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양극화는 한국경제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경제의 당면과제이다. 전체의 20% 숫자에 미달하는 고소득층이 전체소득의 80%를 얻고있고 80%에 달하는 계층의 저소득층은 전체소득의 20%밖에 미치지 못하는 극단적인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야말로 오늘의 경제현실에서 가장 절실히 풀어나가야할 과제이자 화두다.양극화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소득구조의 양극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소비와 투자, 수출, 생산, 주가 등 제반 양극화현상은 경기에 따라 회복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종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소득 및 산업구조와 같이 근본적인 변화에 의하여 초래되는 양극화추세는 경제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양극화현상은 지극히 혼란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내수시장의 중심이었던 중산층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소비구조의 변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양극화된 소비자 대상을 겨냥하여 서로 이질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고급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의 매출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심지어 올해 들어 재래시장은 위축되고 경기불황이 강해지고 있음에도 백화점들은 매장고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대적인 리뉴얼공사와 함께 최고급백화점으로의 이메지 상향과 함께 해외품브랜드들을 경쟁적으로 입점시키고 매장면적도 파격적으로 넓혀주고 있는 롯데, 현대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점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증가와 주가상승은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소비의 양극화와 함께 지역간의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부의 집중이 두드러지게 편중화된데 비하여 지방경제는 빈사상태에 처했다고 말할정도의 지역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기본적으로 지역별 산업배치가 양극화되었다는데 그 근본이 있다.지방경제는 섬유, 신발, 철강 등 전통장치산업이 주를 이루는 반면 수도권은 반도체, 정보통신, 서비스업 등 수출주력 첨단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양산업으로 인식되어 버려지거나 침체의 길을 걷게될 산업이 대부분 지방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향후 경제발전의 주축을 될 첨단, 벤처산업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으며 정부의 지원정책이 주로 이 분야에 집중될 수 밖에 없음에 따라 그 격차가 커질수 밖에 없다. 거기에 더하여 지방경제의 자금줄이었던 지방은행이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몰락과 위축됨에 따라 지방산업은 더욱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최근 통계에 의하면 거래소 상장기업 중 77.9%, 코스닥등록기업 중 72.2%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있다 한다. 또한 코스닥등록기업 중 벤처기업들의 81.3%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어 인터넷, 정보통신 등 디지털 관련기업으로 갈수록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지역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수있다.유통 서비스시장을 돌이켜볼 때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토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55%이상이 집중되고 전체소득의 70%가 편중되어 있음은 모든 유통경제의 중심핵심이 수도권이요 한국패션시장의 중추기능과 운명을 수도권이 좌우할 수밖에 없음을 살필수있다.소득격차의 양극화, 소비의 양극화는 고급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을 양산할 수밖에 없고 양극화의 심화에 따라 고급백화점의 영역확대는 상대적으로 재래시장인 대리점체제와 고급가두점, 즉 로드샵의 위축을 가져오고 재래남대문 동대문 시장으로 대표되는 도매시장의 침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재래시장의 활로는 동대문의 밀리오레와 두산타워, 남대문의 메사로 대표되는 저가대형시장의 형성과 활성화로 길을 찾고 양극화의 한축을 형성하게 된것이다.이러한 일련의 경제현상은 급격한 시대적 흐름속에 빠른 변화를 수반하고 있어 정부정책의 발바른 대안책이 없이는 아무런 효과도 볼수가 없을것이다.말로만 고부가 가치산업인 패션육성과 섬유산업진흥을 케치프레이스로 내걸면서도 전체 소비유통의 70%이상을 점하고 있는 수도권에 대한 정책적 외면은 한국패션유통산업의 고사(枯死)를 가져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좁은 지역에 2천여만명의 소비층이 집중되어 있고 패션유통의 기반이 충분히 자생적으로 조성되어 있으면서도 이를 활용치 못하고 소비의 양극화라는 급변하는 경제여건에 적응치 못하여 고급수입류에 니치마켓을 모두 내주고 계속 활개를 치며 그 영역을 확충하여 가고 있는데도 이를 방관, 방치하고 있는 정책당국에 분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요 패션유통은 너무나 미약하다는 선입관 때문에 특별지원의 의지도 없고 전시회나 컬렉션의 보조로 몇십억원을 보태주고 기백억원의 형식적 정책자금융자대상액만 보태주면 그만이라는 작금의 섬유패션정책의 현실은 이 엄청난 시장의 외국제품에의 진상(進上)과 헌납이라는 어마어마한 국가적 경제손실을 가져올 것이기에 통곡을 금할수가없다.지방경제지원 육성책으로 추진된 대구경북섬유산업육성대책 속칭 "밀라노프로젝트"가 출발시점부터 많은 문제점과 불리한 여러조건속에서도 "문희갑" 대구시장의 집념어린 추진과 사명감있는 확신때문에 추진 3년차에 큰 진전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것은 오늘의 우리 중앙정부 섬유패션정책책임자들이 깊이 반성해야 될 점이다.아- 우리 서울에는 제2의 문희갑 시장이 왜 나타나지 않는가... < ㈜ 클라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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