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최재붕 교수
성균관대학교 최재붕 교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혁명의 물결이 코로나19를 만나 퍼펙트 스톰이 되어 세계를 덮쳤다. 미국에서는 미셸 오바마가 애용했던 J Crew가 파산했고 내노라하는 패션기업들이 줄줄이 파산 대기중이다. 우리 패션계도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어느새 디지털 문명에 대한 도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IT기술이 아니라 문명의 교체, 인류 표준의 변화가 핵심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류 포노 사피엔스는 아예 다른 인류가 되어버렸다. TV 대신 유튜브를 보고 은행거래도 폰으로 하며 물건도 생각나는 순간 폰으로 구매해 버리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방식의 소유자다. 1980년대 이후 태생인 M세대(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생인 Z세대가 바로 그 주역이다. MZ 세대는 특히 패션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층이다. 이들을 고객으로 맞으려면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MZ 세대 문명에 맞춰 모두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IT는 기본이고 표준이 달라져야 한다.

아마존은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맞은 포노 사피엔스 유통의 대표 플랫폼이다. 그런데 유통업계에 반란이 일어났다. 나이키를 비롯한 100여개의 브랜드가 아마존과 단절하고 직접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직접 만나는 D2C(Direct to Customers)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발이 빨리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두달에 한번씩 마음대로 신발을 골라 신으라는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포노 사피엔스들의 구매 특성에 맞춰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까지 바꾼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가구산업의 대표 이케아도 같은 방식의 D2C 비즈니스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D2C 성공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음악소비 변화를 보면 소비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음악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팬덤이 주도하는 완벽한 D2C 시장이 되었다. BTS와 ARMY의 관계처럼. 그렇다면 패션업계도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열광적 팬덤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MZ 세대는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고 자기가 신뢰하는 인플루언서를 믿고 구매하는 특성이 있다. 패션, 뷰티 업계에서 인플루언서 마켓이 성장하는 이유다. 이미 중국의 왕홍경제는 2019년 매출 1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193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생존하려면 고객에 맞춰, 데이터에 맞춰, 즉각적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체를 바꿔야한다. 팬덤을 만드는 것은 소비자의 좋은 경험이다. 고객이 열광하는 멋진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고객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가며 실력을 키워야 한다. 데이터를 축적하려면 많은 제품에 도전하고 인플루언서와 같은 상시 소통의 채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D2C는 유통구조를 줄여 가격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이래서 팬덤은 더 강화된다. 결국 축적된 ‘좋아요’가 더 큰 팬덤으로 성장하고 이것이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패션에 포노 사피엔스 표준문명을 입혀 고속 성장중인 대표 기업 중 하나가 요가복 젝시믹스로 유명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다. 이 회사는 태생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철저하게 포노 사피엔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맘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19년 세자리수 성장을 일으키며 매출 640억을 돌파하더니 올해는 새로 론칭한 위생습관브랜드의 손세정제까지 인기가 폭발하며 높은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젝시믹스로 형성된 팬덤에 생활위생브랜드, 남성브랜드, 다이어트브랜드까지 더해 지평을 넓히는 중이다. 이 기업에게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회사가 잘되니 복지혜택도 키우고 우리사주도 25만주를 나눠준다. 역시 직원과 함께 성장하자는 포노 사피엔스 기업정신이다. 신문명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자문을 맡고 지켜보는건 신나는 일이다.

생존하려면 마음의 표준을 바꾸라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류는 수십만 년간 일관된 선택을 통해 진화해왔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이미 50억의 선택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위기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코로나는 또 다시 온다. 오늘부터 내 마음의 표준을 바꾸고 도전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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