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부가가치를 최고로 높이고 싶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 전략적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시대이다. 독특한 이미지로 톱 모델이 된 주근깨 소녀 168cm의 키, 주근깨 많은 뾰루퉁한 얼굴, 레드 브라운의 긴 머리, 무뚝뚝한 표정, 모델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것같은 불손함...... 이것은 99년 동양인 최초로 샤넬의 전속모델이 되면서부터 한 시즌에 10여개 이상의 무대에 오르고 있는 톱 모델 아오키를 묘사하는 어휘들이다. 이처럼 그녀의 외모는 기존의 모델들과 비교해 볼 때 뛰어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모델이 거의 성공하지 못하는 서구 모델계에서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형처럼 예쁜 동양인이 아니라 바로 투박하고 색다른 이미지를 지녔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의 광고 비주얼에 감동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지 않은 키에 예쁘지 않은 얼굴이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신선하고 오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세상은 특히 패션계는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패션계에 '새로운 품종'으로 대접받는 것이 저는 기뻐요. 제가 그저 예쁜 바비 인형같았다면 이렇게 작은 키로 런웨이 무대에 설 수 있었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전형적인 모델들이 인기를 누리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다양한 형태와 이미지가 공존하는 시대이다. 젊고 현대적인 이미지, 낭만적인 모습부터 그로테스크한 모습까지 전부를 담아낼 수 있는 그녀의 독특한 이미지는 세계 패션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되었던 것이다.이미지가 경쟁력인 시대이와 같이 우리는 이미지가 경쟁력인 시대,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 '지방흡입수술로 인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개그우먼 이영자의 인기 비결도 뚱뚱한 몸매와 걸쭉한 입담에서 자아내는 독특한 이미지에 있었다. 전유성이 밤업소에서 일하던 그녀를 방송에 데뷔시켜준 것도, 그녀가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독특한 캐릭터때문이었다. 그런데 일명 '땡김이' 사업을 둘러싼 다툼으로 인한 협박, 명예훼손, 기밀누설 등에 대해 이영자와 성형외과 원장 K씨는 상반된 주장을 보이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덜 떨어진 맹구가 갑자기 똑똑해지면 재미없는 것처럼, 뚱뚱한 영자가 날씬해지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 흡입력을 잃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영자는 "돈과 인기도 좋지만 한 여자로서의 인생이 더 중요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솔직하지 못했던 그녀의 행동에 대해 "국민농락 사기극 아닌가", "돈과 시청률을 위해 시청자를 속이다니...." 등의 거센 항의와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어쩌면 이영자는 끊임없이 예뻐져야 한다고 강요하면서도, 예뻐지기 위해 자연스럽지 않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평가절하하는 이중적인 가치관이 팽배한 외모중심 사회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영자 파문을 당사자의 거짓말 여부와 진료기록 공개에 대한 도덕적 책임추궁 등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의 한 저널이 한국을 성형대국이라고 비판한 기사를 실었을 때도 여론은 일부 여성들이 나라망신을 시킨다며 비난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이중성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이미지가 경쟁력인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모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 전략적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버버리의 이미지 혁신 프로젝트 이러한 것이 단지 개인의 이미지 구축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대 중반 바닥으로 떨어져 회생 불가능해 보이던 버버리를 위기로부터 다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바꾸어 놓은 것은 그 동안의 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CEO 로즈 마리 브라보의 공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를 목표로 취임 후, 그녀가 시작한 일은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한 강력한 리스트럭처링이었다. 영국내 버버리의 생산공장을 모두 폐쇄하고 아시아권의 노년층 중심의 판매망을 막았을 뿐 아니라 낮은 가격대의 라인을 없앴다. 그리고 버버리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라이센스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모조품을 강력하게 단속했으며, 특히 광고와 디자인을 강화시켰다. 마리오 테스티노가 영국 모델 스텔라 테넌트와 케이트 모스를 기용해 제작한 광고 화보는 브랜드 이미지를 클래식하면서도 쿨하게 변화시키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강력한 리노베이션을 통해 버버리는 노후한 이미지의 브랜드로부터 마돈나는 물론 영국의 패션 아이콘인 스파이스 걸즈의 빅토리아 베컴같은 유명 팝 스타들이 입고 나올 정도로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한 브랜드로 현대화되었다. 현재 버버리는 20대와 30대의 뉴 제너레이션이 가지고 싶어하는, 과거의 전통과 패션성을 겸비한 트렌디한 이미지를 지닌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브랜드 이미지 창조가 곧 경쟁력이제 우리는 인터넷으로 인한 소비자 우위의 시대, 글로벌 소비자의 출현으로 외국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제품 차별화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자사의 제품이 다른 그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제품 차별화를 할 것인가? 가장 강력한 수단중의 하나가 바로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이다. 지난 몇 년동안 계속된 국가경제의 어려움으로 국내의 패션산업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현재의 위기를 국내의 패션산업발전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생존전략외에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브랜드 이미지의 창조에 있다. 그러므로 패션업계는 하루라도 빨리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창조를 위한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전남대학교 의류학과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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