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과연 내일이 있는가?'경제난에 가뭄까지 겹친 시련의 땅에 서로를 폭풍처럼 할퀴고 간 연대 파업의 상처와 폐해를 보고 망연자실 희망을 접었다.90년만의 가뭄이 몰고온 기막힌 천재(天災)속에 국민경제를 인질삼아 연대파업을 벌인 전복된 행태에 말문이 막혀 집단실어증에 걸린 기분이다. 그것도 지난해 4,600억원의 눈덩이 적자기업에 억대 연봉 조종사들이 연대 파업을 선도했으니 이 무슨 해괴한 짓거리인가.등돌린 국민여론에 파업은 진정국면을 보이지만 평화롭던 섬유사업장이 희생양이 돼 여전히 화약고로 변했다. 지난달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효성은 벌써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채 노사가 팽팽한 대치국면을 보이고 있다.태광산업 울산공장이 화섬원사·기초원료 불문하고 지난 12일부터 모든 공장에 불이 꺼졌다. 비운의 워크 아웃 기업인 고합 울산공장도 연대 파업에 들어갔다.'핑계없는 주검없다'고 파업의 명분이야 둘러대겠지만 순박한 섬유사업장에 태풍이 몰아쳐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외 원사 공급에 문제가 생겨 파동이 불거지고, 수출불이행으로 인한 클레임 제기로 국제망신까지 사고 있다.파업이 장기화되면 화섬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물론 실수요자인 직물·니트 업체들의 연쇄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 원사 공급체계에 빨간불이 켜져 실수요자들이 안절부절하며 비상이 걸렸다.지금이 파업할 때인가걱정스러운것은 이번 극한 투쟁으로 자칫 판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그토록 격렬하게 파업을 주도했던 대하합섬 구미공장이 하나의 예증이다.공장에서 거리에서 꽹과리 치고 퍼질러 앉아 구호를 외칠 때는 끈끈한 동료였지만 간판 내리고 문 닫은 다음에는 책임지지 않는 타인이 었다. 월급은 안 나오고 가계는 기울고 그래서 결국은 뿔뿔이 헤어져 연락조차 안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대하합섬 구미공장의 조업정상화가 무산된 것도 강성노조를 두려워한 원매자의 기피현상 때문이었다. 화섬경기 자체에 낙조가 드리운 것도 걸림돌이었지만, 강성노조의 행태에 다른 기업들이 아예 주눅이 들었다. 결국 게도 구덕도 다 놓치고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때 땅 꺼지는 한숨소리만 길게 베어있다.효성·태광·고합사업장의 연대파업을 중단해야할 이유는 국민이 고통받는 가뭄 때문만이 아니다. 화섬산업 자체에 비관론이 팽배해 자칫 사업장을 포기할 극한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실제 불황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폴리에스테르원사를 비롯 나일론. 아크릴은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 스판덱스까지 채산이 예전같지 않다. 화섬메이커들의 적자가 눈덩이 상태에서 어떤 계기만 마련되면 공장 폐쇄문제까지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업계 분위기이다.장기화된 세계 경기 불황에 과잉설비의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 공장 스크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사상처음으로 원사가 국내에 역수입돼 향후 시황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테스트 결과 중국산 화섬원사가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수입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가격 경쟁력이 15%나 강한 중국산에 한국산 원사가 무슨 재간으로 버틸 수 있는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화섬산업은 이제 '훅'불면 꺼질 정도로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파업이란 극한 투쟁이 거듭되면 마지막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불문가지이다.물론 노조측의 주장과 논리를 전부 부당하다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논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당위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 시점에서 파업이란 수단은 호소력도 설득력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지금 상황은 파업이란 극한 투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절박한 위기 국면이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리는 격'으로 더 많은 희생을 자초하는 그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노사가 대립과 갈등 차원이 아니라 노사가 똘똘 뭉친 산업평화를 통해 위기의 섬유산업을 구해내야 한다. 무슨 명분으로도 파업의 당위성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가 서있는 절박한 현주소인 것이다. 차제에 근로자뿐 아니라 기업인·정부·단체·연구소 등 섬유관련 주체들이 벼랑에 서 있는 섬유산업의 현실을 좀더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간은 우리의 자력 못지 않게 국제환경이 섬유산업의 안정성장을 도왔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180도 뒤바뀌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늘었고, 세계 도처가 경쟁국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가격은 갈수록 내려가고 원가는 더욱 오르고, 사람은 없고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중국이란 거대한 장벽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WTO가입은 우리의 목졸림을 더욱 빠르게 강요하고 있다.화섬산업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세계 제일의 산지인 대구 합섬직물산업이 벌써부터 중국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설비나 기술이 우리를 앞서기 시작한 품목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싼 경쟁력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대구섬유업계중진들이 땅을 치며 자포자기식 발언을 잇따라 내뱉고 있는 것을 결코 엄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대안은 중국을 피해가는 것인데 그것이 생각처럼 녹록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안고 있다. 전성기 대구합섬직물 산업에 해가 기울고 빙하기가 닥친다는 엄연한 현상을 바로 보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준비해야할 시점이다.섬유산업 比對委 발족해야합섬직물 뿐 아니다. 니트의류나 직물제 의류 상황도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인터넷 입찰을 통해 가격이 작년동기대비 25%내외나 추락했다. 쿼터차지가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던 면니트셔츠가 피스당 2달러대로 떨어졌다면 가격구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만하다.상상도 못했던 남부 아프리카 국가나 이스라엘 요르단 등이 미국의 무관세 특혜를 등에 업고 대규모 봉제공장건설이 한창이다. 멕시코 등 NAFTA국가나 CBI 국가는 물론 중국까지 경쟁에 헉헉거릴 정도로 이들 국가의 봉제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싸게 더 싸게'라는 미국 대형스토아 전략에 우리가 가장 골병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그야말로 꿩도 매도 다 놓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이같은 대전제에서 최근 대구·경북견조가 산자부와 대구시. 관련조합·연구소들이 참여하는 화섬직물 불황대책기구를 발족키로 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매우 시기 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대구뿐 아니라 총체적인 위기에 몰린 섬유산업 전반에 걸쳐 각 분야별 중진들이 망라되는 긴급 비상대책기구를 발족시켜 가동 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어영부영 건성으로 넘길 충고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섬유산업의 미래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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