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인력구조조정은 무조건 안됩니다. 그리고 임금도 인상시켜야지요"한국 화섬산업의 메카 구미공단에 입장이 다른 화섬업체 근로자들의 상반된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후자를 중심으로 夏鬪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코오롱·한국합섬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선 지난달 23일, 구미공단 각 화섬사업장은 한국 화섬산업의 자화상을 보여주듯 상반된 기류가 크게 교차했다. 특히 한국합섬이 전면파업에 들어간지 6일만에 노조가 요구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고 정상가동에 들어가 앞으로 이 전례가 올해 화섬업체들의 임금협상의 척도로 대두되면서 거센 후폭풍으로 증폭될 전망이다.구미공단에는 현재 금강화섬·도레이새한·동국무역·성안합섬·새한·코오롱·한국합섬·효성 등 국내 7개 화섬업체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이 중 정상업체는 성안합섬·코오롱·효성 등 3개 업체뿐이다. 나머지는 워크아웃 상태이거나 부도, 그리고 유동성이 취약한 업체에 속한다.대하합섬이 궤도를 이탈한지 5년 차인 올해 대하합섬보다 한해 늦게 출발한 금강화섬도 지난 3월24일 원사생산을 중단한데 이어 부도를 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경매를 통한 제3자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90년대 요란하게 출발했던 후발 화섬업체들이 속속 나동그라지고 있다. 후발 화섬업체 선두주자 한국합섬도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을 감안하면 90년대 출발한 후발 화섬업체 가운데 정상업체는 성안합섬 한 곳 뿐이다. 그리고 선발 화섬업체 가운데 대한화섬도 대규모 적자를 감당치 못하고 50%가 넘는 인력구조조정과 생산조정을 통해 연명하는 상황이다.화섬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대명제로 부상한 가운데 이를 놓고 노사간 갈등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화섬업체들이 경영여건 악화와 함께 경쟁력 없는 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자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인력 다운사이징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각 화섬업체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사측에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내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다. 그리고 이것이 빌미가 돼 총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코오롱이 극단적인 예다. 사측은 경쟁력없는 설비스크랩과 관련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않는 대신 인력재배치를 통한 일터 보장 카드를 제안했어도 노조측은 이를 원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력재배치는 노조원들의 밥그릇만 줄이는 행위라며 이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력은 줄이지 말고 임금은 인상시키라는 압력이다.반면 한국합섬은 PEF 부문에서 타 화섬업체들이 모두 적자를 냈는데 반해 오히려 흑자가 발생했다며 공시하는 등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다. 그래서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를 받아들이는 게 전체 화섬업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그렇게 했을까. 이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바로 그간 한국합섬의 행태가 웅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측 역시 노조가 요구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요구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결국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받아들인 백기항복은 애초 노조의 총파업이라는 악수를 감수하고서도 버틴 사측의 태도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합섬 경영진이 갖는 한계성이 아닌지 되묻고 싶은 부분이다. 지금 금강화섬이나 일부 워크아웃 업체의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금강화섬 노조원들은 지난 3월24일 조업을 중단하자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측은 조속한 공장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노조원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제를 요청했으나 이는 묵살됐다. 그리고 금강화섬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부도가 나고 경매로 전환됐다. 그러자 근로자들이 이제 일자리만이라도 달라며 애걸복걸하는 상황이다.또 일부 워크아웃 업체의 경우'회사는 살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력 다운사이징에 나섰어도 근로자들은 찍 소리도 못하고 있다. 되레 임금이 깎여도 좋으니 제발 자르지만 말라는 애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그래서 구미공단 화섬업체 夏鬪는 가진 자가 전리품을 챙기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극성을 더하는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임금투쟁의 현장으로 꼽히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해 밥그릇만 챙기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전상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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