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숨쉬기조차 힘든 긴 터널은 무덥고 짜증스럽다. 빨리 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야 될텐데…. 오늘의 우리 섬유산업계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내국시장잠식, 후발개도국의 추적,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노동시장환경 등 어둡고 숨쉬기조차 어려운 터널 속의 상황이 섬유업계의 현주소라면 과장일까? 해외시장에서 저임금국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으면서 한편 국내에서의 인력난이다. 가격경쟁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은 메리트가 없어진지 오래다.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 중에는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아니면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가격경쟁에서 경쟁우위를 추구하는 경영전략이라 볼 수 있다. 즉 섬유산업의 원가 근시안(Cost Myopia) 경영인 것이다.대구경북견직물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는 약 8천명, 이들은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국내에 불러 들여 섬유업 관련 제조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불법체류근로자도 이 숫자와 버금간다고 하니 인력난에 허덕이는 섬유관련 제조업에 마치 가뭄 속의 빗줄처럼 이들 근로자는 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정확한 숫자 파악은 어렵다고 한다. 당국도 업계의 인력난을 이해하고 묵인하고 있는 듯 하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국 땅에서의 문화충격(Cultural Shock), 언어소통의 어려움, 가족과 떨어진 공장의 합숙소에서의 독신생활 등은 사람다운 정상적인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우리사회와는 격리된 외로운 섬에서의 생활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사용자측에서는 이들 근로자의 한시적 고용은 업계의 어려움을 덜어 주려는지는 몰라도 이들이 이곳 생활에서 야기되는 문제들 - 언어장벽에서 겪는 불이익, 사람차별 인식, 근로환경에서 오는 인권문제 등은 결국은 우리사회가 책임을 져야하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이를테면 지방노동청 산하의 노동사무소에 이들 외국인 근로자 전담 공무원의 배치라든지, 사회복지기관에서의 이들에 대한 조처 등이 우리에게는 사회적 비용인 것이고 결국 납세자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저임금국에로의 생산기지 이전, 제조업의 공동화현상 조짐, 섬유산업 부문간의 불균형적 구조, 중저가 표준제품의 양산방식, 마케팅능력의 열악성, 원단과 어패럴 제조업간의 연계가 없는 제품개발, 시장변화에 신속대응하지 못하는 시스템운영, 정부지원에 익숙해진 업계의 관행, 등은 오늘의 우리 섬유산업의 문제를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이들 제조업에 채우는 일로써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오늘날 한국섬유산업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60년대, 70년대의 미국섬유산업의 궤적을 살펴볼 때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섬유산업은 역사적으로 가격을 통해 경쟁우위전략을 추구했었다. 본질적으로 저임금만을 용의주도하게 추구해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뉴잉글랜드지방의 방직산업의 역동성이 미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섬유생산기지를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남부지역으로 이전했다. 이른바 딕시랜드지방의 저임금 흑인 근로자가 이들 업체에게는 매력적이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만다. 이러한 값싼 노동력을 찾는 집요한 미국섬유산업계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은 섬유산업의 경쟁우위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기술의 진부화가 가속화 되어가고 있든 시기에, 그리고 시장환경이 날로 달라져가고 있든 시기에 미국섬유업계는 저임금만이 유일한 경쟁전략으로 신봉했든 것이다.혁신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대다가 인력자원 가치에 대한 경시와 투자의 미흡, 적대적 기업간의 거래관행, 규격화한 대량생산이 가져다 주는 가격경쟁력의 과신 그리고 정부지원을 의존하는 업계의 관행 등, 이제 우리는 결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태리의 대형 어패럴메이커인 GFT는 저임금국의 제품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량생산을 중단하고 몇 개의 전문 제품으로 시장공략 목표를 설정하고 고도로 숙련된 디자이너와 기술 인력을 훈련하는 고급전문인력을 육성하는데 집중투자하면서 특화상품에 주력하므로써 임금수준이 낮은 국가의 제품을 이겨 낼수 있었다.본질적으로 원가경쟁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은 이제는 우리의 선택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미국의 섬유산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사는 언제나 상황변화가 야기된 원인을 설명해줄 뿐 아니라 이러한 영향으로부터의 교훈과 가능한 처방도 암시한다. 산업경쟁력은 시장환경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력과 적절한 산업구조개혁과 조정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업성공의 지름길은 저임금에서 오지 않는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회사는 저임금을 주는 회사가 아니라 고임금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 효율성이 높고 끊임없는 혁신기술 개발과 인적자원 개발에 쏟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저임금의 회사에서는 고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기술혁신과 고급인력육성의 과감한 투자는 섬유산업을 소프트웨어적 산업으로 바꿀 수 있게 만든다. 이 같은 시장환경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할 때는 결과는 고부가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경쟁우위에서도 밀려나 마침내 섬유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기에 이를 것이다.현재 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은 제품의 고부가가치와 경쟁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의 활용이 결코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지 못한다. 고급인력으로 채워진 섬유업계가 될때, 대구를 섬유관련제품의 국내외적 교역의 중심지로 격상시키고 패션을 선도하고 모드의 바람을 일으키는 발신지가 되는 패션리더쉽 창출이 아닐까 싶다. <대구대 경영학과 교수·패션산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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