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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벤더 ‘순망치한’ 정신 아쉽다---------------<脣亡齒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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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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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괴이쩍다. 경제인은 물론 저잣거리 마실 나온 사람까지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장탄식을 한다. 도처에서 터져 나온 곡소리를 정부· 여당만 눈감고 귀 막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정권도 아니고 소통의 달인이라는 문 대통령 정권에서 기업인의 울부짖는 절규를 못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소득 주도 정책의 취지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전 국민의 25%가 자영업자인 나라에서 소득 주도 정책의 방향 설정은 맞다. 하지만 시장은 인위적으로 권력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통계가 말하고 체감경기가 나빠 가는 길이 막혔다면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대다수 중소기업은 피가 마른다. 목청 높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만 절규하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현장은 일감이 없고 고임금, 근로시간 단축으로 망망대해 편주(片舟) 신세나 다름없다. “나가야 산다”는 유행어처럼 그래도 나갈 수 있는 기업은 처지가 낫다.

 

녹초 된 섬유산업 망망대해 편주 신세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그동안 섬유 기업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5800개 기업이 엑소더스 했다면 대다수 알토란 기업은 다 나갔고 쭉정이만 남은 셈이다. 물론 해외 탈출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면방업계의 대규모 추가 탈출이 본격화하고 제직· 편직업체들도 비록 막차지만 능력만 되면 하루라도 빨리 갔으면 하고 갈 곳을 물색 중이다.
솔직히 중소기업 대다수가 대동소이하지만 섬유산업은 사실상 이미 녹초가 된 상태다. 지난 20년 가까이 중국이란 장강의 뒷물에 밀려 앞물인 우리의 섬유산업이 이나마 살아남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화섬· 면방· 제직· 편직· 염색· 사가공 전 스트림에서 중국의 규모 경쟁 앞에 줄초상 위기를 딛고 용케도 잘 버티어 왔다. 반세기 가까운 노우하우와 세계 200개국에 쌓아놓은 거미줄 같은 시장망에 한국인 특유의 집념과 순발력으로 버티어 왔다.
그러나 혁명적이고 파격적인 전환점이 없는 한 약발이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고 있다. 봉제산업이 공동화(空洞化)된 지 20년 만에 어거지로 버티어 온 허리 부문인 직물산업이 급속히 망가지고 있다. 대구 산지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고 아시아의 니트 메카를 표방하던 경기 북부도 어둠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관련 스트림도 한꺼번에 균열이 가기 시작해 심하게 휘청이고 있다. “안에서 깨진 쪽박 밖에서도 샌다”고 전성기 370만 추 규모의 면방설비가 축소지향으로 일관해 겨우 50만 추대로 급감한 설비까지 위기에 처했다. 7· 8월 비수기가 지나고 9· 10월부터 내년 S/S용 성수기를 기대했으나 경기가 지랄 맞게 뒤틀리고 있다. 면방회사마다 줄이고 줄인 생산설비에서 나온 코마사 재고가 차고 넘쳐 요즘 수백만 kg의 재고에 비상이 걸렸다.
7· 8월에도 코마 30수 가격이 고리당 700달러를 유지했고 9월에 680달러 하던 가격이 630달러로 폭락했다. 이마저 수량에 따라 가격조정이 가능한 실정이다. 한국계 베트남 공장도 재고가 쌓이고 가격은 한국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국제 원면값이 미· 중 무역전쟁 여파로 크게 내렸고 약삭빠른 인도 면방업계의 투매경쟁 속에 의류벤더의 오더 상황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섬업계 사정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사실상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 화섬업계는 폴리에스테르직물 수출과 내수가 호조를 보여 원사값을 계속 올리지만 국내 사정은 다른 양상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 추세를 타고 원료인 PTA 가격은 급상승한 데 반해 원사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상반기에만 각 사마다 10~20억 원씩 적자를 봤다고 한다.
사정이 이같이 어렵게 돌아가자 수요업계의 장기불황에도 아랑곳 않고 9월에 원사값(PEF)을 파운드당 50원을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무리하게 100원을 올리기로 작정하고 거래선에 통보했다. 이 정도는 올려야 PTA 값 상승을 커버할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직물업계의 불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요업계 사정 봐주다 “자신들이 못 견디겠다”고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업계인 니트 직물과 화섬· 교직물업계 사정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는 사실이다. 내수 시장은 이미 거덜 난 지 오래이고 수출시장이 여전히 엄동설한이기 때문이다. 대구 직물업계의 경영상황이 끝 간 데 없이 악화되자 대구 직물업계의 버팀목인 대구 비산 염색공단 입주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대구염색공단이 무너지면 대구 직물산업은 와르르 붕괴되는 것이 시간문제다.
작금의 시장 상황은 대구 우븐 직물보다 니트업계 사정이 더욱 어려운 처지다. 경기 북부 니트 직물업계가 오더 가뭄으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니트 직물은 PD나 프린팅 가리지 않고 동반 흉년이다. 터키· 이란· 중남미 시장까지 모두 모질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국내 섬유업계에 파산의 불길이 언제 어디서 발화할 것인지 숨을 죽이고 있는 형국이다. 사방에 인화 물질이 널려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이 국내 섬유스트림간 협력 정신이다. 어렵지만 잘 나가는 의류수출벤더들과 국내 소재 업체들이 동반성장의식을 갖고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자세다. 의류벤더들이 같은 값이면 국산 소재를 사용해 국내 산업을 지원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산 소재를 지금보다 10%만 더 써도 소재 산업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순망치한’ 벤더 오너가 결단해야

물론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 먹는다”고 했다. 가격이 비싸거나 품질이 나쁜 제품을 국산이니까 사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일본 유니클로가 도레이 원사와 후쿠이 직물을 우선 채택한 것처럼 우리 벤더들도 이런 정신이 필요하다. 일본은 물론 중국 벤더들은 면사값과 원단값이 한국산보다 다소 비싸도 자국산을 우선 구매한다. 한국 벤더들도 이점을 고려해 국산 소재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 벤더들이 미국과 유럽 유통 바이어들의 가격 후려치기에 고통받는 어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원사· 직물산업이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으니까 중국산 섬유 소재 가격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소재 산업이 붕괴되면 중국산 소재의 폭리 횡포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같은 값이거나 설사 한 두 푼 비싸도 국산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벤더 오너의 결단이 선행조건이다. 실무진에 지시해본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흐르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이가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벤더 오너들이 앞장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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