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방 산업 뿌리 '전방', '일신방' 광주 임동공장 매각

양사 공장 부지 30만 4천㎡ 6850억 원에 일괄매각
85년 전통 호남 섬유산업 상징 부동산 개발 업체에 매각
1935년 일제 때 가네보 공장 한국에 이설…면방 소멸 수순

한 세기 가까이 호남 경제의 상징이자 국내 섬유산업 뿌리 역할을 감당해 온 면방간판 전방과 일신방의 광주 임동공장이 매각됐다.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뿌리 깊은 면방 공장이 시대가 바뀌면서 도심 금싸라기 땅이 됐고 국내 제조업이 속수무책으로 붕괴되는 추세에 밀려 부동산 개발 업체에 팔렸다.

관련 업계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일제 말 미군의 폭격을 피해 일본 가네보가 광주시 임동에 일본 면방 설비를 이설하면서 광주에 대형 면방 공장으로 출범한 전방과 일신방의 공장부지 30만 4,131㎡ 규모가 최근 총 6,850억 원에 매각됐다.

이 중 전방 소유인 16만 1983㎡는 3,660억 원에, 일신방 소유의 14만 2148㎡는 3,189억 8,600여만 원에 각각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두 곳 모두 부동산 개발 업체인 엠비엔프라퍼티와 휴먼스홀딩스에 양도키로 했으며 양도 예정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거래 대금은 계약금으로 10%를 지급하고 잔금은 사전 협상 종료일에 지급키로 했다.

전방 임동공장은 최저임금 급상승과 주 52시간제에 경쟁력이 약화되자 2017년 말 문을 닫았으며, 일신방 광주 1공장 설비는 현재 가동 중이다. 전방은 광주 평동공장과 익산공장, 영암공장이 있으며 매각된 임동공장 설비는 평동공장으로 이전하거나 매각할 것으로 보여지며 일신방은 광주 2공장 또는 베트남 공장에 설비를 이전할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누적 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전방(회장 조규옥)은 그동안에도 자체 보유 빌딩 등 부동산을 매각해 적자를 메꾸어 온 데 이어 이번에 광주 시내 노른자위 땅인 임동 공장을 매각하면 부채를 갚고도 현금 유동성이 원활할 것으로 보여진다.

일신방은 흑자 경영을 지속해오다 지난해부터 면방 부문 적자가 발생했으나 이미 10만 추 이상의 공장을 베트남에 세워 국내 설비를 상당 부문 이전한 상태이며 그동안 전방 측의 임동공장 매각 요청을 미루어 오다 이번에 좋은 조건에 매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시내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전방과 일신방의 광주 임동공장이 매각 완료되면 공장부지 용도를 공업 용지에서 사업이나 주거 용지로 변경해 호텔과 업무시설, 쇼핑센터, 주상복합시설, 도로, 공원 등을 조성할 것으로 보여진다.

전방의 광주 임동 방직공장은 1935년 일본 가네보 방직 업체가 설립했으며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이 접수해 운영하다가 1951년 주일공사를 역임하고 참의원을 지낸 김용주 회장(김창성 전방 명예회장 부친)과 통역관 출신 김형남 회장에 불하됐으며 그 후 김형남 회장의 일신방과 분리됐었다.

다만 전방과 일신방은 자산 운영 효율화와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85년 역사의 대표적인 광주 임동공장이 부동산 개발 업체에 매각되는 것을 양사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이지만 한편으로 국내 면방산업의 소멸을 재촉하는 전조등이란 점에서 섬유인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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