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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기업 살리는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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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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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다. 경천동지할 대북문제와 지방선거에 이어 1% 기적을 이룬 월드컵 반란에 환희와 흥분으로 날밤을 새웠다.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도처에 가려져 있던 뇌관과 해저드가 잠복하고 있다. 당장 먹고 사는 경제 문제에서 사방에 인화 물질이 널려있다.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고 우선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올랐다. 금리를 안 올리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올리자니 1500조 가계대출이 시한폭탄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설상가상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 경제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돼 있다. 국제 유가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우리 내부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최저임금인상 여파로 고용 참사가 빚어지고 있다. 얼은 발에 오줌 누기로 잠시 미뤘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후폭풍이 겁난다. 이같이 화마가 난무하는 극한의 위험지대에서 새로 부임한 청와대 경제 수석의 구원투수 역할이 궁금하다.

 

떡 쌀 담근 광림통상 파산 충격

나라 안팎으로 살얼음판이 짙게 깔려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섬유 패션업계인들 좋은 징후가 없다. 기업하기 팍팍하고 고통스럽다 보니 예전에 보기 드문 극단적인 사태까지 불거지고 있다. 한 달 전 니트직물 전문업체로 승승장구하면서 베트남에 봉제공장까지 세운 세인트상사 이승용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의욕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봉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적자가 누적되자 이를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수많은 거래선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죽을 각오로 전력투구하면 재기할 수 있는 것이다. 
충격적인 소식은 이뿐 아니다. 국내 10대 의류벤더 중 하나인 광림통상이 경영난에 봉착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했으나 결국 재기 가능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회생절차 폐지 명령이 내려졌다. 회생절차 개시 명령이 내려진 지 3개월 만에 회생 가능성이 안 보여 법원이 파산 결정을 내리게 됐다. 근거는 조사위원인 우리 회계법인이 광림통상의 청산가치를 138억원으로 본 반면 존속가치를 22억원으로 산정해 법원이 재기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창업 30년이 된 광림은 그동안 윤광호 회장 주도로 외양적으로는 잘 나가는 의류벤더로 촉망받았다. 그러나 기업 내용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외형에 치우친 적자경영이 심했고, 금융을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써왔다. 국내 벤더끼리 치열한 제살깎기 경쟁으로 채산이 악화된 데다 주 거래선인 ‘포에버 21’의 수출 대전 결제지연으로 자극압박이 심했다. 급기야 지난 2월 설 명절에 수출 대전 네고 차질로 베트남공장 임금지불을 못하면서 근로자들이 파업 농성을 벌였다.
베트남 공장 임금 체불은 국가 신임도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결국은 베트남 정부가 임금을 대신 지불하면서 공장 소유권이 베트남 정부로 넘어갔다. 인도네시아 공장도 채권정리로 넘어갔다. 덜컹거린 거래선에는 오더를 주지 않는 바이어들의 외면으로 버틸 재간이 없었다. 거래 바이어 중엔 딜리버리 지연을 내세워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까지 들어왔다. 나름대로 미수채권을 조금씩 회수해 직원 급료와 퇴직금은 해결했으나 직원들로부터 노동부에 고발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돈은 없고 대다수 바이어들은 거래를 끊어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윤광호 회장이 3개월여 악전고투 노력했지만 불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리고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광림이 갚아야 할 수 백억원의 상거래 채권도 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윤 회장 개인이 갖고 있던 모든 부동산도 담보로 들어갔고 타워팰리스 자택도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 한편 윤광호 회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별도법인으로 운영 중인 과테말라 법인은 정상가동하고 있다. 주 거래선인 ‘포에버21’에도 거래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진다. 규모는 줄어도 명맥을 유지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다만 회사가 파산되고 수많은 상거래 채권 피해를 고스란히 남기고 정작 본인은 과테말라와 미국에서 기업을 영위하는 것이 정직한 행동이냐에 대한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는 어음을 발행하지 않아 부도가 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출입국은 자유로운 처지다. 하지만 수많은 상거래 채권자들의 피눈물을 어떻게 보상할지 원망과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세인트상사와 광림통상 사례를 지켜보면서 섬유 패션업계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험로임을 실감케 한다. 지난 20~30년간 고도 성장의 상징이었던 의류 수출벤더들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떨칠 수 없다. 광림통상 사태를 계기로 벌써부터 중견 의류벤더 몇 곳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당사자들이 쉬쉬하고 있어 구체적인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원매자를 찾는다는 소문이다.
잘 나간다는 벤더가 이럴진대 다른 스트림은 오죽하겠는가. 국내 최대 염색단지인 대구 비산염색공단 입주업체 중 주 5일 가동 물량마저 없어 4일 가동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예 가동을 못한 것은 물론 금요일부터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가 생길 정도다. 불황일수록 딜리버리가 급하게 들어와 월· 화 이틀 가동하고 수요일 세우고 목· 금요일 가동하는 웃지 못 할 참상이 지금 서 있는 현주소다.

 

생산현장의 피 말리는 인력난

그럼에도 더욱 억장이 무너진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마다 사람 줄이는 것이 유행인 상황에서 정작 생산 현장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국인 근로자는 아무리 찾아도 오지 않아 인력난이 돈보다 더 급한 상황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며 월 380만원까지 지급하고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지만 이마저 마음대로 구할 수 없다. 정부가 올해도 전체 제조업에 4만 2000명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했지만 수요가 많아 3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전국 1인 이상 섬유 제조업체 4만여 개에 종사하는 30만 명 근로자 외에 1만 2000명이 부족한 것이다.
아무리 각자도생 시대라고 하지만 정부가 내국인이 오지 않는 생산현장에 외국인 쿼터라도 과감히 늘려 남아있는 기업이 살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일종의 규제 개혁에 이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 정부가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칠 것이 아니라 “기업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생산현장의 인력난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현장을 가보면 안다. 너도나도 엑소더스 러시 물결에 탈출선을 못 탄 국내 남아있는 기업이라도 살리는 처방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관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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