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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본브랜드만 아니면 된다?
조정희 기자  |  silky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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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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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학부형으로부터 웃지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전 아들이 학원에 갔는데 학원 선생님이 “그 옷 일본꺼 아니냐”며 “일본 브랜드 옷 입고 다니지말라”고 했다며 “왜 일본옷을 사줘서 창피를 당하게 하느냐”고 아들로부터 볼맨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해당 의류는 다름아닌 ‘다이나핏(Dynafit)’이었다. 국내 브랜드가 일본 브랜드로 둔갑하는 어이없는 순간을 경험한 이야기는 이뿐 만이 아니다. 내셔널 브랜드와 라이센싱 브랜드의 구분이 쉽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자국산 브랜드만 선택하도록 강조하는 분위기는 소위 ‘반일감정’으로 불거진 유니클로의 광고로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다.

2년전 조인성을 모델로 공격적인 홍보를 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시켜온 스포츠 캐주얼핏이 일본브랜드로 오해받는것은 반일감정의 과잉이 낳은 부작용이다.

유니클로 사태로 인해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는 곳은 다이나핏 뿐만이 아니다.
‘눈치 보느니 아예 안사겠다’는 심리가 늘면서 국내 내수 패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 패션 기업들을 중심으로 2019년 10월 결산 매출액이 전년대비 역신장한 곳이 90%가 넘는다. 역대 최대 수치다.

해마다 신장을 못해도 전년대비 보합세는 유지했다는 캐주얼 1위 브랜드 A사는 “연말 실적 공개 자체를 못하겠다”며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큰 고민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최악의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반일감정’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모사가 일본기업인 A사는 전 세계 라이센싱 매출의 80%를 한국이 주도할 정도로 승승장구해왔지만 올해 들어 불어닥친 반일감정에 유니클로의 광고 스캔들로 인해 역대 최악의 역신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이 브랜드가 승승장구해 온 비밀은 다름아닌 국산 소재와 국내 생산라인 고집 덕분이었다. 전체 생산품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생산하며, 우리 섬유기업들의 우수한 기능성 소재와 봉제 가공 공장을 고집해 우수한 퀄리티를 유지해오는 전략 덕분에 뛰어난 상품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며 수년간 노세일 전략에도 꿋꿋이 매출 상승과 상품 퀄리티를 인정받았다.국내 토종 브랜드가 중국생산과 중국 소재에 매달려 있는 동안 오히려 한국의 우수한 소재를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탄탄히 구축하며 고급화전략을 추구해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일본산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은 오히려 해외 브랜드 도입의 양산을 낳았다.
유니클로의 반사이익을 노렸던 탑텐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그 반증이다.

오히려 해외 브랜드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소비자 해외 직구 시장은 지난 2018년 87억에서 내년 2020년에는 20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달 삼성동 파르나사몰에 오픈한 미국발 체험형 코스메틱 전문매장 ‘세포라(SEPHORA)’는 오픈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평균 내방객만 500여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만난 20세 여성은 “오픈일만을 기다렸는데 세계적인 가수 리한나(Rihanna)의 화장품을 보러 왔다”고 했고 32세 직장인 남성은 “해외 직구로 구매했던 남성 헤어 제품이 잘 구비돼있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서 자주 들른다”고 했다.

세포라는 서울 명동 롯데 영플라자, 신촌 유플렉스를 비롯 내년 10개점까지 늘리며 전국 상권을 강타할 전망이다.

심리학에서 자주 쓰는 용어중에 '혜안편파(hindsight busas)'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결과를 알고 난 후에야 자기도 그런 결과를 예측할수 있었다며 자신의 눙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소비인식에서도 혜안편파는 자주 등장한다. 특정한 트랜드가 올해의 트랜드로 선정되면, 해당 트랜드 연관 제품 매출이 급상승 하는 궁중심리가 그것이다. 이미 일어나지 않은 유행을 미리 유행 될 것이라는 예측과 인식의 전제하에 구매가 결정되는 쏠림현상이 낳는 결과다. 이러한 소비인식으로 인해 무분별한 외산브랜드 수입 확산 역시 부추기고 있다. 이는 우리 토종브랜드의 자립을 힘들게 하고 정부가 연간 수백억을 지원하는 K패션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일본 영화 등 문화컨텐츠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유독 '패션'에만 냉혹한 우리의 소비문화가 과연 옳은 방향인지 다시한번 되짚어 봐야한다.

조정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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