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1개 상장사>

LF·코오롱인더 등 1천억 이상 광의통화 보유 
사내유보금·현금성 자산 등 탄탄한 회사 상징
일부선 “저성장 넘을 적극 투자 필요” 주장도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만기가 2년 미만인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6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총 광의통화량 2337조4000억원의 16%에 해당하며, 지난해 정부 예산 375조원보다 1.64배 많은 것이다. 지속적인 경기불황과 시장 전망 불투명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현금을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셈이다.
6월 증가분은 통계를 낸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 3월말 604조7150억원이었던 기업 광의통화는 4월 594조5345억원, 5월 596조606억원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6월 한달간 무려 18조6893억원이나 늘어났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은행은 “상반기 말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기업으로 돈이 많이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자금을 풀었지만, 그 돈이 대부분 기업에 잠겨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패션기업들의 광의통화 보유량은 어떨까.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21개 주요 패션 상장사들의 상반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총 1조38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원무역홀딩스는 가장 많은 4519억원의 광의통화를 회사에 비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회사인 영원무역도 뒤이어 3525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두 법인 합계 8000억원이 넘는 광의통화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LF(1639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1276억원), 휠라코리아(960억원), 티비에이치글로벌(前더베이직하우스, 639억원) 등의 순서로 높은 광의통화를 보유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회사가 창사 이래 벌어들인 누적 순이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내유보금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조752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1조1982억원의 영원무역과 8981억원의 LF가 뒤를 이었다. 또한 토종 여성복의 자존심으로서 제 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한섬이 네 번째로 높은 8562억원의 사내유보금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은 업력만큼 내실있는 경영을 해왔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산업인 만큼 최근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이는 저성장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는 항상 부침이 있는만큼, 위기에 인재를 키우고 브랜드를 준비해야만 다시 돌아올 호황 흐름을 제대로 탈 수 있을 것”이라고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한편 사내유보금은 재무제표에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 혹은 주식발행 초과금을 더해 산정되는 과목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기계, 토지, 설비, 건물 등 회사의 누적 순이익을 재투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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