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4·13 총선 가도에서 옹기짐 지고 가다 자갈밭에 굴렀다. 옹기짐은 풍비박살 났고 책임론에 몰린 지휘부는 혼비백산했다. 모든 나무는 뿌리가 다칠 때 더 아프다. ‘투표탄핵’, ‘선거탄핵’ 이란 말까지 나온 것은 정부 여당의 오너인 대통령을 향한 유권자의 분기충천 의미다. 대통령이 열심히 해도 살기가 팍팍하면 민심은 등 돌리기 마련이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가계대출· 청년실업이 몰고 온 ‘헬조선’ ‘흑수저’의 장탄식 속에 국민들은 부화가 치밀었다. 비분강개한 국민의 불만에도 오만한 정치권은 토사곽란에 소독약 바르는 어깃장으로 대응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다. 10년 권력은 고사하고 5년 단임제에서 임기 1년 10개월 남긴 대통령의 레임덕이 불가피해졌다. 임기 초기 제왕적 대통력 시절에도 지지부진한 4대 개혁이 만에 하나 식물 대통령이 되면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 돌아가는 것은 ‘묻지마라 갑자생’이다.

해외보다 국내투자 선호한다

누가 뭐래도 국정을 책임지고 이끄는 것은 정부 여당이다. 새누리당이 박살난 옹기짐의 악몽에서 탈피해 중심을 잡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승리한 더민주당과 약진한 국민의당도 승리에 도취해 국정에 발목을 잡으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안보위기· 경제위기다. 대화와 양보의 협치를 통해 대위국(大危局)을 극복하고 도약시키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4·13 총선이 끝나자 그동안 수면아래서 몸 사리던 개성공단 기업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 된지 거의 70일이 됐는데도 이들은 아직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다. 대부분 전재산을 다 털어 개성공단에 투자해 겨우 돈 좀 벌겠다 싶었더니 청천벽력같은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공장과 설비는 물론 원·부자재· 완제품 모두 두고 온 채 묶이고 말았다.
기업의 생명줄인 거래선은 대거 이탈했고 원청 모기업으로부터 모질게 소송까지 당해 날카롭게 대립하는 곳도 많다. 원부자재 소유권이 원청 모기업에 있어 모기업 입장에서도 억울한 손실을 당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의 임가공료 전액 결제 권유에도 아랑곳 않고 일부 모기업이 납품이 끝난 임가공료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임가공료 거부뿐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어 개성공단 기업들이 심한 추달을 당하고 있다.
정부도 선의의 피해를 입은 개성공단 기업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나름대로 각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공장과 설비의 고정자산 손실 보전을 위해 남북 경협자금을 동원해 업체당 70억을 한도로 지원하고 있다. 물론 공장과 설비투자비로 6000억원 규모가 실제 투자됐으나 보험금은 절반인 3000억원밖에 지급되지 못할 상황이지만 신청업체별 부문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원부자재와 완제품 피해 보상을 위해 지난 15일까지 통일부와 삼일회계법인이 정밀실태조사를 마쳤다. 이를 기준으로 완제품과 원부자재 보상이 이루워질 것으로 보이나 어느 수준까지 보상이 이루워질지 궁금하다. 원부자재의 유동자산 보상이 이뤄지면 원청 모기업과의 분쟁도 해소될 것으로 보여진다. 임가공에 의존해온 개성공단 기업 소유가 아닌 원청 모기업 소유라는 점에서 전액 원청업체가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보험금과 원부자재 보상 지원뿐 아니라 개성공단 기업이 당장 도산 위기를 막기 위해 저리 융자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도 2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경영 안정자금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다행히 이 같은 정부 당국의 노력과 개성공단 기업의 자구 비상대책에 힘입어 아직까지 부도를 내거나 파산한 기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수용 기업인 개성공단 기업은 아직도 방향을 못 잡고 안절부절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말인즉 대체부지 지원을 말하고 있으나 어느 지역에 어떤 가격으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이 없다. 여기 저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좋은 조건에 유치하겠다고 손짓하지만 막상 어느 지역에 무슨 조건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체안이 없다.
당장 우리보다 인력난과 고임금에서 유리하다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돌며 투자 가능처를 찾아보고 있으나 극소수를 빼고는 결정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장을 새로 짓고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투자규모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해외 공장을 뒤져 임가공 형태로 일부 운영하고 있으나 이 또한 녹록치 않다. 우선 기존 거래선이 대거 끊긴 데다 일부 의리와 양심을 중시한 원청 모기업이 오더를 주지만 량이 형편없이 줄었다. 의류제품의 제조원가는 개성공단과 베트남 임가공이 비슷하나품질 보장이 안 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또 무엇보다 개성공단기업들은 개성에서 누렸던(?) 저임금과 양질의 노동력, 값싼 물류비 등의 매력을 버리지 못해 해외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다소 임금부담이 있더라도 가급적 국내에 공장을 세워 운영하고 싶어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대체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해서 가능성을 일단 믿고 있다. 꼭 수도권이 아니라도 지방에 투자해 종업원 200~500명 규모의 봉제공장을 기획한 회사가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용단을 못 내린 것은 인력난 해소에 뚜렷한 해법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주부인력이나 장애인, 심지어 탈북자까지 수용해 인력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국인으로는 소요인력을 채울 수 없어 정부 약속을 믿고 외국인 근로자 수입쿼터를 별도 운영해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내 근로자의 50%까지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임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근로자 임금의 상당 부문을 지원해주도록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만 되면 국내에서도 근로자 몇백명 규모의 봉제공장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고임금 인력난 해법은 특별법

개성공단 기업들은 마지막으로 이 같은 국내공장 재건을 통한 재기를 위해서는 여러 문제를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개성공단 특별법’이다. 개성공단 특별법 문제는 공단이 폐쇄된 직후부터 여· 야 정치권에서 이미 컨센서스가 이루워진 바 있다. 여야 지도부와 정책위 라인에서 개성공단 기업도산 방지를 위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감해 왔다. 그래야 대체부지 조성에 따른 저렴한 땅값 적용과 운영자금 지원, 인허가 문제, 임금지원문제, 외국인 연수생 도입규제 완화 문제가 법적으로 지원될 수 있는 것이다.
때마침 4·13 총선이 여소야대 국면으로 선거 혁명이 이루워졌다. 새누리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선제적으로 적극적인 제도마련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성공단 특별법이 마련되면 폐쇄 이후 절망상태에 빠진 개성공단 기업의 재기에 획기적인 청신호가 됨은 물론 국내 4000여 협력업체들의 정상조업에 따른 경영안정도 보장받게 된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역시 개성공단 특별법 제정으로 기업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재기를 지원하는데 더욱 팔소매를 걷을 때가 왔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