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규모의 디자이너 패션쇼,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시각으로 지난 달 26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 할리우드의 연중 최대 행사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전 세계 1억 인구가 시청한다는 아카데미 시상식. 따라서 그 만큼 개최 몇 일전부터 행사의 이모저모를 놓고 숱한 이야깃거리가 무성하기 마련인데, 매년 시청자와 보도진에게 최대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수상할 것인가와 누가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등장할 것인가에 집중되곤 한다. 따라서 아카데미 영화제는 종종 세계 최대의 디자이너 패션쇼라 일컬어질 만큼 '샤넬', '아르마니', '구찌', '베르사체' 등 세계적으로 내놓아라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입은 스타들로 화려하게 장식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행해지는 각 업계의 피나는 노력은 눈물겹기마저 하다. 각 브랜드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이미지에 알맞은 수상 후보자들을 선정하여 성공리에 프리젠테이션하는 것은 브랜드 홍보에 있어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때문에 수상 후보자가 선정됨과 동시에 후보자들의 팩스에는 수십 장의 스타일화가 송신되는 외에도 샘플로 한 벌당 소매가 2천 달러부터 1만 5천 달러에 달하는 드레스가 수십 벌씩 우송된다는 등, 유명 여배우들의 스타일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파리나 밀라노로의 유럽 쇼 룸 투어가 계획된다는 등의 뒷이야기가 무성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줄리아 로버츠는 앞면에 흰색 새틴으로 Y자형 트리밍을 한 '발레티노'의 검은색 벨벳 드레스를 입어 눈길을 모았다. 그리고 기네스 펠트로는 '랄프 로렌'의 핑크색 타프타 드레스를, 카메론 디아즈는 '베르사체'의 비치는 블랙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올해에도 가장 많은 스타들이 입어 다시 한번 그 명성을 확인한 브랜드는 '조지 아르마니'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러셀 크로우와 캐빈 코스너, 캐빈 스페이시 등이 입어 화제를 낳았다. 스타 패션마케팅은 10대 산업? 이와 같이 스타를 이용한 패션 마케팅이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 오트 쿠튀트 전성시대에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이 다양한 패션을 만들어냈던 것이며, 60년대에 비틀즈가 피에르 가르뎅에 의해 모즈 룩을 창출한 예는 일종의 신화와 같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최근 매스 미디어의 발달을 배경으로 대중문화가 배출해 낸 스타들이 소비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어서 영화나 TV 드라마와 패션과의 만남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몇 년전 디자이너 정구호가 영화 '정사'의 여주인공 이미숙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던 것과 영화 '동감'에서 유지태가 메고 나온 테크노 백이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곳은 TV 매체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스톰'과 '보이런던', 송승헌의 '닉스', GOD의 '후부' 등 스타가 유명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한편 스타패션 마케팅을 통해 연예인은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의정의 촌티패션, 심은하의 머리띠, 엄정화의 섹시 의상과 화장법 둥과 같이 특정 스타들을 중심으로 한 패션이 명동과 이대입구 등지에 수많은 복제품으로 등장하여 대중화되어 간 예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 배경으로 90년대 들어 X세대, 즉 10대 중고생들이 새로운 패션리더로 부상하면서 그들에게 인기가 있는 스타들의 의복과 머리모양, 액세서리 등이 또래 팬들을 중심으로 유행함으로써 커다란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하여 스타패션 마케팅은 10대들의 상품 구매력과 스타의 모방심리를 등에 업은 이른바 '10대 산업'이라는 일종의 등식이 적용되기도 한다. 입히기 위주의 한탕주의식 사고는 지양해야 그러나 이를 보면서 우려의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예로 요즘 TV를 보면 등장인물이 입은 상의의 부분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참으로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다. 이는 특정 상표의 과잉 노출을 막기 위한 방송사의 배려로부터 나온 것이겠지만, 역으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TV를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정기적인 디자이너 패션쇼나 브랜드 런칭쇼 등에 가면 새로운 컨셉의 제안보다도 누가 무대에 서고 관람석에 등장했는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즉 현재 패션업계에 있어 어떠한 스타들과 친목이 있고 얼마나 많은 스타들을 동원할 수 있는가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말하자면 스타패션 마케팅이 황금 거위알을 낳는 신종 마케팅의 일종으로 불리며 일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더라도 실상은 무작정 입히기와 모으기 위주의 근대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한 만큼 단시간에 이득을 얻으려 하는 협찬사들의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는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현 시대를 날카롭게 통찰한 후 창조적인 스타일로 제시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부재 또한 문제가 된다. 그 예로 스타들의 패션 코오디네이트를 통한 이미지 메이킹의 과정에서 베끼기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 입방아에 오르곤 한다. 가끔 인터넷 사이트에 누가 외국 어느 누구의 패션을 따라 입었는지에 관한 비판의 글과 함께 참고 사진이 올라오는 경우가 그것이다. 자세히 보면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어 세세히 꼬집어 지적한 시청자들의 열정과 지식이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앞으로 성공적인 스타 마케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홍보 담당자나 스타일리스트만이 아닌 기획을 맡은 MD와 디자이너 모두가 참여하는 총체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계속적인 지원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스타들의 외국 진출 소식이 매스컴의 화두를 장식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스타는 다양한 가치를 재창출하는 새로운 문화적 코드라는 인식 하에 보다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스타패션 마케팅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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