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되는 정보화의 물결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여 IT혁명(Information Technology)이라 부르는 정보, 통신기기의 발달과 보급은 기존의 산업 시스템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인터넷 사용인구는 4억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도 16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이동통신 즉 핸드폰의 가입자수도 이미 14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머지않아 2천만 명을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2, 3명 가운데 한 명, 1가구당 1대 이상으로 인터넷과 휴대폰이 보급, 사용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수치이다. 의 식 주라는 우리의 기본생활 내에 '통(通)'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말이 등장할 만큼 이제 우리 생활에 있어 정보와 통신 기기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그 예로 핸드폰은 개인과 개인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커뮤니케이트하는 정보의 흐름을 형성하였으며, 최근에는 레저와 여가라는 소비분야의 한 형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인터넷 덕택으로 우리는 전세계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회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 정보나 상품 정보를 검색하는 등 지금까지 미디어를 통해 입수해 오던 정보를 개인이 직접 커뮤니케이트할 수 있게 되었다. 직접 커뮤니케이션이란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이 공간적인 거리와 시간적인 거리를 극복하고 직접 커뮤니케이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현재에는 개인과 기업이 매스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연결됨에 따라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소비자 자체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순간대중의 출현 과거 상품마다 품질에 커다란 차이가 있었던 시대에는 냉철한 눈으로 물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 때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은 '좋은지 나쁜지'에 관한 이성적 판단이었다. 그 후 상품간의 물리적 품질이 비슷하게 되자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상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마음에 다는지 아닌지'를 축으로 하는 감성의 시대가 개막되었다. 그리고 현재, 사람들은 감각적 차원의 직감으로 상품을 선별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한 연구지에는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를 다루면서 '찡 소비(ピン消費)'란 이름을 붙인 바 있다. 즉 현재에는 무엇보다 '느낌이 "찡"하고 오는지 아닌지'의 생리적 감각이 사람들의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에 의한 판단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은 대개 한 곳에 집중하게 되나, 감성의 차원이 되면 소비자 개별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생리적인 감각의 차원은 역으로 소비자가 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생리란 인간의 심층적 부분에 있는 것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찡"하고 느낌이 오는 물건이 있으면 "우"하고 소비자가 집중하다가 갑자기 조수가 빠져나가듯 사라져 버린다. 그것을 순간대중이라 한다. 즉 디지털적인 불연속성과, 경우에 따라 확대와 축소가 가능한 유연성을 집단적 특성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뉴 밀레니엄 패션은 MACRO or MICRO의 눈으로 그 속의 패션은 어떠한가? 이 역시 파악하는 데에는 확대와 축소가 자유자재로 가능한 렌즈가 필요하다. 우선, 최근 들어 전통있는 브랜드들이 저렴한 상품을 강화하여 젊은 층에 호소하는 '사치의 대중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나 철저한 저가격 시스템으로 성공을 거둔 홍콩의 '지오다노'와 일본의 '유니크로' 등은 연령이나 가격이라는 기존의 경계를 넘어 공통감각의 확대를 꾀한 대표적인 예이다. 말하자면 MACRO의 눈으로 바라본 경향으로, 공통감각의 확대, 로고와 같은 심벌체계의 중시, 기존 경계들의 붕괴 등이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특유의 가치관과 스타일도 확실히 싹트고 있다. 요사이 매니아풍의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이 화제를 모으는 것이 그 예로, 이는 횡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독자적 감각으로부터 비롯된다. 말하자면 MICRO의 눈으로 바라본 경향으로, 현대 사회에서 가질 수 없는 여러 가치들, 예를 들면 개별적이며 소수의 가치, 차별과 역행의 가치 등을 특성으로 갖는다. "…族", "…族", "…族" 얼마 전부터 미시족, 댄디족, 딩크족, 샤넬족, 나홀로족 등, 각양각색의 族들이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 중 몇몇은 꽤 오랜 생명력을 가지며 일종의 사회적 신드롬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외국의 예와 같이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갖는 스타일族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대개 그 이름만 헛돌다가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사회에 실재하는 집단을 표현한 용어라기 보다는 마케팅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가 전세계를 향한 패션발신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族들이 허상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패션문화의 중요한 자산이 되도록 발굴 육성하여야 할 것이다. 보다 MICRO의 눈으로 보고 MACRO의 눈으로 발전시키려는 자세이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