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M 차별화 소재 사업 인수한 김해규 TK케미칼 사장

-‘(주)한국섬유산업’ 위한 소명 대승적 결단 자부
-직물 업계 값싼 수입사 선호, 국내산업 붕괴 자초
-국내 화섬 산업 무너지면 염료 답습, ‘순망치한’ 필요
-직물업계 범용품 수명 다해 고부가가치 차별화 전환을

코오롱그룹의 모태사업이자 가업인 화섬사 사업을 접은 충격이 예상보다 빨리 수습되고 있다. 코오롱머티리얼의 핵심 알짜기술인 차별화 소재 사업을 TK케미칼이 인수키로 협약을 맺어 국내 소재 산업에 그나마 안도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화섬메이커도 일부 눈독을 들였지만 그보다는 베트남, 인도, 태국 심지어 일본 화섬업체 일각에서도 욕심을 낸 차별화 소재 기술력이 다행히 해외로 유출되지 않게 됐다.
코오롱FM과 거래해온 수많은 국내 니트 및 화섬 직물 업체들이 노심초사하며 지켜본 가운데 대표적인 화섬 기업인 TK케미칼이 이를 품에 안은 것이다.
“코오롱FM이 갖고 있는 차별화 소재의 노하우를 해외로 유출시킬 경우 화섬 메이커 차원이 아니라 수요업계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물론 저희 TK케미칼도 차별화 소재와 병행해 포트폴리오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 직물 업계의 차별화 전략을 위해서도 저희가 인수한 것은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코오롱FM의 차별화 소재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수면 아래서 전력투구해 성사시킨 일등공신 김해규 TK케미칼 사장은 TK케미칼 차원을 떠나 “한국 섬유산업을 위한 대승적인 결단”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금년 초부터 한국의 섬유산업의 상징이며 견인차인 코오롱그룹의 화섬 사업 영업 중단이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어려우면 62년 가업을 포기하겠는가”하는 동병상련을 실감하면서 “경쟁국에 미사일을 건네줄 수는 없다는 절박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득달같이 코오롱FM과 접촉을 갖고 화섬 직물 소재의 보루인 차별화 소재 사업만은 해외유출이 돼서는 안 되며 누가 하든 국내 화섬업체에 넘기는 것이 순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과 베트남의 공세 속에 범용사 부문은 규모경쟁과 가격경쟁이 어렵지만 코오롱이 갖고 있는 차별화 소재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에서 국내 화섬업체 여러 곳에서 검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이어 섬유 강국으로 급부상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업체는 물론 일본의 화섬업체까지 욕심을 내고 접근했다.
코오롱FM 측은 차별화 기술과 설비, 거래선, 특허 모든 것을 매각한다는 원칙 아래 부메랑으로 돌아올 해외 매각보다 국내 업체 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TK케미칼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물밑에서 코오롱FM 측과 인수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대구 산지 단체장과 원로들에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실수요자들 모두가 해외유출은 안 된다는 컨세서스를 확인했어요. 결국 저희 회사가 인수한다는 협약식이 공개되자 대구와 경기 지역 섬유업계에서 아주 잘됐다고 안도감을 표시하더군요.”
김 사장은 코오롱FM의 차별화 소재 사업을 인수한 것은 다각경영을 전개하고 있는 SM그룹의 총수 “우오현 회장의 섬유산업에 대한 강한 집념과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고 귀띔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TK케미칼은 폴리에스테르사와 버틀칩, 스판덱스를 포함해 종합 화섬 메이커지만 범용사 비중이 다소 높은 편입니다. 이제 차별화 소재와 병행하여 경영활동이 쾌속 질주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코오롱FM이 갖고 있는 차별화 소재 중 간판급 차별화 소재인 흡한속건 쿨론은 시장 장악력이 45%에 달한 황금알이다. 또 ATB-UV+(항균)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99.9%의 항균 기능을 갖춘 미래형 섬유이다. 이어 해도사(로젤)는 머리카락보다 30배 이상 가늘고 부드러워 천연 피혁 소재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위기의식은 모두가 공감한 현실입니다. 니트 직물과 화섬 직물 업계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못하거나 안 하는 부가가치 제품에 포커스를 맞춰야지 범용제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니트 직물, 화섬 직물 업계 모두 원사값 10원, 20원 깎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차별화 제품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존립 차제가 불가능하다고 충고한다.
“얼씬하면 가격을 올리고 수급을 조절하는 중국산 염료에서 보듯이 국내 화섬 산업이 무너지면 화섬사 역시 염료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정신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어요.” 라며 “지금처럼 가격이 조금 싸다고 너도나도 중국산 등 수입사를 선호할 경우 국내 화섬 산업 붕괴는 시간문제이며 이렇게 될 때 중국이 독점한 염료 처지가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 뼈 있게 지적한다.
“김 사장은 TK케미칼이 코오롱FM의 차별화 소재 사업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수요업계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확대 강화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어렵지만 섬유산업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섬유 기업인 모두가 신념을 갖고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협약식을 가진 코오롱FM의 차별화 소재 사업 인수에 따른 본 계약을 이달 중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한국의 대표적인 종합 섬유메이커인 동국무역 그룹의 동국방직을 시발로 동국합섬의 후신인 TK케미칼의 최고 경영자로 우뚝 선 현재까지 30년 간 면방, 무역, 화섬 산업을 두루 섭렵해온 김 사장은 탁월한 경영능력은 물론 뛰어난 판단력과 친화력을 겸비한 외곣 섬유인으로 통한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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