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LⅢ 기술 우리한테 달라” 중국서 군침

세계최초 개발 ‘친환경 셀룰로오스 소재 가공기술’
NET 인증ㆍ글로벌 전시회서도 호평 “대박 확실”

中공룡의류 회사가 눈독 KOTERI에 “제휴하자”
국내선 中企만 관심…“대기업들 참 몰라주네요”

김숙래 KOTERI 원장

한국섬유소재연구원(KOTERI. 원장 김숙래)이 때 아닌 고민에 싸였다.
KOTERI가 야심차게 개발한 세계 최초 친환경 기술 CELLⅢ 가공기술이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먼저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CELLⅢ 가공기술은 니트원단을 영하 33℃에서 처리함으로써 셀룰로오스Ⅰ구조가 셀룰로오스Ⅲ 구조로 변형되는 것에 착안해 붙인 명칭이다. 이 기술은 셀룰로오스 소재를 가공하는 기존 방법에 비해 부드러운 촉감과 형태안정성 개선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사용한 암모니아는 98% 이상 회수해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가공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CELLⅢ 가공기술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첨단기술로 인정해 지난해 12월 NET(New Excellent Technology) 인증을 수여한 바 있다.
KOTERI는 이 신기술을 국내 섬유패션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자체 전시회 개최, ‘프리뷰 인 서울’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CELLⅢ 기술 및 제품을 소개하면서 각종 언론 보도자료를 통한 홍보활동에 전념하는 등 현재 관심기업들의 제품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은 만족스럽더라도 높은 초기투자비용과 국내기업의 중저가 판매정책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기술 도입에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던 중 중국의 글로벌 의류벤더이자 생산기업인 ‘Esquel’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Esquel은 목화재배에서부터 의류 및 의류부자재까지 이르는 토털 생산시설을 갖춘 중국기업으로, 연간 1억 벌의 셔츠를 전 세계 의류업체에 공급하는 회사다. 중국 내에서 남성용 면직물 셔츠 수출 1위(2억 5300만 달러), 여성용 면니트 셔츠 수출 5위(1억 1800만 달러)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CELLⅢ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더니, 마침내 액체암모니아 가공기 개발업체인 이탈리아 Lafer社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계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 상반기에 본 기계를 이용해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Esquel의 CELL Ⅲ 기술에 대한 투자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비구축 후 독자적인 제품개발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 세계최초로 기술을 확립한 KOTERI에 제품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파트너십 체결이라는 달콤한 제안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KOTERI가 Esquel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되면 무형의 지적기술 수출이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중국에서 먼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한국 섬유기업은 또다시 신기술에 대한 시장장악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KOTERI의 고민이 깊어진다. KOTERI는 아직 Esquel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KOTERI 측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CELLⅢ 가공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프리미에르 비죵에 출품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15 ITMA 전시회의 Future Materials Awards에서는 Finalist로도 선정된 바 있다. 또한 미국 면협회(Cotton Incorporated)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국내기업이 세계섬유시장을 리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대로 가면 이 같은 효과를 중국기업이 누리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KOTERI는 산업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산업융합기반구축사업의 일환으로 CELLⅢ 가공기술을 확립했다. 이 사업의 취지대로, 기업이 선뜻 투자하기 힘든 고가 장비 및 첨단기술에 대해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국내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은 아직 형지I&C(2015년 KOTERI와 MOU) 한 곳에 불과하다. 신제품 개발에 목말라 있는 중소기업들의 본 기술을 이용한 소재개발 의뢰가 활발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KATRI 관계자는 “이제 우리나라 섬유수출의 주역인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나설 때”라며 “국내기업에 문이 활짝 열려있는 KOTERI의 CELLⅢ 기술을 적용해 세계시장을 리드하겠다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이에 따른 기술도입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망설이고 주저하는 사이 중국기업들은 고급화 전략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KOTERI의 고민을 기우(杞憂)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 국내기업들이 화답할 차례”라고 안타까워했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