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 로봇 소우봇시대 천지개벽 온다.

‘어제가 옛말’은 구시대의 용어다. 번갯불에 콩 볶는 변화의 속도는 변곡점의 꼭대기를 시시각각 경신한다.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AI(인공지능)가 인간 두뇌를 능가한 실상을 지켜본 충격은 득달같이 산업현장에 접목되고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한 무인 공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자칫 머리 좋은 인공지능 로봇들이 언젠가 과로를 이유로 집단파업사태를 벌이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급기야 노동 인력 비중이 높은 의류 봉제 산업에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한 무인화공장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에서 봉제 로봇 ‘소우봇(Sewbot)’을 개발해 내년 말 실용할 단계에 와 있다. 실제 이미 이 대학교수들이 봉제용 로봇 전문회사인 소프트웨어 오토메이션(SoftwearAutomation) 社를 설립해 소우봇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발 빠른 중국 쑤저우 소재 티안위안 가먼트사가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알칸소 리틀락지역에 로봇 봉제 공장을 2019년 초 가동을 목표로 오토메이션과 계약을 체결했다. 봉제용 ‘소우봇’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전 세계 의류 봉제 회사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견 니트의류벤더인 (주)국동의 변상기 회장이 최근 소프트웨어 오토메이션사를 직접 방문해 실제상황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득달같이 국동은 봉제 로봇의 본격 생산 시점에 맞춰 선제적으로 도입키로 하고 이 회사와 MOU를 체결했다.
봉제 로봇 ‘소우봇’을 활용하면 25명 단위 1개 봉제 라인에 재단된 원단을 쌓아두면 미싱과 완제품 작업을 소우봇이 알아서 티셔츠와 바지를 24시간 생산한다. 티셔츠 한 장 생산하는데 소요시간은 22초에 불과하고 25명이 소요되는 봉제 1개 라인에 사람은 한 명만 지켜보면 된다는 것이다.

 

지금 失機하면 영원히 못 한다.

중국 티안위안 가먼트사는 로봇 봉제 ‘소우봇’으로 구성된 21개 라인을 내년 말까지 완공하고 하루에 80만 장의 티셔츠를 제조해 아디다스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경우 티셔츠 한 장당 제조원가는 33센트에 지나지 않아 사람의 손에 의한 생산비와 비교가 안 된다. 의류제조과정이 19세기와 크게 바뀌지 않는 특성을 감안할 때 천지개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로봇 자동화로 베트남· 인니 등 동남아 5개국에서만 56%에 해당하는 1억 37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릴 정도다. 향후 20년 내에 섬유와 의류· 신발산업 일자리의 90% 가까이 봉제 로봇 ‘소우봇’의 발전으로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의 ‘소우봇’의 등장은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것이 고임금과 인력난에 고립무원 한계상황에 처한 우리 섬유 봉제 산업에 기회일지 위기가 될지 검토해 봐야 한다. 얼핏 보기에는 사람의 손에 의존하던 것을 로봇이 알아서 처리하면 돈보다 더 급한 인력난을 겪는 국내기업들에 더없는 호재일 수 있다. 고임금과 지긋지긋한 인력난을 견디다 못해 6000개 가까운 국내 섬유· 봉제 기업이 해외로 탈출한 기막힌 실상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봉제 로봇 ‘소우봇’의 보편화가 실현되면 더 이상의 ‘오프 쇼어’가 아닌 국내 회귀의 ‘리 쇼어’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소우봇’의 대중화는 의류를 수입하는 선진국마다 자국 생산으로 대체하는 속도가 급속히 빨라질 수 있다. 무인 로봇공장에서 양질의 제품을 양산하면 저임금 동남아· 카리브· 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다. 먼 훗날이 아닌 불과 5~10년 사이에 상상이 아닌 예상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말을 바꿔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백가쟁명의 말  잔치만 요란할 뿐 당최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국내 섬유산업 현장에 줄도산 돌림병이 창궐할 절박한 상황인데도 뚜렷한 처방이 없다. 업계는 아직도 버스 떠난 최저임금 타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의지하고 싶은 정부의 섬유 패션정책도 목표나 방향이 없이 갈지자걸음이다. 기업 운명은 스스로 책임져야 되는 각자도생의 냉엄한 상황에서 추위 타는 기업, 얼어 죽는 기업만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업계와 정부가 결속이 돼 위기돌파의 고단위 처방을 마련해야 되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어 아쉽고 안타깝다. 하나의 예증으로 최근 섬유 패션업계와 단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른바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 무산위기다. 섬유산업연합회가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한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 승인요청을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의 타당성과 당위성은 이미 필자가 중언부언한 것처럼 차고 넘친다.
경쟁력을 잃고 시난고난 삶은 개구리 신세의 국내 섬유산업에 조금이라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1670억원을 기채해 번듯한 초현대식 스마트 빌딩으로 만들면 우선 자산가치가 몇 배로 늘어난 데 따른 수익창출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섬유센터에 섬유 패션기업이 거의 없고 대형 로펌이나 다단계 회사가 점령하는 잘못된 상황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굵직한 전시회나 패션쇼 하나 제대로 치를 수 없어 관련 행사를 L 타워나 호텔에서 치러야 하는 어중간한 섬유센터를 초현대식 스마트빌딩으로 거듭나는 것은 정부가 권장해야 할 일이다. 늘어난 지하 6층· 지상 24층· 연건평 2만 400평 건물에 대형 컨벤션센터와 패션쇼핑몰, 그리고 섬유 패션기업과 단체가 집결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국내외 섬유· 패션 바이어가 글로벌 섬유센터로 몰리고 업체 간 단체 간 소통과 협력증진은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금싸라기 땅을 활용해 건축비 1670억원은 금융권 기채로 활용하고 완공 후 6년 후까지 늘어난 수익금으로 전액 상환이 가능하다. 섬산련이 보유한 140억원 현금은 손대지 않고 3년간 운영비로 쓰는 계획이면 건축 신축계정은 산업부의 예산 승인권 대상도 안 된다.
산업부가 찬반을 묻는 모니터링 조사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핑계로 된 것도 설득력이 없다. 사람들에게 “十”자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한다. 목사는 십자가, 교통경찰은 사거리, 간호사는 적십자, 약사는 녹십자라고 한다. 모두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일부 변화를 거부하는 현실 안주자의 말을 전부로 믿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 발목 잡지 마라

거두절미하고 섬유패션산업의 백년대계를 위해 글로벌 섬유센터는 필연적인 논리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이다. 그것도 재력과 건설에 전문 지식은 물론 투명하고 청렴하게 성사시킬 수 있는 성기학 회장 재임 기간이 천재일우의 호기다. 대표적인 거물 글로벌 기업인이자 수많은 건축경험을 갖고 있는 성 회장이 아니면 발상 자체가 불가능했다. 2000억 자산이 1조 가까운 자산으로 불어날 수 있고 기능과 역할이 확실한 합목적적인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만일 성 회장이 훼방꾼의 작태에 화가 나 포기하면 앞으로 영원히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주무부처가 예산 승인권을 조자량이 헌 칼 쓰듯 남용하거나 월권해서는 안 된다. 미래비전을 제대로 담지 못한 무성의한 섬산련 사무국의 사업 타당성 논리도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 계산이 뻔한 필연적인 논리의 글로벌 섬유센터 건립에 발목 잡는 일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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