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통박이 답답하고 헷갈린다. 삼각지를 바로 가지 왜 돌아갈려는지 상식도 진실도 끼어들기 어려운 형국이다. 대통령이건 언론이건 탈세를 했으면 세금을 추징하고 처벌받는 것은 명정한 민주국가의 기본 아닌가. 누가 성역이고 어느 집단이 치외법권이란 말인가.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가. 물린다고 가만히 당할 언론이 이 땅에 어디 있겠는가. 그야말로 쌍팔년도에나 가능했던 그런 옹색한 비유는 호소력도 설득력도 없다. 더욱 한심하고 통탄스러운 것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정치권의 행각이다. 국세청의 조세권 행사의 적법성 여부는 검찰조사와 법원의 최종판정에 맡기면 그 뿐이다. 여당이 국세청인 양 설쳐대는 꼴도 못마땅하지만 야당이 탈세 언론사의 시다발이인 양 결사항전을 부추기는 꼴이 가당치 않다. 또 언론사 조세포탈 조사가 국가가 전복될 절대절명의 긴급사항도 아닌데 왜 죽기살기식 막가는 싸움을 벌이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섬유산업 빙하기 온다내친김에 여·야 정치권에 쓴 소리 좀 해보자. 세계경제가 본격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주식회사 한국호가 가라앉을 위기에 몰려 있다. 이런 판국에 노사간의 소모전은 갈수록 격렬해져 산업현장이 심하게 출렁이면서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먹혀들지 않는 노동부, 산자부 장관이 노사분규 현장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을 때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적어도 다른 상임위는 몰라도 환경노동위와 산자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다함께 파업현장에 찾아가 며칠이건 노사양측을 설득해 공장이 돌아가도록 돌파구를 마련하는 그런 노력이 지금 필요하지 않은가. 20명이 훨씬 넘는 국회 섬유산업발전연구회 소속 의원들도 한 달 이상 파업사태 속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보고 있는 효성, 태광산업 공장에 진즉 달려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멀쩡하게 잘 추진되는 밀라노 프로젝트를 붙잡고 주말에 시시비비하는 것 보다 파업중인 울산현장에 뛰어들어 수습하는 참다운 민의를 지금 국민들이 학수고대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싶다.다시 본질 문제로 돌아가 자동차 조선 등 극소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 산업이 추락하고 있지만 섬유산업 전반에 무서운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재벌축성의 상징이었던 화섬산업부터 경기불황과 공급과잉으로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에 몰려 벼랑 위에 몰려있다. 일부 회사가 어거지로 흑자를 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월 30억∼100억 이란 상상을 초월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효성과 태광산업은 파업사태가 장기화 돼 각기 1,000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 워낙 덩치가 큰 재벌급 회사이니까 이 정도로 버티고 있지 웬만한 기업 같으면 벌써 부도가 나도 여러 번 났다. 동종업체들은 파업이 무서워 감당할 수 없는 임금인상을 허용했지만 얼은 발에 오줌누기식 미봉책이 기업을 살아남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일시적인 불황이라면 참고 견딜 수 있으나 문제는 세계경제 불황과 공급과잉이란 구조적인 악재에 봉착해 있다. 더구나 우리의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화섬원사가 거꾸로 역수입돼 강력한 경쟁국으로 변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며칠 전 화섬협회가 평지풍파를 예견하면서도 3년간 임금동결과 화섬종업원 16,000명 중 1/3인 6,000명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폭탄선언이 결코 엄살이나 과장이 아니다. 이미 내부적으로 골병이 들만큼 들었고 그래서 화섬산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발등의 불로 등장했다. 면방산업은 오래 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오죽하면 코마사 덤핑제소를 단행해 섬유업계를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심한 내홍(內紅)을 유발했겠는가마는 갈수록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는 물론 양질의 원면생산국으로서 월평균 임금이 40∼50달러에 지나지 않는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와 경쟁이 불가능한지 오래다. 설사 덤핑취하를 않고 덤핑관세 5∼10%를 부과한다해도 20년 이상 노후설비가 절반을 넘는 데다 1만추당 소요인력이 선진국의 자동화 공장보다 3∼4배에 가까운 23명으로는 생존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다. 세계 제일의 산지를 자처했던 대구 합섬직물산지를 휩쓸고 있는 불안성 가연심리는 요즘 같은 인두로 이마 지지는 가마솥 더위에도 냉기가 뒤덮고 있다. 세계 경기불황에 예상보다 10년 빠른 중국의 추격앞에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설비와 기술, 가격 경쟁력 대부분이 우리보다 앞서거나 비슷한 중국산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대구산지가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 심지어 그 같은 중국마저 요즘 해외경기부진으로 보유직기를 대거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라면 우리 몫이 얼마나 줄었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따라서 기라성 같은 합섬직물 회사들이 이 여름에 자체공장과 직기를 팔기 위해 내놓은 매물이 포화상태에 있다.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너도나도 공장 정리하고 규모 축소해 숨만 쉬겠다는 참혹한 현상이다. 직물제와 니트의류를 포함해 섬유제품류 시장도 '가지밭에 김 나간지 오래'다. 다 죽는 듯 하다가 IMF덕에 재기했던 제품수출업계가 다시 빈사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심각한 중증 과감한 집도 시급이미 알려진 대로 세계섬유제품류 공급체계가 어제가 옛날일 정도로 바뀌고 있다. 생각도 않던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국가가 거대한 생산기지로 둔갑했다. 풍부한 인력에 임금은 우리의 1/20에 불과해 고임금에 사람귀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수입업자들은 자신들의 마진은 유지하면서 의류수입가격은 매년 거꾸로 10∼20% 깎아 내리고 있다. 인터넷 입찰도 우리의 가격경쟁력에 치명상을 안기고 있는 데다 인권, 환경문제까지 걸고 넘어져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나마 중국의 섬유쿼터 적용시한이 2008년 이후로 연장됐지만 그들은 2005년에 섬유수출 750억달러 달성을 장담하고 있다. 또 중국 못지 않은 공급국들이 수없이 나타나 우리의 영역을 급진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이같이 우리 섬유산업 전반이 토사곽난을 앓고 있는데도 우리 업계나 단체, 심지어 정부까지 안이한 상황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 하루빨리 공멸의 위기를 대비해 고강도 처방이 시급한 시점이다. 따라서 다시 제기한다. 섬유산업연합회가 주축이 돼 단체와 업계, 학계, 연구소, 정부가 총 망라된 비상대책기구 발족을 다시 촉구한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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