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에서도 R&Dㆍ차별화ㆍ시장다변화는 선방”

재고 누적에 값 속락 ‘제살 깎기’…바이어에 휘둘리기도
정세불안ㆍ저유가 등 남미 중동 동유럽 등 텃밭서 발목
“아이템 다변화ㆍ환율상승, 내년엔 좋아질 것” 희망고문

한국니트직물수출협의회(회장 이정민)는 12월 16일 오찬을 겸한 송년 좌담회에서 2015년을 짚어보고 새해 시장 전망과 각오를 다졌다. 이날 모임은 민은기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이사장((주)성광 회장)을 초빙해 블랙포멀-화섬직물 시장 현황을 듣고 수출입조합이 진행하고 있는 새해 사업계획도 청취했다. 민 회장은 좌담회에 앞서 간단한 인사말과 최근 국내외 관심사를 언급한 뒤 참석자들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나서 업종 현안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특히 침체된 국내 생산기반 활성화를 최대 이슈로 내세우면서 정부에 지원을 강력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민 회장을 통해 산업부에 외국인 쿼터 확대 및 임금 조정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날 모임은 이정민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본지 조영일 회장이 사회를 맡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좌담회 참석자]
△김형련 (주)코라인터내셔날 대표 △박재하 (주)진한무역 대표 △민은기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ㆍ(주)성광 대표 △손우진 (주)에스케이니트 부사장ㆍ평택대학 교수 △유병헌 (주)삼일니트 전무 △윤봉한 (주)두원브라더스 대표 △윤정환 (주)부건니트 대표 △이용원 (주)일송텍스 상무 △이정민 한국니트직물수출협의회 회장ㆍ모다끄레아(주) 대표 △이형래 이스턴상사 대표 △조영일 국제섬유신문 발행인 회장<가나다 순>

[이정민 니트직물수출협의회 회장]연말 바쁘신 가운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특별히 (주)성광 대표이사이면서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이사장을 맡고 계신 민은기 회장을 모셨습니다. 수출시장과 니트직물 산업 현황 그리고 올 한해 경영에 대한 소감을 소개해주시고, 아울러 내년 시장 전망과 우리가 공유해야할 내용 등을 자유롭게 말씀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조영일]올 한해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올해 경영 현황과 내년 시장을 회사별 지역별로 전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이정민 회장 말씀부터 듣겠습니다.
[이정민]모다끄레아는 올해 해외 마케팅 위주로 전개했습니다. 시장 다변화 결과 매출은 전년보다 약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남미가 주력인데 아시는 것처럼 환율이 40~50% 떨어져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콜롬비아 등 시장 다변화에 치중했는데 다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는 R&D 분야인데 미흡합니다. 한국섬유소재연구소 등과 연계해 회원사들과 상생전략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조 회장]중남미는 어떤가요? 미국과 유럽시장도 짚어주십시오.

[이정민]아르헨은 최근 친자본주의 시장경제 성향의 정권으로 바뀐 뒤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모다끄레아의 아르헨티나 시장은 1/3로 축소된 상태입니다. 내년(2016년) 하반기는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브라질은 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 LA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매뉴팩처(컴퍼니)쪽에 길은 있습니다. 유럽은 별로 안 좋습니다.


[조 회장]코라는 어떻습니까.
[김형련]지난해보다 괜찮을 거라 예상했는데 10~11월 반짝 좋다가 현재는 주춤한 상태입니다. 이집트, 터키, 이란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코라의 강세가 동유럽인데, 크림반도 정세불안 이후로 크게 부진했습니다. 내년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현재 다소 회복국면입니다. 남아공의 경우 환율이 70%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집트와 터키도 환율 때문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시 내년(2016년) 하반기 쯤 회복될 것으로 점쳐봅니다. 아시아는 베트남, 스리랑카, 홍콩, 중국 등을 중심으로 타 지역에 비해선 나은 편입니다.


[조영일]중동시장은 양호한가요? 품목도 소개해주시죠.
[김형련]코라는 주력이 ITY이고, 자카드, 아스테이트 쪽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터키 쪽 유력 업체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등 좋지 않았습니다. 두바이 빅바이어 N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있고요. 요즘 두바이는 이란, 이집트, 이라크 쪽과 활발한 편입니다.


[조영일]아무래도 차별화가 필요하겠죠? 내년 유망 품목은요.
[김형련]현재 이란, 이집트 쪽은 베이직 아이템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현지 공장들이 자꾸 생겨났기 때문이죠. 이집트ㆍ이란의 경우 베네치아(나염원단) 등 웬만한 것은 현지 공장에서 조달합니다. 따라서 고급 쪽으로 가야할 것으로 봅니다. 아스테이트, 자카드, 연사물, 강연물에 포커스를 맞춰야할 것 같습니다.

[이정민]다행이 한국도 환율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당 1200원까지도 갈 것으로 보는데 국내 수출에 다소 도움이 되겠죠.


