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기 불황에 비틀거리는 국내 섬유산업에 최저임금 폭탄이 떨어져 절망적인 곡소리가 요란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16.4% 인상으로 7530원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급 1만원 시대가 임박하자 섬유 기업 대다수가 자포자기 망연자실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국내 섬유산업 대부분은 떡쌀 담그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국인은 이미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선 곳에 많지만 인상 혜택은 외국인이 만끽하게 된다.
물론 면방산업은 내국인도 상당수 최저임금 수준에 걸리지만 내년을 견딘다 해도 2020년 1만원 시대에 살아남을 길이 없다. 이 때문에 면방뿐 아니라 대구 산지를 비롯한 경기지역 섬유업체들은 1년 후에 문 닫으나 3년 후에 문 닫으나 매한가지란 점에서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체념적인 분위기다.

최저임금 인상· 품목도 바뀌어야 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반발해 면방업체인 전방이 가장 먼저 국내 3개 공장 폐쇄와 직원 600명 정리란 폭탄선언을 했다. 다음날 경방이 잘 돌아가는 광주공장 베트남 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큰 면방업체가 먼저 목소리를 높였을 뿐 대구나 경기 북부 섬유산지도 모두 이같은 공장 폐쇄나 해외 이전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아무리 통박을 재어봐도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같은 업계의 심각한 상황을 의식한 산업부가 지난 11일 백운규 장관 주재로 산업부, 노동부, 섬유업계 대표· 노조 대표가 함께한 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섬유업계와 첫 간담회를 가진 백 장관은 “어렵더라도 공장 포기나 해외이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주무장관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업계의 현실은 장관의 당부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고임금과 인력난으로 이미 섬유산업에서 6000개 가까운 기업이 해외로 탈출했지만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다. 가지 않으면 기업이 망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때문이다. 국내에서 기업을 할 수 있는 여건만 되면 등 떠밀어도 안가지만 베트남 등지보다 10배나 비싼 임금에다 사람이 안 오는 현실에서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구노력 못지않게 정부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은 파격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공고된 최저임금 인상은 손댈 수 없을지라도 기업들이 애타게 건의하는 산업용 전기료의 대폭적인 인하조정부터 시급하다. 섬유공장은 대부분 24시간 가동체제다. 전기가 남아도는 심야에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고맙게 생각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또 7· 8· 9월과 11· 12· 1· 2월 7개월에 부과되는 전력피크제도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적어도 하절기· 동절기 구분에서 6월과 11월 두 달은 제외시켜야한다.
전력이 남아도는 토요일에 사용하는 기업의 전기 요금도 당연히 경부하보상을 적용해야 한다. 제조원가에서 전력료가 10%~ 30%에 달하는 섬유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전이 연간 10조원 규모의 이익을 내는 것은 산업계의 등골을 빼는 것과 다름없어 자랑할 일이 못 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연령대를 구분해야 하고 지역별로도 편차를 두어야 한다. 업계가 요구한 수당과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포함시켜 운영해야 한다. 외국처럼 통상임금을 적용해야한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 엄청난 국부 유출을 초래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이 발표되자마자 득달같이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대구의 한 섬유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15명이 며칠 전 집단으로 회사 출근을 거부했다. 평소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합쳐 1시간을 임금에서 공제한 업계의 관례에 대한 갑작스런 반발인 것이다. 떡 쪄놓고 빌어도 오지 않는 내국인 근로자의 공백이 자초한 부작용이다. 그나마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해 불법 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기만 살려주고 있다.
이같은 피 말리는 고통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갈 수만 있으면 해외로 탈출하는 것은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장관 아니라 대통령이 말려도 갈 수밖에 없다. 살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포기하고 문 닫는 것보다
 백번 낫다. 그나마 해외로 갈수 있는 기업은 힘 있는 기업이다. 곳간이 빈 대다수 기업은 이마저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부가 산업현장의 피맺힌 절규를 제대로 인식하고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당장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기업이 죽고 난 다음의 사후 약방문이다.
그런 한편 당사자인 기업 스스로 각자도생을 위해 사즉생(死卽生) 전략으로 살아남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허리 부문인 직물업계부터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중언부언하지만 야드 당 2~3불짜리 원단으로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미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경쟁력을 뺏긴 상황에서 차별화, 고급화를 앞당겨야 한다.
화섬직물만해도 그렇다. 한국은 야드당 2~3달러이고 일본은 5~6달러, 이태리는 8~10달러가 대부분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1만~2만 달러 시대 제품으로 안주하는 것은 자멸을 자초하는 것이다. 3만달러 시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섬유 스트림별 협업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태리나 일본은 원사 메이커가 신소재를 개발할 때 제·편직업체와 염색가공업체와 협업하거나 정보를 공유한다. 하나의 소재가 개발되면 용도에서부터 제· 편직의 장단점을 사전 체크하고 알려준다. 마지막 염색가공에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험분석자료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토대로 제· 편직업계와 염색업계가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섬유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염색공정에서도 노즐과 사이즈에 따라 품질과 생산성이 다르다고 한다. 염료와 안료 배합에서도 단순히 CCM(컴퓨터컬러매칭)에 의존하지 않고 이태리처럼 용해 정도까지 정밀 분석하여 활용하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 공장시대 각자도생 각오햐야

4차 산업시대에 섬유산업은 공장의 스마트화가 기본이다. 단순히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말로는 섬유 한국이라면서 10년· 20년 전부터 울궈먹던 야드 당 2~3달러 제품에 안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일본, 이태리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트림 전반에 혁신적인 개혁이 급선무다.
이제는 과거의 도식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시대에 싼 물건으로 경쟁이 불가능하다. 중저가 제품 경쟁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더 이상 연장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 대만, 베트남이 만드는 제품이 아닌 한국의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마케팅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이 고약한 사드 보복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풀릴 수밖에 없다. 중국은 백만장자가 3억명이고 억만장자가 1억명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 고급화와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면 시장은 있다. 다른 시장도 매한가지다. 두드리면 열리게 돼 있다. 대전제는 삼성전자처럼 독특한 우리 것으로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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