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줄초상 불 보듯… 비상구는 스트림 간 ‘상생정신.’

-코오롱 사태 산업 弔鐘 신호탄 전 스트림 확산
-의류 벤더·패션기업 국산 소재 사용 적극성 시급
-산업 비상사태, 주무 당국·단체·연구소 오불관언
-中, 대만 업계 풀가동, 일본도 직기 쌩쌩 돌아가 대조

-국내 화섬·직물·염색업계 소재 차별화, 가공기술 개발이 살길.
-의류 벤더·패션기업오너, 국내 소재 산업 무너지면 ‘순망치한’

 

 국내 섬유산업이 총체적으로 백척간두 풍전등화에 몰리고 있다. 설마 했지만 코오롱 그룹이 모태 사업인 화섬 산업을 포기하면서 한국 섬유산업의 조종(弔鐘)을 향해 신호탄을 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망망대해 편주(片舟) 신세가 된 우리 섬유산업이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앞뒤가 막막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규가 어제오늘에 나부낀 것은 아니지만 조종이 이토록 빨리 울릴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폐일언하고 우리 섬유산업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업계의 안일함과 정부의 무관심, 연구소와 관련 단체의 무능이 한데 어울린 합작품이다.
물론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는 것을 막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쇠락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시간은 조절할 수 있었다.
업계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하는 봉건적인 천수답 경영으로 안주해왔다.
세계 섬유 시장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후발국이 미사일 속도의 급성장은 물론 이웃 일본 같은 선진국까지 고도화 전략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규모경쟁을 앞세운 무차별 공략의 중국과의 가격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중국이 못 만들거나 안 만드는 차별화 전략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다.
중국 앞에 모두가 주저앉아야 하지만 대만 화섬업계는 당당히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나의 예증으로 중소가연업체를 시발로 나일론원사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한 대만의 화섬메이커 ‘직센’은 지금 이 순간도 6월 말까지 오더가 풀부킹된 상태라고 한다.
중국이 못 만드는 화섬사 차별화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 후꾸이 산지도 1인당 국민 소득 4만 달러시대에 직기가 쌩쌩 돌아가고 있다.
물론 일본도 과거 한국에 화섬산업의 주도권을 일시 뺏긴 후 섬유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섬유를 옷이나 실로만 보던 시각을 바꿔 고기능성 의류용뿐 아니라 탄소섬유를 비롯한 첨단섬유가 주요한 소재산업이란 것을 인식하고 섬유 정책이 바뀌었다.
대학에는 유명한 섬유과가 인기를 모으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했다.
도레이가 개발한 탄소섬유는 보잉사 항공소재로 20년간 장기계약이 돼있고 자동차소재로 유럽 자동차메이커에 대량 공급하고 있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이 집중육성을 강조한 수소차에 들어가는 특수 멤블레인 소재도 섬유이고 이 소재가 자동차 한 대에 우리 돈 2000만원 상당의 첨단 섬유 소재가 들어간다고 한다.
일본은 아베 정권 들어서도 섬유산업의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설비 자금을 대거 지원해 자동화 설비로 개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의류용 고기능성과 산업용 섬유의 무한한 잠재력을 외면한 채 “죽건 살건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사실상 내팽개치고 있다.
이미 알게 모르게 중증상태이었지만 코오롱FM의 화섬 산업 포기선언으로 더욱 포만화 된 공멸 위기에도 무관심 속에 아무런 대안이 없다.
상황이 이쯤 되면 주무당국부터 코오롱의 포기선언 원인이 무엇이며 이것이 타 화섬업체에 어느 정도 전이됐는지 실상을 파악해야 했다.
원사 메이커가 무너지면 수요자인 화섬 직물과 니트 직물 등 허리 부문이 함께 동반죽음을 당할 것에 대비한 걱정 속에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산업이 이토록 혼수상태에 빠진 걸 훤히 보고 들었다면 적어도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백면 서생들이 탁상공론이야 그랬다 손 쳐도 당장 타격을 입은 화섬협회를 제외하고 그 많은 섬유 단체나 연구소도 도통 강 건너 불구경이다.
각자도생의 냉엄한 현실에서 섬유산업 공멸을 막기 위한 고단위 처방을 위해 업계와 단체·정부가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국제섬유신문이 다시 한번 엄숙히, 그리고 간절히 요청한다.
우선 화섬, 면방, 사가공, 제·편직, 염색가공 업계 스스로 차별화 신소재 개발과 가공기술개발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동시에 국내 각 스트림 간 주체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멀리 가기 위한 상생 정신이 발등의 불이다.
한마디로 해외에 대규모 소싱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의류 벤더 오너들부터 제발 국산 소재 사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주길 바란다.
내수 패션브랜드 오너들 역시 같은 품질, 같은 값이면 국산 소재를 사용하도록 실무진을 채근해줄 것을 거듭 요구한다.
결코 수입 소재보다 품질 나쁘고 가격이 비싼 제품을 사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가격이 비싸면 낮춰달라고 하고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할 용의가 있음을 국내 소재 업체들이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
화섬원사에서부터 제·편직, 염색, 사가공, 후가공 전 공정 스트림이 수입산과 같이 가격 맞출테니 국산소재로 전환해주길 거듭 요구한다.
중국과 대만 의류벤더들은 자국산 소재가 좀 비싸도 기꺼이 감수하고 자국산을 사용한다. 굳이 국민성까지 거론할 것은 못되지만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국내 소재산업이 붕괴되면 중국산 원사나 원단 가격이 폭등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순망치한의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원사나 직물업체들도 감나무 밑에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벤더 회장, 패션브랜드 회장을 찾아가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이미 ‘갑’이 된 의류벤더나 패션브랜드 회장이 가만히 있어도 싼 물건 골라서 살 수 있는데 그들이 사정하며 찾아나설리 없다.
두드리지 않고 문이 열릴 수는 없다. 대패질하지 않고 매끈한 나무를 기대할 수 없다.
우선 정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혼수상태에 빠진 우리 섬유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팔소매를 걷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득달같이 실상을 파악하고 응급조치에 나서야 한다. 신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용인원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다. 다 죽고 난 다음 북새통을 쳐봐야 사후약방문이다. 제발 하로동선(夏爐冬扇)의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섬유산업 비상사태다. 비상사태 때는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조도 같은 맥락이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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