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패션디자인학과>

12.9 대통령 탄핵의 역사적 심판은 끝났다. 촛불이 총보다 무서움을 새삼 알았다. 그럼에도 헌정사에 불행을 안겨준 분열의 후유증은 거칠고 깊을 수밖에 없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린 우리 내부의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한마디로 정치가 경제를 죽이고 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고 경제는 바닥 및 지하실로 추락하는데 조기 대선에 눈이 멀었다. 경제가 죽건 살건 대권만 눈에 보이는 이런 작자들을 국민이 선별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천 길 낭떠러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분노하는 민심은 이해하지만 촛불 정국에 우리 경제가 더욱 멈춰 섰다. 4분기 성장률은 제로(0%) 상태다. 내년 성장률은 8년 만에 가장 낮은 2.4%로 전망됐다. KDI의 이 같은 성장률은 매우 후한 평가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IMF 때 보다 더욱 극심한 추위가 무섭게 덮칠 것으로 우려된다.

내수 패션 추운 날씨 부조 속수무책

내수 패션 경기를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바닥 및 추락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실 내수 패션 경기에 가장 큰 부조인 날씨가 올해는 시작부터 괜찮았다. 10월 말 이후 가을 날씨부터 쌀쌀해지더니 초겨울 초반에 주기적으로 한파가 몰아쳤다. 11월 초 겨울용 중의류 판매가 반짝했다. 패션업계는 기대에 부풀어 생산 공장에 리오더를 서둘렀다.
아뿔싸! 백화점과 할인점, 가두매장의 대목인 주말마다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의류판매가 여지없이 꼬꾸라졌다. 연중 황금대목인 11월과 12월을 이렇게 허송하고 있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의 촛불 시위가 축제행사로 보여 “관광 상품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업계는 “염장 지른 소리”라고 발끈할 정도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조기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국가적 대혼란은 더욱 극심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천재일우의 호기를 이용하기 위해 국가 경제는 안중에 없을 것이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대권에 취해 사생결단 할 것은 불문가지다.
경제를 죽이려는 뇌관은 도처에서 스멀거리고 있다. 지고 갈 수 없는 1300조 원에 달한 가게 부채는 소비절벽의 바로미터다. 설비투자의 뒷걸음질은 필연적으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은 이미 받아놓은 밥상이다. 중국 경제도 성장률이 둔화되고 중국의 한국 견제가 노골화돼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한국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도 경제부 총리는 두 달 이상 사실상 공석 상태다. 경제사령탑의 장기 공백은 뇌사상태의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주치의마저 손발을 묶어버린 꼴이다.
경제에 성장 동력이 멈춘다는 것은 바로 고용절벽을 의미한다. 당초 2.8% 성장률을 가정해도 실업률이 3.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실업 대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고용절벽의 절체절명 상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국제섬유신문이 팔소매를 걷어 올렸다. 지난 7일 서울 동대문 유어스 5층 패션 아트홀 특별행사장에서 ‘제1회 전국대학 섬유 공학· 패션 디자인· 텍스타일 디자인학과 졸업예정자 취업박람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것이다. 이날 취업박람회에는 국내 굴지의 섬유· 패션 수출 및 내수기업과 관련 단체· 공인시험연구원 등이 참가해 몰려온 취업 희망자들의 현장 면접을 실시했다. 서울과 수도권, 대구와 호남지역에 소재한 대학에서 300여 명 가까운 학생들이 참가하는 열 띤 관심을 보였다. 대구 소재 명문대학에서는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대형 통학 버스 3대를 지원해 인솔 교수가 구인 참가 기업 부스를 돌면서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본지가 중소기업청과 섬유산업연합회, 패션협회, 섬유·수출입조합과 공인시험연구원 등의 후원을 받아 개최한 이날 취업박람회는 참가 기업과 대학의 부스료를 일절 받지 않은 비영리사업이다. 저성장 경제의 소산인 고용절벽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기여하기위해 본지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사실 전국 섬유· 패션 대학은 전문대를 통합해 100여 개에 달한다. 1년이면 줄잡아 7000여 명의 학생들이 배출된다. 여기에 패션디자인 전문 학원을 포함하면 1만 명 가까운 전공자들이 구직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기업과 시험원, 연구소의 수용 능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취업 문은 갈수록 좁은 문이다. 해마다 수천 명의 전공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을 못 하고 실업자 처지이거나 궁여지책으로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취업하고 있다.
본지는 가급적 이들 섬유· 패션디자인 전공자들이 섬유· 패션산업에 보다 많이 취업해 기량을 발휘하길 바라고 있다. 이들이 섬유· 패션기업과 단체, 연구· 시험기관에 취업이 많을수록 우리나라 섬유· 패션산업은 전도가 밝기 때문이다.
이번 본지가 처음 개최한 전국 대학 섬유· 패션디자인학과 취업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된데 대해 업계와 단체· 공인시험원 등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 정상의 섬유· 패션 전문 언론으로서 미래의 꿈과 희망인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취업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소명의식이고 봉사라는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처음으로 개최한 이번 취업 박람회는 일부 보완해야 할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년을 시발점으로 내년부터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시기적으로 연말에는 너무 늦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참가기업과 기관수를 이름과 명성 있는 곳으로 국한해 20개 미만으로 제한한 것도 선택의 폭을 좁게 했다.
여기에 참가기업의 모집예정 인원과 분야를 사전에 조사해 알렸으면 학생들이 희망 기업과 부서를 쉽게 선정할 수 있었는데 포괄적으로 접수한 데서 효율성이 떨어졌다. 또 참가 학생들이 패션디자인 쪽에 몰려 섬유와 화학 등 섬유의류 벤더기업이 찾는 전공자를 많이 참여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 같은 미비점을 내년 행사에는 완벽하게 보완해 구인과 구직의 기업과 학생의 만족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취업 6개월 만에 그만둔 대졸자들

따라서 내년에는 취업박람회 개최시기를 기업의 신규 채용 적기인 9월  초에 실시할 방침이다. 참가 기업 수를 양을 대폭 확충해 더 많은  인재들이 취업의 기회를 갖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취업 문을 두드리는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자세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보내고 싶다. 이번 취업박람회를 처음 개최하면서 기업 측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유명세를 타고 있은 某 섬유기업 오너가 필자에게 말했다. “요즘 새내기 취업자나 청년 구직자는 취직한 지 6개월이면 거의 그만둡니다. 진득하게 근무할 생각을 않고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상한 풍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회사는 신입생 채용을 중단하고 경력자 중심으로 뽑고 있습니다.” 불황을 모르고 일취월장하는 유명기업 오너의 서글픈 독백이 무심이상의 많을 것을 느끼게 했다. 물론 수많은 취업희망자들은 이런 자세와는 다를 것으로 믿지만 취업자들이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고 느꼈다.
아무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취업박람회에 적극참여해주신 기업과 단체· 공인 의류 시험원· 대학 그리고 후원해주신 에듀컴에 진심으로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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