분명한 대전제를 거침없이 설파했다. 시장을 정확히 꿰뚫고 절실하고 처절한 섬유패션 산업의 진로를 명료하게 제시했다.

글로벌 섬유 시장에서 중·저가 의류용 섬유는 후발 개도국이, 산업용 섬유와 고감성 기능성 소재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갈 길을 정확히 강조했다. 섬유패션 업계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R&D 투자와 제품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산업 구조의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총론과 각론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 바탕에서 소재 혁명을 일으켜 친환경·고기능·고감성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브랜드의 급진적인 친환경 비중 확대에 편승해 리사이클 PET 소재와 생분해성 섬유 개발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본 등지에 비해 PET 병 원료 수급 불균형과 미구축 생태계의 개선 방안을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보호 차원뿐 아니라 국가 안보 상황과 밀접한 국방 섬유의 국산화 방안도 시급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투복 원단의 국산 원단 인증 제도를 제도화하기 위해 정부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임을 밝혔다.

그는 특히 현행 5인 추대위를 통한 섬산련 회장 선출 방식을 놓고 섬산련 이사진과 대의원들의 이견이 많은 점을 직시하고 정관 개정 의사를 표명해 주목을 끌었다. 자신이 여러 경제·사회단체에 관여하면서 회장 선출 방식이 통일되지 않고 각기 다른 점을 잘 알고 있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안으로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이어 “지금은 업계와 정부가 긴밀히 협조해 어려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면서 때마침 정부가 발표한 ‘섬유패션산업 한국판 뉴딜 실행 전략’을 업계가 적극 호응하고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하는 업무에 비해 너무 비대하는 섬산련 사무국의 축소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면서 기능을 강화해 섬유패션 산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처음 가보는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

45년 동안 섬유로 보국하고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몸담아 온 전문가답게 중증 섬유산업의 환부를 집도할 막중한 책임감이 인터뷰 내내 묻어 나왔다. 섬유패션 산업이 어느 부위에서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치유한다는 처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효성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전문경영인으로 각인돼 있다. 무엇하나 대충 적당히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그만큼 디테일에 강한 경영인이다.

그의 진단은 예리했고 치유를 위한 처방도 합목적성과 타당성을 공감했다. 다만 다양한 이론과 처방이 시장과 현장에서 어떻게 접목해 기대한 성과로 나타날지 속단하기 어렵다.

말인즉 구구절절이 옳아도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40여 년 섬산련 역사상 처음 가보는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가 우려와 달리 성공적으로 정착할지 여부는 오직 이 회장의 역량에 달려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속결하려는 조급성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선순위부터 해결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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