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 그리고 핑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요즘 영화 '친구'가 화제다. 2001년 5월 13일자 신문에 의하면 영화 '친구'가 3월 31일 영화가 개봉된 이후 42일만에 635만 9359명으로 집계되어 국내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쉬리'와 'JSA 공동경비구역'에 이은 또 하나의 기록 경신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영화 속에서 나오는 노래, 의복, 헤어 스타일 등이 관객으로 하여금 지난 향수를 불러 일으켜 특히 70년대의 히트곡을 사용한 영화의 삽입곡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인가 유승준이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불렀는가 하면, 여성 가수그룹 핑클이 혜은이의 히트곡 '당신은 모르실 거야'를 내놓아 요즘 우리 가요시장은 소위 리메이크 곡 붐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드라마를 보더라도 '왕건'이나 '허준' 같은 옛날 사람들이 나오는 사극물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불효자는 웁니다'나 '그때 그 쇼를 아십니까'와 같은 신파악극이 기성세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신세대에게도 복고풍의 낯설움과 파격이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신세대 유행의 첨단기지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옛날 대포집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지금 전 세계는 복고 열풍유독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해산한 지 30년이 된 비틀즈의 앨범 '1'이 지난 11월 13일 발표된 이후 5주 동안 전 세계에서 1800만장 이상 팔린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영국에서는 1970년대를 제패한 슈가 팝 그룹 아바의 히트곡 메들리로 극을 구성한 뮤지컬 '마마미아'가 인기 행진을 기록했으며,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베스트 앨범이 새로 나와 인기를 얻고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는 복고 열풍의 와중에 있다. 불과 1, 2년 전, 요란한 음악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테크노 춤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으며,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라던가 'Y2K'란 단어조차 희미한 옛 추억이 된 듯한 느낌이다. 복고(復古)란 글자 그대로 '옛 것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에 비해 복고풍은 과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과거로의 회귀보다는 과거를 현재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를 갖는다. 대체적으로 복고풍의 상품들은 우리의 정과 사랑,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휴머니티와 결합하여 따뜻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고도의 현란한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다른 상품들과 차별화될 뿐만 아니라 과거로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소비자와의 친밀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것이 현재 복고풍은 대중문화의 코드로서 영화, 음악, 광고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서 확산되는 이유라 할 것이다. 올해 패션 주역은 80년대풍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요사이의 패션을 보면 그 동안 21세기를 예고하며 미래적인 이미지를 표현해 왔던 스타일보다는 지난 세기에 대한 향수를 담은 복고풍 패션이 계속 등장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70년대의 스타일을 근원으로 하는 패션이 대거 등장한 데 이어 올해는 80년대가 유행의 초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패션을 보면 미니멀리즘에 바탕을 둔 간결하고 샤프한 형태는 자취를 감추고 드레이프, 개더, 프릴 등의 장식, 쿠튀르풍의 디테일과 실루엣 등과 같은 80년대 복고풍 패션으로 가득하다. 그와 더불어 짙게 펴 바른 눈화장, 두꺼운 눈썹, 넓은 허리 벨트, 패드를 넣어 넓고 각진 어깨, 레이어드 룩, 앞부분을 세운 닭 벼슬 머리, 헤어 무스와 스프레이, 총알굽 하이힐, 마돈나, 브룩 실즈, 신디 로퍼, 듀란 듀란 등과 같은 80년대의 문화적 기호들이 트렌드 키워드가 되고 있다.과거의 복식양식을 재현한다는 의미의 복고풍 패션은 현대인에게 과거의 역사와 전통에 관한 재인식을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대 패션의 주요 흐름이 된다. 그 뿐만 아니라 과거의 복식양식을 현재의 시대적 조류에 맞게 새롭게 재현, 발전시킴으로써 디자인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들의 작품활동을 위한 영감의 출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우리가 그 동안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기대하고 상상해 왔던 21세기. 그 벽두에 선 현재, 그 창조 에너지가 복고풍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는 어느 과거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전해줄지 궁금하다. <전북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 조교수>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