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경로를 알수 없는 무서운 역병(疫病)이 도깨비불처럼 번지고 있다. 섬유산지 TK(대구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해 혼비백산이다. 만에 하나 섬유 공장 종사자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우한 쇼크로 타격받는 중국 사태의 반사 이익이 그대로 날아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자칫 닥치고 공장 폐쇄 공포에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언론인 산케이신문이 아베 정권을 향해 “한국에서 한 수 배우라”고 일갈할 정도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어 겁나고 불안하다.

괴이쩍은 것은 중국 인접국이며 보건의료 수준이 세계 최하위인 북한에는 코로나가 없고 일본, 프랑스, 독일보다 보건의료 선진국인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글로벌 보건의료 지수를 보면 조사대상 195개국 중 미국과 영국이 1, 2위이고 한국은 9위였다.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이 50위, 프랑스 11위, 독일 14위, 일본 21위보다 한국이 훨씬 앞섰다. 북한은 193위로 꼴찌이지만 신종 코로나가 없다고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듯 처음부터 국경을 원천 봉쇄한 통제 방역이 효과를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섬산련 사무국 명분과 실리 다 놓쳤다

말을 바꿔 이 판국에 최근 우리나라 대표적인 섬유 단체 간에 아주 볼썽사나운 사생결단(?) 싸움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산업부가 실시한 ‘2020년 산업혁신인재성장사업 시행계획 공고’를 둘러싸고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와 한국섬유수출입협회(이하 섬수협) 간에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업의 주관기관 선정을 놓고 “서로 내가 해야 한다”고 각혈하듯 대립했다. 섬유패션 단체와의 화합과 단결을 주창해 온 성기학 회장이 모르는 상태에서 섬산련 상근책임자가 주도해 한국섬유수출입협회와 주관기관 선정을 두고 맞짱을 뜬 것이다.

내용인즉 산업부의 12개 사업 과제 중의 하나인 ICT융합 섬유제조과정 전문인력 양성 사업의 주관 기업을 서로 맡겠다고 나서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이 사업 목적은 미래 신산업을 선도해 다양한 산업 전문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산업에 우수한 인력을 지속 공급하는 선순환 시스템 구축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 ICT 전공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에게 1인당 100만 원씩 지원하는 이 사업의 연간 정부 지원 예산이 24억 6,300만 원에 달한다. 그것도 5년간 총 123억 원이 지원되는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다.

어느 단체나 참여가 가능하지만 선정 조건에서 ICT융합 섬유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7개 대학과 연구소 등을 컨소시엄으로 구축하는 조건이다. ICT융합 섬유 고급 두뇌 양성을 위해 타당하고 적절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대구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1년 전부터 이 사업을 따기 위해 준비해오다 섬유수출협회와 손잡고 사업 예산을 키우는 데 노력했다. 섬수협은 이 사업의 주관기관이 되기 위해 ICT융합 섬유 전공 학과가 있는 전국 7개 대학과 일부 연구소를 참여 시켜 참여 자격을 선점하고 신청을 준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섬산련이 “우리가 하겠다”고 나서면서 양 단체 간에 전대미문의 반목과 갈등이 불거졌다. 이 사업 주관기관이 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해놓고 마지막 심사 위원 앞에서 사업 계획에 따른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 왔는데 “섬산련이 왜 뒤늦게 끼어드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섬산련은 섬산련대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섬유패션 분야 인력양성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있는 우리가 이 사업 주관기관이 돼야 한다”고 맞서 마지막 지난 16일 열린 피티(평가회)에서 정면 대결했다. 결과는 사업 계획과 평가 평점이 압도적으로 앞선 섬수협의 손을 심사위원들이 들어줬다. 섬산련은 늦게 착수했지만 나름대로 만만의 준비를 했으나 참패하고 만 것이다. 이로서 양 단체 간의 치열한 사업수배 경합은 일단락됐지만 이로 인한 감정의 골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가 않다. 이긴 섬수협 측도 마음이 편치 않은 기색이지만 섬산련은 산하 단체와 경합해서 졌다는 자괴감과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어느 측이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따지자는 얘기는 아니다. 화합과 단결을 선도하며 업계를 이끌어야 할 대표 단체가 이같은 볼썽사나운 파열음을 반복해서는 안 되겠다는 기우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확실히 할 것은 섬산련은 우리나라 섬유 단체의 본산이며 사실상 큰 집이다. 섬수협은 활발한 단체 활동과 기능으로 찬사와 갈채를 받고 있지만 엄연한 섬산련 산하 단체다. 특정 사안을 놓고 형과 동생이 격렬하게 싸우면 객관적인 평가는 형을 나무라는 것이 일반적인 세태다. 산하 단체가 이미 주관 기관 선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이건 내가 해야겠다”고 끼어들었다면 결과 여부를 떠나 제삼자의 평가가 좋게 나오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섬유 단체 중 가장 활발하고 밀접하게 협력해 온 양 단체에서 왜 타협점이 나오지 않았는지 아쉽고 안타깝다. 사실 섬산련의 상근 책임자가 이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겨냥한 것이 아닌 명분과 당위성을 중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산하 단체가 신청 접수 절차와 준비를 끝낸 사이에 달려들어 경합하는 처사는 결코 평가받지 못할 일이었다. 이 사안이 불거지자 많은 섬유 단체와 업계 인사들이 “섬산련이 이겨도 말이 나고 져도 말이 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싸움을 한다”고 걱정했다. 이기면 “산하 단체 사업을 빼앗았다”고 할 것이고 지면 시쳇말로 "쪽 팔렸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토사곽란에 소독약 바를 때 아니다

이유야 어느 나변에 있건 결과는 후자가 되고 말았다. 또 하나 특이할 것은 이번 사업의 주관 기관 선정을 두고 섬산련과 밀접한 관계인 산업부 주무과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킨 사실이다. 산업부 낙하산 인사 임원이 두 명이나 있는데도 산업부 주무과가 사안의 특성상 섬산련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오동나무 잎 떨어지면 가을인 줄 알아야 하듯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고 지원했으면 명분도 실리도 잃은 이 같은 결과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ICT융합 섬유제조과정 전문인력 양성 문제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 국내 섬유산업 전반에 토사곽란이나 생사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무너지는 대들보보다 서까래 만질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이다. 공멸하는 섬유 산업을 살리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전력투구해야 할 곳이 섬산련 사무국이다. 종갓집 큰 형답게 추위 타는 동생 단체들을 돌보며 산업 부흥에 매진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시는 산하 단체와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하며 섬유패션 산업을 살리는 싱크탱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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