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부와 온 국민이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이 와중에도 어깃장 놓고 삿대질하며 반발하는 몰지각한 인사들의 사고 양태가 궁금하다. 다닥다닥 붙은 교회의 대면 예배에서부터 방역 담당자를 껴안고 침을 뱉는 이런 몰상식이 국민 혈압을 올리고 있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겁에 질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이 판국에 최고의 엘리트집단이자 잘 먹고 잘 사는 의사들까지 집단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루에 1만 명의 환자가 몰리는 서울대학병원에서 환자 40%를 담당하는 내과 의사들까지 가세한다.

아무리 자신의 주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어깃장에 때와 장소가 있다. 이 엄혹한 상황에 이익 집단마다 자기 밥그릇에 콩만 계산하면 그 사회는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혼란과 파괴가 판을 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세계 1등 부자 나라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줄초상을 당해 시체가 즐비한 모습을 TV 화면으로 생생히 지켜봤을 것이다. 한국은 섬유산업이 이만큼이라도 존재해서 1000개에 달한 마스크 공장이 있다. 마스크 산업의 원동력인 섬유산업의 고마움을 알고 제발 흔하고 헐값인 국산 마스크 쓰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총론 · 각론 방향 옳지만 현안 산적

말을 바꾸어 지난 18일 제15대 섬산련 회장에 취임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10일 취임식을 앞두고 소감과 향후 전개할 포부를 언론에 밝혔다.

40년 섬산련 역사상 최초로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맡아 기대 반 우려 반의 평가 속에 비교적 현상을 소상히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폭넓게 설정했다.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나와 효성에서 만 45년 재임한 탁월한 엔지니어이자 경영인답게 백척간두에 선 섬유패션 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었다. 그 바탕에서 당면 현안과 중장기 전략을 광범위하게 피력했다.

무엇보다 첫 마디 소감에서 “소통하고 노력하는 섬산련이 되겠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섬산련 사무국의 답답한 행태를 지적한 것이고 무사안일을 채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무국의 개혁 의지를 함축성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 바탕에서 섬유패션 산업이 어디로 가야 한다는 여러 대안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앞장서 적극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전문가다운 진단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스마트 팩토리 및 온라인 플랫폼 확산 등 제조·패션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소비자의 친환경 인식이 높아지고 글로벌 바이어의 친환경 요구가 확대되면서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섬산련은 앞으로 스트림간 강화된 생태계 조성을 통해 GVC 재편에 적극 대응하고 공정혁신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전환 및 최신 IT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유통 활성화 등으로 “섬유패션 디지털 생태계 육성에 힘쓰겠다”고 했다. 더불어 “리사이클 섬유를 비롯 친환경 소재 제조 기반 구축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 요구에 대응하고 연구 역량을 결집해 첨단 기술 혁신 선도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유관 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섬산련이 진정한 의미에서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을 밝혔다. 한마디로 “섬유패션 산업의 중장기 비전 제시를 위한 싱크탱크로서 기능을 강화하여 능동적이고 선도적으로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의욕을 과시했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섬산련의 운영 방안과 중점사업 방안 및 주요 추진 사업을 구체적으로 폭넓게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이뤄내고 나아가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는 적기가 바로 지금임을 자각하며 섬산련이 업계를 위해 봉사하는 역량 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경영 일선에서 한국의 섬유 산업이 폭풍 속의 편주 신세가 된 절박한 현상을 직시하고 처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받고 있다. 업스트림 경영자로서 가속화되는 미들, 다운스트림의 공동화 현상을 정확히 진단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기대를 모으게 한다. 실제 이 회장의 섬유패션 업계 수장으로서 향후 전개할 섬산련 운영 방침과 중점 추진 사업은 말인즉 구구절절이 옳아 흠잡을 데가 없다.

다. 총론과 각론에서도 현실과 큰 괴리가 없고 방향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이 내놓은 중점 사업과 추진 사업은 대다수 이미 업계에 대두된 지 오래된 현안들이다. 명제가 설정된 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처리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아있는 것은 각론에서 추진 주체가 극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회장의 의욕은 좋지만 한꺼번에 속결하기에는 난제가 많다.

하나하나 완급을 조절해 나가면서 실현해 나가는 효율성이 중요하다.

사실 섬유패션 산업이 앓고 있는 중증은 오래전부터 진단되어 왔다. 그럼에도 처방이 없어서가 아니라 총론을 뒷받침할 각론이 부족했다. 하나의 예증으로 국방섬유 국산화 문제는 10년 이상 된 현안이었다. 전전 회장 때부터 나름대로 노력했고 성기학 회장도 팔소매를 거뒀지만 관련 방위사업법을 아직 21대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 하고 있다. 미국도 국방섬유를 100% ‘메이드 인 USA’를 채택하는데 반해 한국이 중국산 생지를 들여와 봉제해 사용하는 것은 군 전력에도 큰 차질이 우려되는 발등의 불이다. 연간 5000억 이상의 피복류와 장신구를 국산으로 대체하면 국내 섬유산업의 가동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관련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업계 지도자들의 성의 부족과 전략 부재에 있다. 국회의원 후원회도 들어가 소통 창구가 있어야 하지만 말로만 하려고 하니 되는 일 없이 세월만 허송하고 있다. 성기학 회장의 뒤를 이어 이 회장이 우선 국방섬유 국산화 문제 하나라도 먼저 해결하고 다른 현안 해결에 착수해야 한다. 백화점식으로 사업 계획을 나열하는 것보다 발등의 불을 하나씩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방섬유 국산화부터 해결을

모두가 공감하는 얘기이지만 가뜩이나 시난고난하던 섬유패션 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구와 경기도 산지마다 사실상 장기 휴업 상태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심지어 해외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의류 벤더까지 오더가 없어 50개, 100개 라인 공장을 세워야 할 판이다. 그나마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조금씩 메꾸어 가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대로 가면 연말 안에 그야말로 줄초상이 날 것은 불문가지다. 사방이 지뢰밭인 엄혹한 빙하기에 얼어 죽은 기업을 방지하는 혁명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이 회장의 의욕적인 여러 중점 사업 방안을 평가하지만 토사곽란에 머류로크롬 바르는 식의 처방으로는 안 된다. 백척간두에 선 섬유 산업의 중장기 대책 못지않게 정부를 설득하고 담판해 기사회생의 절묘한 한 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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