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 방일시 한일 공동선언의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계획"에 따르면 양 국민의 교류증진을 위해 2002년 월드컵 축구 공동주최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2000년부터 3회에 걸쳐 산업기술, 문화, 물산, 관광 등 서로 상대국에서 개최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일환으로 일본 무역진흥회 주최로 일·한 교류제가 2월 16일부터 25일까지 COEX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이 전시회는 정보화, 복지, 고령화, 환경을 주제로 생활, 문화, 물산, 관광 등을 서브 테마로 하여 일본을 소개했다. 관람자가 보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인 전시회였다. 또한 한·일 월드컵 축구전을 메가 비전 상영으로 하여 웅장한 현장감을 그대로 전달시켰다.'한·일'이냐 '일·한'이냐, 2002 FIFA 월드컵 대회의 공식명칭에 대한 개최국 간의 자존심 논쟁이 얼마 전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하였다. FIFA 조직위원회의 당초 합의한 사항대로 우리측은 한·일 월드컵으로 사용하지만 일본측은 일·한 월드컵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페스티발 명칭도 일·한 교류제였다.한국과 일본이 함께 21세기에 처음 열리는 국제적인 이벤트를 유치한다는 것은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패션계에 있어 아시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쾌거이며 특히 IMF시대를 격은 우리에게는 국제화사회를 향한 당당한 재기의 선언인 동시에 우리의 산업발전과 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60억의 세계 인구가 지켜보는 월드컵 축구의 개최국이라는 프리미엄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두 나라는 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위한 진일보의 선두에 서있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 시장의 개방과 이수현군의 살신성인으로 일본 내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등 한·일 공조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서로 협조하며 나아가 아시아 문화 발신지로서의 역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을 공략, 문화상품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야 할 것이다. 88서울 올림픽 당시 패션산업발전을 위한 방안이 행사에서 제외되었던 잘못을 재현시켜서는 안될 것이다.일본은 이미 세계 속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지 오래다. 자동차, 전자제품만이 아니라 패션을 비롯한 대중문화사업에서도 아시아시장은 물론 서구시장까지 발판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대중문화가 아시아 및 서구 각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오래된 일이며, 만화, 비디오게임, 가요, 음식, 패션 등 특히 젊은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대중문화는 그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패션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젊은이들의 굽높은 구두며 현란한 컬러 염색의 헤어스타일, 전위적인 옷차림이 아시아의 신세대들에게는 물론이고, 서구에서도 히라가나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게타를 변형시킨 센들을 신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일본의 문화상품이라면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 등의 분야에서 이미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만화산업에서 가지친 인기 있는 캐릭터를 각종 상품에 부각시킨 캐릭터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1998년 10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공식적 개방 발표이후 그 동안 음성적으로 이루어졌던 일본 문화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되고 있다.젊은 세대들이 일본 대중문화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첫째, 일본의 대중상품은 기발하고 재미있고 깔끔하며 세련되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인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기본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니드를 빠르게 상품으로 옮기는 기발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셋째, 아시아라는 가치관과 풍토, 체형, 생활방식에 친밀감을 느끼고 감성적으로 문화적 동질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넷째, 기성세대는 일본 대중문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젊은 세대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있어도 마음에 들면 받아들이는 유연적인 양면성을 갖고있기 때문이다.오래 전부터 일본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위성방송 등을 통하여 아시아 문화의 공동화를 구축해왔고 일본의 대중문화선호는 현재 아시아를 비롯하여 이미 전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문화의 전파와 위력'에 일찍부터 눈을 돌려 아시아, 나아가 세계를 대상으로 이를 구상해왔다.한편 한국 패션산업은 실로 고부가가치 제품이 선진국에, 노동집약적인 제품이 중국을 비롯한 후발개도국에 밀려 어려운 내외 환경을 극복해야만 하는 시점에 있다.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인은 우수한 패션 인력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디자인 면에선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상품에 부족한 패턴 개발과 '제품 완성도'의 보충, 그리고 한국의 전통적 패션이 갖는 독특함과 고유성을 현대 패션에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우리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한복이나 생활한복이 한국패션의 세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신속대응과 저가라는 장점으로 동·남대문시장 패션상품이 일본을 비롯한 중국, 대만, 러시아 기타 여러 나라의 고객을 갖게 된 것이나, 일본 도쿄 시부야 109에 납품한 동대문시장 패션의 인기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영패션 분야에서의 개성 있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에 비한 고품질, 신속 대응 체제로 일본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힌국상품이 저가라는 이미지로 정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일단 패션상품의 해외진출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냉장고는 생산을 위한 투자비가 많고 오랜 세월 사용한다. 그러나 옷은 이보다훨씬 투자비가 적고 유행이 바뀌므로 자꾸 또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고부가가치를 지닌 문화 상품이 가진 잠재력은 엄청나게 크다. 한국, 일본이 공조하여 패션산업에 있어 아시아 패션을 발신하는 기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길 기대한다. 서구패션에 불교의 '선'을 의미하는 '선(zen)'스타일의 유행은 일본, 한국 등 동양인의 체형과 풍토 미의식의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최근 계속하여 서구패션 트렌드의 컨셉으로 등장하는 'zen 스타일'의 'zen'이란 바로 불교의 선을 말한다. 선양식은 흑백 색이 주류를 이루는 장식이 없는 심플하면서도 긴장감이 돌고 정적이며 슬림한 롱스커트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다. 일본, 한국 등 동양인의 체형과 풍토 미의식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2001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되는 IFF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동·남대문 시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때를 맞추어 한국과 일본 패션비즈니스학회 공동주최로 '글로벌 패션비즈니스의 방향성'이란 주제와 '글로벌 패션 아시아 중심의식'이란 부제어로 업계, 학계가 같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한국 패션비즈니스학회 회원의 브랜드 창작 상품전시회인 FABI 작품전과 일본측의 sony사와 공동제작한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가 새로 지은 문화학원전체 행사로 진행될 예정으로 한국측에서는 약 50명의 회원이 참가한다. 명실공히 산학이 연계된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패션비즈니스 한일 교류라 하겠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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