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모도원’ 섬유산업 중구난방 맹탕 정책 안된다.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

니트· 화섬 직물 전체 수출의 60% 주력산업 육성해야
염색· 사가공 연관산업 함께 키워 섬유 전체 동반성장
국내 직물산업 차별화 노하우 강해 성장동력 가장 유망

국내 섬유산업은 아직도 전체의 70% 가까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6000개에 육박하는 기업이 해외로 탈출했지만 통계상으로 보면 1인 이상 섬유 제조업체가 국내에 4만 7400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10인 이상 기업은 5988개에 달한다. 이 숫자 역시 도소매 유통을 제외한 순수 제조업체다. 전체 섬유 제조업체의 생산액은 연간 43조 874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국산 섬유수출은 지난해 143억 400만 달러다. 글로벌 수출경기가 침체되고 우리의 경쟁력이 취약해지면서 작년도 섬유수출이 작년보다 10.2%나 감소됐다.
올해도 10월말 기준 섬유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5.8%가 줄어든 112억 1100만 달러에 그쳐 연말까지 135억 달러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작년보다 줄 잡아 7~8억 달러 수준 감소될 것으로 보여진다.
무역흑자 효자 품목인 섬유가 작년에 소폭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는 15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태가 우려된다.
이런 추세로 가면 수년 내 우리나라 섬유 수출이 100억 달러 규모로 급속히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역흑자 효자 품목의 적자행진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업체들은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해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 남아있는 기업은 성장 동력이 닫혀가는 추세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원인이라기보다 우리 내부의 경쟁력이 갈수록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섬유산업의 대들보인 화섬업계 근로자 평균 연봉이 5만 달러인데 비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경쟁국의 연봉 3000달러와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로 섬유산업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고비용· 저효율체제의 구조고도화가 발등의 불이다.
말이 좋아 구조고도화이자 각자도생시대에 기업의 투자는 없고 그렇다고 정부 지원도 기대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기업의 각자도생전략과 함께 정부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고 있다.
기업 나름대로 최선의 자구노력을 주문해야겠지만 힘이 부치면 정부가 일정 부문 도와줘야하는 것이 존재가치다.
그 동안의 정책 방향은 목표도 방향도 없이 얼은 발에 오줌누기식이었다. 이대로 가면 백년하청일 뿐 표류와 방황을 막을 길이 없다.
바로 섬유산업 정책 방향부터 선택과 집중으로 바꿔야 한다. 섬유 전체 스트림을 집중 지원하는 것은 재원도 능력도 절대 부족하다. 가능성이 있는 부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스트림을 집중 지원· 육성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파급효과가 클 것 인가하는 해답은 스트림 간 수출 규모와 비중을 보면 명징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수출 기준으로 전체 섬유 수출 143억 4000만 달러 중 섬유화이버가 11억 8800만 달러였다. 전체의 8.3%다. 사류는 14억 6100만 달러로 10.26%다. 의류를 포함한 섬유 제품류는 33억 7900만 달러로 23.6%다. 이에 비해 직물류는 82억 7900만 달러다. 섬유 수출 중 직물류 비중이 무려 58%에 달했다. 올해도 전체적인 수출이 감소하지만 품목별 비중은 대동소이하다.
바로 섬유산업 중 허리 부문인 직물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직물산업의 차별화 경쟁력을 집중 지원하면 화섬과 면방도 연쇄적으로 수요 증가가 뒤 따를 수밖에 없다.
직물산업 육성에는 필연적으로 바늘과 실 관계인 염색가공(후가공 포함) 분야와 사가공의 연관 산업 육성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화섬 메이커의 일반사로는 니트 직물이나 화섬· 교직물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염색가공의 차별화와 고급화. 여기에 가연 부문에서 여러 가지 재주를 부려 특수사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직물산업 중흥이 한국 섬유산업 성장 동력의 바로미터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직물 산업 구조고도화가 저절로 되는 요술은 아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중국과 맞짱 뜨는 상당수의 직물업체들의 천수답 경영으로는 안 된다.
설치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직기부터 과감히 개체해야한다. 최신형 혁신직기로 개체해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을 차별화해야한다.

 

대구· 경기 산지 각자도생 투자, 정책 자금 통 큰 지원도
전체 스트림 찔끔 지원. 약효 없어 한 분야 집중해야


대구염색공단이 조성된 지 30년이 다 됐지만 그때 설치한 염색기를 아직도 우려먹는 행태로는 염색의 고급화도 차별화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일본 섬유산업에 비해 훨씬 떨어진 후가공설비와 기술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직물산업 발전을 위해 사가공 역시 집중 육성해야 할 분야다. 생산성을 위해 고속가연기설치가 급선무이지만 특수사 생산을 위해 일본처럼 저속가연기에 특수 장치를 부착하는 연구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이같이 직물 관련 산업에 집중투자하고 연구 개발하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앞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다.
다만 투자 않고 저절로 되는 요술은 없다. 먼저 기업 스스로 각자도생각오로 과감한 투자가 선결 과제다.
기업이 투자하고 싶어도 돈이 달리면 생산설비투자에 정부가 정책금융을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산업을 살리기 위해 기업주가 앞장 서 투자하고 모자란 부문은 정책금융으로 과감히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죽건 살건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국외자처럼 팽개치는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나 산업을 위해서나 옳은 처사가 아니다.
국민 소득 4만 달러의 이웃 일본도 지금 섬유· 패션산업을 중흥시키는데 2만 7000달러의 우리가 섬유를 내팽개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봉제는 이미 공동화 돼 중견· 대형 공장 복원은 불가능한 지 오래다. 그러나 직물산업이 아직도 연간 80억 달러 규모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차별화 경쟁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기업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뒤주에 있는 재원을 총동원해 투자해야한다. 정부도 이 같은 직물산업 중흥이 섬유산업 성장 동력을 위해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임을 직시하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 정부· 단체 모두가 이 부문을 되새기며 신념을 공유해야한다.
중언부언하지만 주무 당국부터 섬유· 패션산업정책을 지금처럼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식의 미적지근한 정책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정부의 육성 의지가 강력하게 다가오면 업계도 자신감을 갖고 용기 있게 투자하는 속성을 안고 있다. 한 나라의 산업 정책 방향에 따라 해당산업이 죽고 살고 하는 지난 날의 경험을 섬유 패션 기업인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섬유 사양이란 과거 정부 잘못된 판단이 금융기관을 등 돌리게 했고 그 후유증이 수십 년 퇴보를 자초했음을 명심해야한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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