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 전문지의 새장르를 선보이며 꿋꿋하게 정도를 걸어온 국제섬유신문이 6월 2일로 창간 8주년을 맞는다. 새천년 새시대의 힘찬 도정에서 국내 최정상의 섬유·패션 전문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아끼고 협조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성원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결코 길지 않은 세월에, 그것도 퇴영과 소멸의 척박한 전문지 풍토에서 국제섬유신문이 자타가 공인하는 난공불락의 위상을 확보한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순간 21세기 국내 섬유·패션산업을 선도할 초일류 전문지로 도약하겠다는 창간정신을 되새기면서 독자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 할 동반자이자 대변지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변화무쌍한 지난 8년이었던가. 그야말로 과거 반세기와 맞먹는 격변의 시대였다.문민실정으로 국가가 거덜난채 IMF란 전대미문의 치욕속에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지만 경기는 윗목을 덥히기는 커녕 아랫목 마저 미지근한 상태이다. 이 같은 국가 대위국(大危局)상태에서 나라경제를 이끄는 가장 큰 주역은 역시 섬유산업이었다. IMF기간에 연간 138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거대한 국부를 벌어들인 여세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하나의 예증으로 지난해 섬유는 132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 전산업중 무역흑자 1위 업종이었다. 2위는 자동차의 129억 달러, 3위는 가전 및 선박 각 78억 달러였다. 이어 정보기기 68억 달러, 반도체 61억 달러, 휴대폰 54억 달러 순이었다.최대수출품목으로 성장한 반도체는 260억 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비중이 15%에 달했으나 주요 핵심부품 수입규모가 자그마치 199억 달러에 달했다. 연간 수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있는 반도체의 무역흑자 규모에 비해 연간 1,000억원도 신규투자가 어려운 섬유는 두배 이상 국부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사양이란 모진 풍토병을 앓으면서도 이 같이 연간 국가예산의 20%를 벌어들인 효자산업이다. 당연히 섬유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그러나 이 땅의 빈곤퇴치 주역이자 국가경제의 일등공신인 섬유산업도 급변하는 세계교역 환경과 경쟁력 약화로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화려한 지난날의 영광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존립의 위기에서 목졸림을 강요당하는 절박한 순간이 서서히 압박해오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되고 있는 국내외 여건이 결코 안주할 수 없는 험난한 가시밭길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새천년에 진입한 이 시점에서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어디까지 와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냉철한 진단이 필요할 때다.지구촌은 이미 블록화되면서 섬유교역 환경은 우리의 발목차원이 아닌 목덜미까지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 입찰이란 새로운 국제 거래가 정착하면서 그야말로 지구촌 구석구석이 경쟁상대가 됐고, 가장 좋고 값싼 제품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현실 앞에 갈수록 무력한 것이 우리 섬유산업의 현주소이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란 거대한 장벽앞에 우리 섬유산업이 속수무책으로 주저 앉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섬유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중국의 약진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전세계 무역 비중이 70년대 0.5%에서 99년에 3.5%로 높아졌다.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은 원자재 가격을 빼고는 원가부담이 없다. 경제 강국 일본마저 아시아 경제 주도권을 중국에 뺐겼다고 시인하고 있다. 이 같이 무서운 잠재력과 저력을 바탕으로 작년부터 시작한 10차 섬유 5개년 계획은 가속이 붙어 2005년 섬유수출 목표 650억 달러의 조기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홍콩을 제외하고도 작년에 480억 달러를 무난히 달성한데 대해 더욱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9억 인구의 인도도 중국에 질세라 섬유산업 중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중남미, 동구, 아프리카, 중동까지 가세해 세계 전역이 섬유경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악재는 이것 뿐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섬유수출의 고도성장을 보장해준 섬유쿼터제가 2004년 이후 완전폐지 된다. 우리의 시장 보호막이 상실되는 순간 섬유수출이 심하게 출렁거릴 것은 불문가지이다. 자칫 이대로 가면 10년 이내에 섬유수입 200억 달러에 섬유수출 100억 달러라는 역전현상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이 같이 세계 섬유교역 환경은 시계제로 상태의 안개속을 헤메고 있는데 우리의 대응방안은 아직도 무사안일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안일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더욱 한심한 것은 우리 섬유, 패션 업계를 이끌어갈 주도세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50년대 전쟁의 폐허위에서 면방공장마다 소규모 용광로를 갖추고 부품을 직접 만들어 기계를 작동하던 면방 거두들이 세상을 떠난 후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대구를 세계 제일의 산지로 만든 주역인 백욱기 회장이나 故 최익성씨 같은 살신성인의 정신이 없다. 상황은 나쁘고 구심체가 없으니 배가 자꾸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이태리가 보잘 것 없는 불란서의 하청생산 기지에서 세계 제일의 섬유, 패션 대국이 된 것은 '길드'를 중심으로한 구심체가 꿋꿋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모직물과 실크, 면직물, 화섬직물의 세계 최고 품질이 이태리서 나오고, 여기에 패션을 접목해 최강국이 된 그런 성공을 왜 벤치마킹 못하는지 아쉽고 답답할 뿐이다.설상가상으로 우리 업계가 하나로 똘똘 뭉쳐도 생존이 어려운 판에 업종의 이해에 따라 내편·네편으로 갈라져 심한 내홍까지 겪고 있다. 과거 대구에서 직물과 염색이 대립하더니 최근에는 코마사 반덤핑 제소사태가 터져 면방업계와 실수요자간에 갈갈히 찢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싸우는 당사자들의 모습도 볼썽 사납지만 이것을 조정하고 중재할 능력마저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 많은 섬유단체는 무엇을 하고 정부는 왜 수수방관하는지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이제 섬유·패션업계는 소아를 버리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중지를 모으고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업계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 주도세력을 형성해야 한다.이대로 가면 필연적으로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위기에 몰리고 있는 섬유패션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업계, 단체, 학계, 연구소가 총 망라된 비상 대책기구를 가동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안주할 여유가 없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국제섬유신문은 섬유인 전체의 통합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섬유를 살리자'는 창간 이념을 각 분야에서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숙히 약속한다. 지난 8년 격동의 세월에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전문언론의 책임을 자임한 본지가 진정한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21세기 초일류 섬유·패션지로서 소홀한 점을 진솔하게 반성하면서 새로 태어나는 자세로 우리 섬유·패션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사랑과 채찍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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