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장자(壯者)의 학철부어( 轍 魚) 실감케 한다. 그야말로 수레바퀴 자국 괸물에 펄떡이는 붕어 한 마리처럼 우리 주변이 위급하고 옹색하기 이룰 데 없다. 협량한 정치인들은 부처님 오신날 전야에도 해임 투표함 탈취를 시도하는 어처구니없는 촌극을 연출했다. 삿대질에 고함, 멱살잡이는 영락없는 뒷골목 잡배와 비슷했다. 그리고 이튿날 득달같이 여촵야 지도부가 조계종 충무원을 찾아가 연신 굽실거린 것을 보고 지각 있는 국민들은 닭살이 돋았다. 이젠 제발 정치권도 성철 스님이 깨달음의 뜻으로 강조하던 돈오돈수(頓娛頓首)의 참 뜻을 알았으면 싶다. 돈벌어 월급 줘 봤는가. 어지러운 것은 정치 뿐 아니다. 수출이 격감하고 경제가 망가지는데 '춘투'(春鬪)니 '모성법'이니 해가며 소모전이 그치지 않고 있다. 본디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기가 벌어서 월급 줘 본 일이 별로 없다지만, 교도소 담장위를 걸어가는 기업인의 속타는 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경제가 망가지고 기둥이 내려앉아도 표만 의식하고 번지르하게 얼렁수를 부리는 시금털털한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할지 넌덜머리난다. 본질 문제로 들어가 시중경기 흐름은 택시 기사가 먼저 알 듯, 수출 경기 동향은 먼저 다리품 팔지 않고 가장 쉽게 아는 방법이 있다. 수출조합 창구에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경기동향이다. 평소 섬유센타 16층과 8층에 있는 직물수출조합과 의류산업협회 창구에 오후가 되면 사람이 몰려 북적거리기 일쑤다. E/L이나 비자를 받으려온 민원인이 오후 시간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수출조합 창구 모습이 확 달라졌다. 민원인이 집중되는 오후 시간대에 사람이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다. 수출대종 품목인 합섬직물과 경편직물이 형편없이 오그라들었고, 편직의류 오더도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섬유 수출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IMF때도 수직 상승하던 의류수출이 4월에는 20% 이상 감소했다. 직물수출조합 관장 품목도 비슷한 수준이다. 말이 좋아 효자산업이지 이대로 가면 섬유수출이 급전직하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비쿼터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섬유쿼터로 보호받고 있는 선진국 시장도 가격 경쟁력 없는 우리 제품이 속절없이 붕괴되고 있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회사 한국섬유산업이 각 스트림별로 똘똘 뭉쳐도 헤쳐나가기 어려울 텐데 내편촵네편으로 나누어 심한 내부 분열까지 일으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면방업계가 제기한 코마사 덤핑제소로 인한 파문은 갈수록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면방업계와 실수요업계는 서로를 폭풍처럼 할퀴고 간 상처와 폐해로 이미 건너지 못 할 불신의 골을 파고 말았다. 각기 자기 주장이 있기 마련이지만 답답한 것은 양 업계끼리 양보나 협조로 해결될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 하나주고 하나 받는 협상의 카드가 없다보니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막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기 되는 불가피한 차선택이 산자부 개입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격렬한 대립을 말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산자부가 면방업계에 줄 수 있는 당근정책이기 때문이다. 비록 약발은 약하지만 면방업계가 오래 전부터 요구하고 있는 자동화 설비자금 지원에서부터, 원면과 비스코스인견사 관세 등을 차제에 무세로 돌리는 그런 조치를 하루빨리 가시화 해야한다. 물론 재경부의 협조가 절대적이지만 정부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당근정책은 이런 정도밖에 없다. 이를 전제로 면방업계의 대승적인 양보를 종용해야 한다. 제소 당사자인 면방업계에 아무런 보상 없이 백기를 들도록 강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 대표격인 의류수출업계도 한 단계 높은 제품 고급화를 위해 국산 코마사 사용량을 늘리는 그건 협조가 병행 돼야 한다. 면방이 죽고 의류업계만 살아 남을 수 없고, 의류를 죽이고 면방을 살리려는 발상도 안된다. 이젠 산자부 생활공업국이 전면에 나서 양업계의 날카로운 갈등과 대립을 희석시켜야 한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산자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섬유산업연합회의 적극적인 중재노력도 한 몫 해야 한다. 산자부와 긴밀한 협조 아래 양측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이익의 결집적인 연대성을 확보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섬산연이 방관자적 태도를 취할수록 거꾸로 원망의 화살이 섬산연을 향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그렇다고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법대로 원칙대로만 할 수 없는 무역위원회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산자부촵섬산연 왜 침묵하는가. 오비이락인지 몰라도 하필 코마사 덤핑제소 이후 이를 소재로한 편직의류 오더량이 격감했다. 면방업계는 '내 탓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의류수출업계는 ' 네 탓이다'고 쏘아부치고 있다. 감정의 골이 하루하루 더욱 깊어 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부치라고 했다. 중언부언 같지만 산자부와 섬산연이 이쯤해서 싸움을 말려야한다. 양측의 주장이 무엇인지 누가 억지이고 아집을 부리는지 다 드러났다. 만약 악에 받친 마지막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참패했을 때 겪어야 하는 패배감과 그에 따른 상처를 쉽게 치유할 수 없다. 사정이 너무 절박해졌다. 다시 강조하지만 21세기는 대립과 갈등의 페러다임이 아니다. 살생과 화합의 패러다임이 적용돼야 한다. 가슴에 불을 지르는 적개심의 대응은 양 업계는 물론 주식회사 한국섬유산업에 치명상을 주기 때문이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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