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납품사 상생 새로운 가이드라인 제시
‘수수료 인하’ ‘세일 강제 금지’ ‘할인품목 할인폭만 입점사가 결정’ 등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외출과 소비자제 등 생활적 거리두기로 인해 국내 유통업계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국가 재난지원금 사용처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를 제외한 소상공인에 집중되면서 백화점 중심으로 전개중인 중장년층 타깃의 시니어 브랜드의 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백화점 입점 업체들은 재고 소진과 상품 세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공정위가 나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국내 유통업체와 중소 패션사 대표 등 22개사를 초청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유통-납품업계 상생 협약식’을 통해 코로나 극복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4일 취임 이후 최초로 22개 대형유통업자 및 납품업자 대표들과 만나 유통업체와 납품사가 함께 논의한 판매촉진행사 가이드라인을 발표, 유통업계의 적극적인 세일 행사를 통한 중소 납품업자 재고 소진 지원 등에 합의했다.

협약식에 참가한 A사 대표는 “기업 경찰로 통하는 공정위가 공룡 백화점의 불공정 거래를 막고 입점 업체의 에로사항을 듣기 위해 직접 자리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사와 입점업체가 함께 손을 잡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뜻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이날 협약식은 유통사가 입점사 세일행사를 자발적으로 진행하되 판매 수수료 인하까지 골자로 한 가이드 라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기존 납품업자에게 판촉비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자에 판촉비용 50% 분담 의무를 부과하고, 그 예외는 제한적으로만 인정했는데 유통사는 법 위반 우려로 판매촉진행사를 소극적으로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직시하고 이번에 새롭게 가이드라인을 구성했다..

즉, ▲대규모 유통업자가 세일행사를 기획해도 납품업자 참여는 자발적이자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 ▲ 납품업자가 할인 품목, 할인 폭만 스스로 결정하되 대규모 유통업자의 50% 분담 의무는 면제시킬 것 ▲세일행사에 적용되는 판매 수수료 인하▲행사 기간 중 최저 보장 수수료 면제▲납품대금 조기지급과 경영자금 등 지원▲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판매수수료 인하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백화점은 할인율 10%당 1%p 인하, 마트는 최대 5%p 인하하며, 행사기간 중 최저 보장 수수료 미적용 및 대금 조기지급(30일 단축) 등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쿠팡 무신사 등 온라인 유통은 판매수수료를 최대 60%까지 인하하고 쿠폰·광고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이번 가이드라인과 유통-납품업계 간 상생협약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촉진시켜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납품업계의 재고소진과 유동성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공정위의 이 같은 노력에도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 유통사가 지속되는 매출 하락에 납품업체 판매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은 물론, 무분별한 세일이 만연해진 현 생태계에서 강제성을 줄일 수 있는 지가 미지수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니어 여성복 업체 대표는 “판매 수수료 인하보다 백화점에 소비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50대부터 7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 우리 브랜드는 매장 입점객이 크게 줄고, 온라인에 취약한 소비 세대라는 특징 때문에 백화점 전체 매출이 90%나 줄었는데 국가에서 소비를 촉진시키고 중소업체를 살리겠다는 재난지원금을 백화점에서 사용 금지하는 바람에 회사가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재난지원금 형평성이 무너진 지원정책 자체가 불공정 거래라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4일 대한상의 중회의실에서 열린 입점업체간 간담회에는 백화점 및 대형 마트 온라인 유통기업 13개사(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플라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쿠팡, SSG.COM, 인터파크, 마켓컬리, 무신사)등이 참여했으며, 패션 기업 9개사(지오다노, 삼성물산, 이랜드월드, 한성에프아이, 위비스, 데무, 밀앤아이, 린에스앤제이, 엔쥬반) 및 한국패션산업협회 한준석 회장과 ·패션디자이너연합회 홍은주 회장이 참석했다.

조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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