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를 뒀다. 인민들이 누렇게 부황든 절체절명의 기아 상황에서 남측이 제공했던 잔칫상을 엎어 버렸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초현대식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것은 자폭적인 행위다. 섣부른 지도자의 오판이 몰고 온 후유증은 불쌍한 인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지난 1974년까지는 북한이 남측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앞섰다. 그런 북한이 지금은 한국과의 경제 규모가 53분의 1에 불과한 참담한 빈민국에 머물고 있다. 2005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16개 남측 기업이 처음 들어가면서 지하수와 냇물에 의존하던 개성 시민 식수를 수돗물로 대체하는 호강을 누렸다. 남측이 송전탑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면서 월고 저수지 물을 끌어다 정수해 일부는 공업용수로 쓰고 일부는 수돗물로 공급한 것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과 다르다

이번 6·16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란 무모한 도발을 저지르자, 남측에서 보내던 전기를 끊었다. 모르긴 하지만 20만 명 규모의 개성시민은 다시 암흑 속에서 수돗물이 끊겨 냇물 아니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비참한 생활로 돌아간 것 같다.

괴이쩍은 것은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한 북한에서 아무리 백두혈통이라 해도 애미나이(아줌마의 방언)가 지도자로 등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불문율이었다. 아무리 김여정을 2인자로 만들기 위한 이력 쌓기라 해도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 멀쩡하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2005년 하반기부터 시범 단지 100만 평 내에 15개 업체가 가동에 들어간 이후 123개 업체가 입주해있는 개성공단의 시작은 예수가 부활하는 것처럼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알려진 대로 개성공단이 위치한 곳은 북한이 가장 중요시해온 남침로의 요새이었다. 탱크로 무장한 기갑부대를 중심으로 최정예 2개 군단이 포진하고 있었다. 명령만 떨어지면 그 길로 밀고 내려올 가공할 화력의 대규모 군사 요충지였다.

그곳에 남북대화의 물꼬를 튼 DJ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바통을 받아 김정일을 설득해 황해도 해주까지 연결시킨 2,000만 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공장부지 800만 평, 배후 시설에 골프장, 호텔을 포함해서다. 이 원대한 프로젝트는 북한의 군부를 설득해 후반 10㎞를 후퇴시켜 송학산 속으로 주둔 군대와 무기를 옮겼다. 들리는 얘기로는 처음 북한 군부의 강경파들이 절대 반대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파격적인 고집으로 이를 밀어붙였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개성공단은 2000만 평은 커녕 겨우 시범 단지 100만 평에 123개사가 입주했으나 이마저 실제 입주면적은 100만 평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에도 북한 군부 관계자들이 “이게 뭐냐. 축구장 한다더니 손바닥이냐. 우리가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린 것을 개성공단 기업들은 자주 들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북측의 몽니로 1차 2013년 4월 중단됐으나 그해 9월 재개됐고 다시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가 경솔하게 폐쇄시킨 후 벌써 4년 4개월 이상 중단 상태이다. 그 사이 남북 정부를 밀고 개성공단에 투자한 123개 기업들은 생산 기반은 물론 영업권까지 없어져 고난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언젠가는 열리겠지’ 하며 기약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제 와서 부질없는 얘기이지만 개성공단의 순기능을 왜곡폄하하며 퍼주기 논쟁을 벌이는 것은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국의자들의 무책임한 편견이다. 한마디로 개성공단은 금강산 관광과도 천양지차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금강산은 돈을 주고 가는 곳이지만 개성공단은 하나를 주고 열을 가져오는 곳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양질의 노동력을 이용해 우리 진출 기업들이 세계 어느 곳보다 유리한 투자 적지이다.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는데 드는 인건비가 연간 1억 달러 규모인데 반해 우리 기업들이 얻는 이익은 이보다 5배~10배 많은 노른자위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제제에도 개성공단은 그냥 현금을 주는 곳이 아니라 근로를 제공하고 받아 가는 임금이기에 유엔 제재에도 저촉이 되지 않는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은 물론 정부가 재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했으나 미국 측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다면 섬유산업을 비롯한 국내 제조업이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모든 원부자재는 100% 남측에서 공급됐다. 남측의 수천 개 협력 업체와 2만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지닌 곳이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 내 100만 평 시범 단지에라도 국내 섬유산업이 대거 진출했다면 한국 섬유산업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약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전술적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도 개성공단 재개를 적극 추진해온 한국 정부의 노력을 무작정 배타적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미·중 무역마찰로 불거진 갈등의 대안으로서 개성공단을 국제적 공단으로 키워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걷을 수 있다. 중국을 대체할만한 양질의 노동력과 저임금을 찾기 어려운 곳이다. 개성공단이 제대로 가동되고 북한 주민의 소득이 올라가면 김여정 같은 애미나이가 감히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저속한 언행을 퍼붓지 못했을 것이다.

평화 비용이 비싸도 전쟁보다 싸다

어찌 됐건 일단 깨진 그릇을 다시 원상으로 맞출 수는 없다. 북한이 남측에 군사도발을 자행할 경우 우리 군은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로 원점 타격해야 한다. 우리의 군사력은 세계 6위의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고 북한은 세계 25위에 불과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우리 군은 4명 사망, 10명 부상이었지만 북한 함정은 우리보다 몇 배나 큰 피해를 당하고 도망했다. 당시 사망자는 많고 부상자들을 위한 피가 모자라 황해도민들이 집단 헌혈을 했다는 소문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핵을 보유할 수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구소련이 붕괴될 때도 핵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북한도 한국을 잘못 건드렸다는 서울 불바다가 아닌 평양 불바다를 먼저 직시해야 한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다만 남북 간에 국지전이건 전면전이건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공멸 행위다. 평화를 위한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는 싼 것이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포기하지 말고 남북이 인내하며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국을 설득해 개성공단 재개를 얻어내야 한다. 개성 공단은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을 위해 다시 열어야 한다. 그래야 코리아 리스크가 사라지고 섬유 산업을 비롯한 중소 제조업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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