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패션을 아주 좋아한다.

개인적인 정치색과는 무관한 이야기다.

그녀가 의정활동을 위해 공적인 자리에 등장할 때마다 보여주는 톤온톤 컬러의 정장 수트는 무척이나 세련됐다. 재킷과 함께 매치된 스카프와 국회의원 배지는 묘하게 잘 어울리는데, 새로운 패션으로 변신해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면 “저 의상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고 궁금해했다. 특히 로얄 그린 컬러의 수트는 나 전의원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배가시켜주는 시그니처 컬러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최근 불거진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논란’이 뜨거운 이슈를 몰고 있다.

덕분에 T.P.O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생겼다.

패션용어에서 T.P.O란 타임, 플레이스, 오케이션 즉 때와 장소, 상황에 맞도록 옷을 잘 선택해서 착장하는 것을 뜻한다. 이 용어는 대한민국 공통 교육과정인 중등 1학년 가정 과목에도 나올 정도로 대중화된 용어다.

완벽한 T.P.O가 있긴할까?

지금으로부터 20년전에 여성 커리어 브랜드의 최고 전성기 시절에는 O.L족, 즉 오피스레이디 룩이 대세를 이룬 적이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복장으로 통했던 오엘룩은 원버튼 재킷과 발목까지 딱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팬츠, 허리에 가는 벨트를 장착한 H룩 정장 원피스가 주를 이뤘다. 컬러 역시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가 주를 이뤘으니 지금의 컨템포러리와는 비교불가할 정도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룩이 주종이었다..

2020년의 오피스 룩은 어떻게 변했을까

최근 수백억대 거액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 패션 스타트업 기업들이 본사 주변에 많이 포진해 있는 관계로 어렵지 않게 해당 기업의 오피스 룩을 시시때때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다. 이들은 정해진 틀이 없지만 정제된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근무자들의 연령대가 MZ세대부터 제니얼세대(1983년생이하)인 만큼 국내 패션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실 소비층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패션감각이다. 영 디자이너들의 유니크한 룩부터 스트리트 패션까지 나만의 스타일을 즐긴다.

류호정의원의 때아닌 원피스 패션 논란에 “국회본회의장에는 특별한 복장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마치 유니폼처럼 무조건 정장 수트를 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깨주어 속이 시원하다”는 고민정 의원의 언급에도 일부 정치인과 네티즌들은 아직도 “T.P.O에 어긋난 패션”이라고 지적하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러한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28살 최연소 국회의원이 착용한 해당 원피스는 현재 전량 품절됐다. 28살 최연소 국회의원이 입고 방송에 등장한 마케팅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해당 브랜드 관계자는 “뉴스 방영 직후 류호정 의원 원피스 품번과 제품 문의 관련 전화가 본사에 폭주하면서 전량 품절됐는데 현재 리오더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가을 초두물량 입고 시기에 때아닌 여름 원피스 특수에 매출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에 국내 정치인들의 패션도 k패션의 글로벌화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패션 전문가는 ‘T.P.O에 맞는 패션이란 글로벌 유행처럼 순간순간 매 초마다 바뀌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패션을 가장 잘 소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T.P.O 패션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 디자이너는 “정치인들의 보수적인 눈높이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한다. 미쉘 오바마 전 퍼스트레이디가 제이크루를 즐겨 입어 글로벌 브랜딩 초석을 다졌듯 우리 정치인들도 코로나19로 힘겹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스몰 패션 브랜드 제품을 입어준다면 그 시너지는 실로 대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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