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두동강이 낸 초고속 열차의 기적 소리가 지축을 흔들고 있다. 탄핵 열차가 출발 90일 만에 종착역에 도착하자 득달같이 대선 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어찌 됐건 헌정사상 처음인 대통령 탄핵은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가슴 한구석에 화석으로 변한 패자는 물론 승자 또한 마음속이 휑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국민을 보고 탄핵했지만 법치의 수호자인 헌재는 좌고우면 않고 오직 법만을 바라봤다. 헌재가 그 많은 음해와 압력을 거부하고 법치의 보루로 우뚝 섰다. 이제부터는 승복을 통한 국민화합이다. 더 이상 국론 분열과 혼란은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승자는 패자를 보듬고 패자는 절제와 승복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
오는 5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한 권력자는 준엄한 법치의 뜨거운 맛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과거 정권을 짓밟는 보복성 피바람은 안 된다. 제 세상 만난 듯 광장에서 완장 차던 세력이 준동해서도 안 된다. 그때는 반대파가 광장에 모여 탄핵을 소리높이 외칠 수 있다.

역조 심각 섬유 수출 보다 수입이 3배   

말을 바꾸어 민족 상쟁의 비극인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은 인해 전술로 남침한 북한군을 지원했다. 그 때문에 통일 직전에 전세가 악화돼 통한의 삼팔선이 그어졌다. 우리에게는 천추의 한이 됐다. 어폐가 있지만 그 후 한동안 우리 국민들 사이에 “재수 없으면 뙈놈과 겸상한다”는 유행어가 나돌았다. 그만큼 중국은 우리에게 적이고 경멸의 대상이었다.
세상이 바뀌어 변곡점의 꼭대기에 들어서면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냉엄한 국제관계가 형성됐다. 어느덧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경제 동반자가 됐다.
그러나 중국인의 속성은 벗겨도 벗겨지지 않는 양파 근성을 가지고 있다. 아쉬우면 입에 있는 사탕도 내주지지만 목적이 달성되면 하루아침에 안면 몰수하는 비열한 속성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몽니는 상식도 진실도 통하지 않는 억지 행패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 사드를 내 땅에 배치하는데 남의 나라 안보전략에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몰염치다. 깡패집단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이 지경까지 키우는 데는 중국의 지원 내지 방조 때문이다. 유엔 결의를 준수해 단둥에서 신의주로 연결된 원유 파이프만 잠그면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이었다. 북한을 위성국가로 만들어 지배하겠다는 야욕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음흉한 양파 속성의 중국을 모르고 그동안 죽고 못 산 우리가 바보다.
자신들이 아쉬워 목을 매며 투자를 유치한 롯데를 박살 내고 한국 관광을 원천 봉쇄하는 치졸한 행태는 대국(大國)이 아닌 소국(小國)에 불과하다. 이 시대에는 아프리카 국가도 하지 않는 방식이다. 결국 이 같은 어리석은 농간은 국제 사회에서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희토류를 무기로 일본을 압박하다 거꾸로 당한 일을 중국은 기억해야한다. 일본이 베트남에서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면서 중국산 희토류는 똥값이 됐고 결국 손들고 말았다. 우리도 인내심을 갖고 이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중국의 무자비한 사드 몽니가 롯데와 관광업계만 겪는 고통이 아니다. 섬유교역에서도 많은 우려와 장애가 발생되고 있다. 우선 당장 눈에 띄는 것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가 썰렁했다. 중국업체나 중국 바이어가 안보인 것이다.
이번 주 15일에 개막되는 ‘상하이 인터텍스타일 전시회’와 ‘CHIC’ 전시회의 한국관에도 중국 바이어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야 하지만 혐한령(嫌恨令)이 몰고 온 상담이 예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돌아가는 통박으로 봐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오더 상담도 상담이지만 계약된 제품의 통관에도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어느 식품회사가 선적한 제품의 결제까지 끝났는데도 중국 세관에서 트집을 잡고 통관을 거부해 쉽백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섬유류에까지 이 같은 고약한 행태가 아직은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 무슨 농간을 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중 양국의 섬유교역을 보면 우리가 엄청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차제에 중국산 수입을 자제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한· 중 FTA가 발효된 2015년 12월 이후 국산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정부와 업계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 우리 섬유 수출이 늘기는커녕 무역적자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의 대중국 섬유 수출은 21억 2000만 달러로 한· 중 FTA 발효 전년인 2015년보다 5.9%나 줄었다. 올 들어 2월 말 두 달 동안 중국 수출도 2억 9000만 달러에 머물러 전년 동기보다 겨우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난해 중국으로부터의 섬유류 수입은 62억 1000만 달러로 우리 수출보다 거의 3배에 달했다. 올 들어 2월 말 현재 8억 5000만 달러를 수입해 역시 수출보다 3배 가까이 많다.
품목별 지난해 한· 중 섬유교역을 봐도 무역적자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국산 사류 수출이 2억 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3% 줄어든 데 반해 중국산 수입은 8억 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6.3%나 늘었다. 이중 화섬사(필라멘트)는 국산 수출이 1억 8000만 달러인데 반해 중국산 수입은 5억 달러에 달했다.(전년비 3.3% 감소) 직물류 국산 수출은 지난해 11억 1000만 달러에 머물러 전년보다 12% 감소한 데 반해 중국산은 11억 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0.8% 증가했다. 더욱 국산 의류 수출은 3억 8000만 달러에 머문 데 반해(2.1% 감소) 중국산 의류 수입은 무려 34억 5000만 달러(2.8% 감소)에 달했다.
이 같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우리 섬유업계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국민의 분노 지수가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에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꼭 중국의 사드 보복에 맞짱을 뜨기보다 감당할 수 없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조용하면서도 분연히 일어설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 이 같은 국산소재 더 쓰기 운동이 침장업계에서부터 바람이 불어 확산되고 있다. 대구 경북에 주로 산재한 침장업계는 그동안 소요 원단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해왔다. 때마침 지난해 11월 대형 화재로 소실된 서문시장 침장관 제품 복구를 위해 대구 산지 원단을 많이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국산 원단 사용 비중이 올해 40% 내외로 올라가고 2~3년 내에 80% 이상 점유할 것으로 대구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침장업계처럼 국산 사용 늘리자

이 같은 움직임이 침장업계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니트 직물과 화섬 직물업계도 중국산 화섬사 수입을 가급적 줄이고 국산소재 사용을 늘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더불어 의류벤더나 내수패션 브랜드들 역시 값 차이가 별로 없으면 국산 원단 사용을 늘려야 한다.
물론 국내 화섬메이커나 면방업체들도 원사값을 중국산과 동일하게 공급해야한다. 대구직물업계나 경기 북부 니트업계도 국산 원단의 품질은 인정하지만 중국산보다 비싸서는 안 된다. 중국산과 가격을 맞춰야 수요업계가 선택한다.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 먹는다. 본지가 연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같은 값이면 국산소재 사용하자’는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 몽니가 섬유업계에 국산소재 사용의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사드 몽니가 자충수임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후안무치한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중국산 수입에 매달린 것은 상도도 금도도 아니다. 국산 원단으로 갈아타는 침장업계가 한국 섬유의 존재감을 살리고 있다. 찬사와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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