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공멸 위기… 살아남아야 승리자다
-대구 경기 북부 산지 비수기 오더 전멸 가동률 50%
-염색공단 여름휴가 끝나도 가동 못 한 업체 수두룩
-“얼마 남길까” 아닌 “얼마 더 밑지나” 싸움 악순환
-수출· 내수 불황, 고임금· 인력난· 산업용 전기피크제 사면초가
-자동화· 차별화 투자로 위기극복 2년 후만 잘 버티면 호전 기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대구 염색산업단지가 하기 오버홀로 인한 4일간의 휴무 기간을 끝내고 6일 아침부터 열병합발전과 폐수처리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갔을 때다.
123개 입주 염색업체 중 일부 시설 개 보수업체를 제외하고 120개 공장(임대공장 포함)이 스팀을 공급받아 일제히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날 가동에 들어간 업체는 102개 공장에 불과한 채 18개 염색업체가 공장 가동을 하지 않았다.
염색 가공할 물량이 없다 보니 하기 일괄휴무를 핑계 삼아 며칠 더 공장 가동을 연기한 것이다.
대구 염색공단이 가동된 지 40여 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이날 하기 일괄 휴가를 끝내고, 정상 가동에 들어간 염색공장도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면 500kg 용량 솥에 300kg을 끓이거나 300kg 용량 솥에 200kg만 담아 염색하는 공장이 수두룩해 실제 가동률은 50~60%에 불과한 실정이다.
니트 직물과 화섬· 교직물업계에 차별화 화섬사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가연업체 중 한 곳도 지난주 8월 2일 대구 섬유업계 일괄 휴가 때 전례 없이 40년 창업 역사상 일주일 동안 전기를 끄고 가장 긴 일괄휴무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추석과 설에도 직원들을 교대근무 시키며 연중무휴가동을 유지해 온 기업이지만 올여름 불황이 최악의 국면을 보여 실이 나가지 않자 불가피하게 억지휴무를 실시한 것이다.
국내 섬유산업의 허리 부문을 지탱하고 있는 니트 직물과 화섬· 교직물 경기가 말라버린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이 급속 냉각돼 이처럼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염색공단의 가동률 참상이 바로 직물경기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대구 직물업계와 경기 북부 니트 직물업계가 마의 비수기인 7월보다 8월이 더 힘들다고 아비규환이다.
오더 기근으로 제직업계와 편직업계 가동률이 50% 수준인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의 비수기인 7· 8월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미국 시장이 좋다고 해도 온라인이 유통을 지배하면서 가격이 급락해 채산에 한계가 온 지 오래다.
의류· 직물업체 가릴 것 없이 바이어와 상담 과정에서 “얼마를 남길 것”인가를 계산하기보다 “손해를 얼마만큼 줄일 것”인가를 놓고 줄다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남미· 중동· 터키 시장 모두 싹수가 노랗게 변했다.
달러 부족과 환율추락으로 바이어 구매력이 떨어지고 이란은 미국의 제재까지 시작돼 두바이 중계 무역 시장부터 마비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바깥 시장은 더욱 악화되는데 반해 우리 내부 상황을 점점 기업할 수 없는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천국이 되고 주 52시간 단축 근무와 토요일 휴무 일정이 몰고 올 중소 제조업의 임금 부담은 더욱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7· 8월 비수기가 지나면 섬유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녹록지 않다. 막연하게 7· 8월 비수기가 지나면 9월부터 성수기가 올 것이라는 천수답 사고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시장은 경쟁력이다. 우리 섬유산업이 품질· 생산성· 가격 경쟁력 모두 급속히 상실해가고 있다.
품질에서 비교우위도 없고 생산성은 형편없이 떨어지면서 임금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10배가 높은 구조를 극복하는 길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지시로 가정용 전기료는 내린다고 하지만 산업용 전기료는 혜택은커녕 피크타임제로 평소보다 30%나 더 비싸다.
중소 사가공업체 중의 하나인 모 가연업체는 7월 한 달 매출이 1억 4000만원인데 반해 전기료가 8000만원에 달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 원가를 감안하면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가 늘어난다. 결국 8월 들어 공장 문을 닫고 말았다.
한마디로 섬유를 비롯한 중소 제조업의 공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6.4% 최저임금 인상 당시 국내 중소 제조업의 수명을 5년으로 봤지만 내년에 10.9%가 또 오르고 근로시간 단축이 실현되면서 그 파장으로 수명이 더욱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기업 생존의 관건이다.
처방은 사람 줄이면서 생산성 늘리고 차별화· 특화 전략에 올인 하는 길뿐이다.
투자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요술은 없다.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곳간에 남은 여력을 총동원해 자동화 투자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몸체 큰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틈새시장은 지구촌 곳곳에 널려 있다.
강한 신념을 갖고 전력투구하면 시장을 열리게 돼 있다.
전 세계에 확보한 광활한 시장과 한국 기업의 순발력, 노우하우가 강점이다.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순환기적 경기지표에 의존하던 천수답 경영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이제는 호황은 없고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불황으로 알고 대비해야 한다.
이제 기댈 곳도 비빌 곳도 없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실종된 지 오래고 그 많은 협회와 연구소, 조합도 제 살길 찾기에 급급하다.
각자도생이 최선의 경영전략이다. 그래도 앞으로 2년만 죽지 않고 잘 버티면 영생할 수 있다. 2년 후 시장 상황은 많이 나아질 전망이다. 쉽지 않지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해야 한다. 살아남는 기업이 승리자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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