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최근 “2019년 전방부대에 새로이 보급된 패딩형 동계점퍼가 작게 제작되어 일부 병사에게 미지급되었다”라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바가 있다. 필자는 의복치수 전문가로서 과거 군복의 치수체계를 정립 사업에 참여한 경험 등으로 패딩형 동계점퍼의 치수체계에 관한 사실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투복을 포함한 군복은 고도의 특수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일종의 특수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민간 의류보다 더 정교한 치수체계를 가지고 있다. 군복의 치수체계는 크게 4가지로, 최고피트성, 고피트성, 중피트성, 저피트성으로 분류된다. 패딩점퍼는 인체의 최 외곽에 입는 의류로 저피트성으로 분류되며 90에서 125까지 5단계씩 총 8개의 의류치수 체계로 설계되었다.

또한 이번 패딩점퍼의 치수체계는 일반인들이 입는 유명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의 상용화 패딩점퍼의 디자인과 패턴 등 설계 데이터를 참고하여, 장병들의 운동복 위에 착용을 가정하고 여유량을 정하여 각 치수별 패딩점퍼를 설계 하였다. 따라서 동일 의류치수를 기준으로 운동복보다 가슴둘레는 10cm, 밑단은 12cm 크게 제작되었다. 따라서 패딩점퍼 자체의 피트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딩점퍼가 작다는 장병들의 불만이 야기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은 착용상의 심리 고려 문제이다. 특수복은 목적에 따라 최적 조건으로 설계되고 착용 방법이 정해진다. 패딩점퍼는 겨울철 병사들이 영내활동 시 동운동복 위에 착용하는 목적으로 설계가 되었는데 일부 병사들은 패딩 안에 방한복 상의 내피(일명 깔깔이)를 끼워입고 착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는 사회에서 유행하는 옷 착용 스타일보다는 야외활동이 많은 군생활의 특성상 따뜻함에 중점을 두고 많이 끼워 입고자 하는 병사들의 심리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여유량이 줄어들어 당연히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은 이러한 착용방법에 대해서도 기준을 체계적으로 세우고, 장병들에게 잘 안내 해야 한다.

또 하나의 개선점은 조달의 문제이다. 보급단계에서 일부 납기 지연도 있었지만, 세심한 계획에 기반한 원활한 보급이 되지않아 개인 분배가 지연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잘 설계된 군복이라 할지라도 장병 개개인에게 각자의 체형에 적합한 군복을 적기적소에 공급하지 못한다면, 그 군복이 해당병사에게 맞을 리가 만무하다. 병사별 동계점퍼 적정 호수와 업체에서 납품한 물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대별로 분배를 했더라면 병사들의 만족감은 더 컸을 것이다.

마지막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부대별, 지역별 장병 개개인의 치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번 계측되어 저장된 데이터는 군피복류 지급에 한 번 사용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데이터 시대에 이런 일이야 말로 엄청난 기술의 개발이나 도입 없이도 당장 가능한 아주 기초적인 일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조달계획이나 적기적소에 대한 공급은 혁신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패딩형 동계점퍼 문제는 그 자체가 작게 제작 되었다기보다는 병사 심리를 미고려한 착용 기준 선정, 조달 관련 통제 미흡 등으로 야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군은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 피복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정한 투자 및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확보한 국가의 예산으로, 혹독한 추위와 싸워가며 군 임무에 여념이 없는 모든 부대의 장병들에게 동계용 패딩점퍼가 지급되었다는 것은 정말 뜻 깊은 일이다. 특히 민간의 패딩 점퍼를 장병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은 군에서 볼 때는 매우 혁신적인 발상이다. 혁신을 이루는 과정 중에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패딩점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제기되어 군을 나무란다면, 앞으로 이런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복지부동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패딩점퍼 지급같이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고 오히려 군 당국이나 장병들에게 크게 격려 받아야 할 유익한 일이다.

아무쪼록 이번에 제기된 문제가 본질적으로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며, 시급히 문제들이 해결되어 장병들의 맡은 바 임무 수행과 함께, 따뜻한 겨울나기를 기대해 본다.

2020. 2. 박창규,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ISO(국제표준화 기구) 의류 치수체계 기술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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