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공히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온 국민의 애도 속에 영면한 지 벌써 9일째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혁신의 거인이 타계한 것은 삼성의 고통이자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미래 산업의 쌀은 반도체란 선견지명으로 세계 초일류기업을 실현한 선각자이지만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75년 삼성그룹이 명운을 걸고 시작한 반도체 때문에 한때 삼성그룹 어음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할인이 안 된 일이 있었다. 반도체 투자로 자금이 한강이 물 붓기였고 누적 적자가 산더미처럼 불어나 그룹이 위험하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 회장의 집념에 찬 탁월한 능력으로 위기를 넘어 세계 초일류 기업을 일군 혜안과 초능력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거물 기업인들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이 세계 1등 코로나 방역국을 자부하고 올해 1인당 GDP가 단군 이래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것도 상당 부문 사업보국을 성취한 이 회장의 공로임을 부정할 수 없다.

40~50년 된 구닥다리 설비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초일류 시대를 연 선각자는 갔지만 그의 발자취와 가치는 계승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사업보국을 실현해 빈곤을 퇴치시킨 일등 공신을 향해 ‘황재경영’, ‘삼성 공화국’ 같은 어깃장 비난부터 척결해야 한다. 그 전면에 자고새면 개처럼 싸우는 정치권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을 2류”라는 이 회장의 쾌도난마 어록을 되새겨야 한다. 대한민국 초일류 시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사회 각 분야의 통렬한 반성과 달라진 각오가 절실하다.

반도체와 함께 스마트폰의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든 이 회장의 혜안과 탁월한 능력은 우리 섬유패션 업계부터 타산지석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 삼성 스마트폰은 삼성이 처음 개발한 것이 아니다. 모토로라, 노키아가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해온 스마트폰에 응용 기술을 접목해 성공한 것이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은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건너갔고 일본이 도입해 세계 시장을 평정해 왔다. 원천 기술은 미국과 유럽에 있고 일본이 응용해 세계 일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원천 기술을 전수받아 규모의 대형화로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응용기술을 본 따 귀동냥, 운동량으로 화섬 산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가방끈이 너무 짧다. 일본의 연구개발 기술력도 못 따라가고 중국처럼 통 큰 투자도 못 해 고만고만 버티고 있다.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직전 이 회장의 키워드는 마하(MACH) 경영이었다. 제트기가 초속 300m의 음속을 돌파하려면 엔진을 물론 설계단계에서부터 재질과 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듯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섬유 산업이 배워야 할 가치이자 지향해야 할 최고의 전략이다. ‘마하’ 경영은 엔진에서부터 재질, 설계, 소재, 부품 전반에 대한 혁명적인 개조가 필요하듯 우리 섬유산업이 배우고 실현해야 할 금과옥조다. 더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 싼 임금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바이어가 주는 오더를 바라보며 공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해 바이어가 요구하도록 선제적 동인을 제공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에 “소비자는 제품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간이 0.6초에 불과하다”고 했다. 0.6초 내에 소비자 눈길을 확 끌어올 수 있는 디자인과 컬러, 스타일을 추구해야 한다. 품질을 보증하는 브랜드 신뢰도 또한 선행조건이다. 온라인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섬유패션 산업도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40년 50년 된 구닥다리 설비도 문제이지만 제조 공장의 레이아웃이 옛날 방식이어서 스페이스가 너무 좁다. 스마트 공장으로 개조를 하고 싶어도 좁은 공간에서 옴짝달싹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섬유 공장 상당수가 스마트 공장 개조에 애를 먹고 있다.

설비의 자동화, 성력화는 더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내용 연한이 지난 설비로 고임금 근로자를 투입해서 경쟁국과 이길 재간이 없다. 중언부언하지만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의 3대 화섬 시대 전성기는 지났다. 새로운 소재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 섬유산업의 표류와 방황을 피할 길이 없다. 뱀부나 레이온 등 친환경 소재로 가격이 싼 폴리와 융합 방사하여 자연 섬유화하는 다각적인 전략이 발등의 불이다.

상황의 심각성과 다급한 분야는 페트병을 이용한 리사이클 PET 섬유의 대량 생산 체제다. 현재 이 분야의 선발 기업은 TK케미칼과 효성이지만 경쟁국과 게임이 안 된다. TK케미칼이 월 60톤, 효성이 월 15톤 규모를 생산하고 있어 수요량에 비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수량이다. 물론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물질이 없는 투명하고 깨끗한 생수병을 수거하여 분리 세척하여 플레이크를 거치는 과정에서 각 과정의 영세성으로 인해 화섬 메이커의 칩 생산이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문제는 환경부와 산업부 등 정부가 근본적인 유색 PET 병 생산을 억제시키고 근본적으로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굼뜬 행정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칩과 방사 공정을 맡은 화섬 메이커들이 급한 대로 전국 지자체와 협력해 깨끗하고 투명한 페트병 수집과 플레이크 과정을 대형화 자동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섬유 산업의 현주소는 설비, 소재, 기술, 가격 경쟁력 모든 것이 열세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바라거나 대패질 않고 매끈한 나무를 찾는 어리석은 행태다.

스마트 공장으로 고임금 고리 끊자

아울러 섬유패션 기업인들이 발상의 대 전환이 필요한 것은 고임금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화 투자가 필요한 것은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아무리 임금이 높다고 해도 자동화 투자로 생산성을 높이면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다. 품질과 납기 사후관리 신용에서 비교우위를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섬유 산업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길은 있다. 4.0 산업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앞으로 섬유 제조 공장에도 로봇이 대세를 이루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로봇 하나가 1.6명 몫을 처리한다. (서울대 강태진 명예교수), 로봇이 생산 현장을 점령하면서 일자리를 대거 잠식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자동화와 로봇을 활용하면 중국, 베트남과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이 뒤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명제는 투자다. 자동화 스마트 공장과 향후 로봇 시대를 앞당겨 고임금의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코 한국의 섬유 산업 미래가 어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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