[조회장]그나마 환율밖에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강연물에 강점을 갖고 있는 부건은 올해 어땠습니까.
[윤정환]코라와 마찬가지로 10~11월 반짝 괜찮았습니다. 12월 들어 대구지역에 재고가 늘고 가격도 폭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ITY 쪽이 그렇습니다. 강연물의 경우 업체들이 알아서 물량조절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100% 강연물만 합니다. 더블기계는 내수 쪽에 다양한 아이템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수요가 많이 줄었습니다.


[조영일]수출과 내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윤정환]수출이 더 많습니다. 강연물 더블 쪽은 베트남에 생산시설들이 늘면서 한국산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양상입니다. 결국 수출인데 값싼 베트남산이 범람하니까 힘듭니다. 우리 것보다 1kg에 800원 가량 싼데다 퀄리티가 높다는 느낌이다.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조영일]내년은 어떻게 봅니까?
[윤정환]팬시 아이템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노멀한 쪽은 더 이상 길이 없어 보입니다. 부건도 개발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점차 양이 줄고 있는 게 확실히 보입니다. ITY싱글스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대구 B섬유 등 몇 개 업체들이 문 닫았습니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넘쳐 균형을 잃어가는 양상입니다. 이를 알아차린 바이어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덤벼들고 업체들이 말려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식이면 내년도 심각합니다.


[조영일]삼일니트는 올해 장사를 잘했다고 들었습니다. 대박 소식이 들리던데요.
[참석자]원단을 없어서 못 판다는 소문이 나돌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유병헌]올해는 전년대비 많이 신장했습니다. 홀세일 물량을 줄이면서 벤더나 스토어 쪽을 강화했는데 안착한 모습입니다. 올해 시황이 나쁘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런 면에서 삼일은 올해 안정적으로 오더를 수주했구나 싶습니다. 이 페이스라면 내년에도 나름 선전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조영일]베트남 생산량이 많이 늘지 않았습니까.
[유병헌]베트남 쪽은 관여를 안해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케파 자체는 한국보다 훨씬 큽니다. 가공지 기준 월 1800~1900톤 가량 생산하고 있습니다. 화섬ㆍ방적사가 많고, 솔루션(봉제)도 100% 자체공장에서 5000만 달러가량 하고 있습니다.


[조영일]박 사장(진한무역)은 올해 고생 많이 하셨죠.
[박재하]진한은 레귤러만 주로 합니다. 서울에 사무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관리비도 만만치 않더군요. 올해는 생지 판매가 버거웠다는 느낌입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해 2개월 전 공장을 잠시 세워놓은 상태입니다. 우선 재고를 없애기 위해서죠. 내년에 재가동을 위해 재정비를 할 겁니다. 여러분 말씀처럼 물량조절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웃음)
[참석자]대구지역 T업체도 재고가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조영일]일송도 말씀해주십시오.
[이용원]대부분 환편 쪽인데 우리는 경편(트리코트)을 하고 있습니다. 트리코터의 경우 중국 기계가 뛰어납니다. 원단은 무늬가 안 들어간 바닥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3년 전부터 신발용 소재 위주의 더블라셀 설비로 바꿨는데, 현재 공장이 바삐 돌아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수출위주에서 내수도 좀 하고 있고요. 이런 결과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는 나아질 걸로 예상합니다. 수요는 꼭 의류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많더군요. 그쪽으로도 영업력을 키워 토목이나 산자 분야까지 확대하려고 합니다. 트리코트는 경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더블라셀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영일]K2 같은 데서도 신발에서만 6천억 하는 것 같습니다. 윤 사장은 올해 어떠했습니까. 내년 전략도 함께 말씀해주십시오.
[윤봉한]두원은 지금까지 1년에 100~150가지 아이템을 개발했습니다. 헌데 바이어와 매칭을 잘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전략을 바꿔 바어어와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적합한 아이템을 찾았는데 이게 적중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매출은 지난해보다 3배 정도 증가했습니다(일동 ‘와’ 함성. 박수). 내년엔 ZARA와 조인하게 돼 있습니다. 자라가 싱글스판에서 포르투갈 것을 8달러에 쓰고 있더군요. 한국이 3~6달러에 원단을 개발하면 거래하겠다는 겁니다. 내년 상반기 개발할 예정입니다. 부건이랑 3월 쯤 작품하나 만들어 ZARA를 공략하겠습니다(웃음). 연사물 강연물을 10년째 해왔는데 부건 사장님이 원사 분석능력과 기계 테크닉에서 탁월한 분인 것 같습니다.


[조영일]손 교수께서도 말씀해주십시오.
[손우진]올해는 시장과 아이템 다변화에 중점을 두면서 구조조정으로 가자고 계획했습니다. 구조조정이란 감원보다는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것입니다.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재도 면이나 TC 쪽으로 60~70% 늘렸습니다. 이를 새로운 시장에 접목시켜 오더로 연결시키고자 합니다. 패션 분야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그런 부분에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트리코트 직물, 다이마루 등 모두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시장 탓을 하는 분들께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학계에 몸담은 입장에서 한 말씀 드릴까 합니다. ITY 하시는 분들께 “지난 10년 동안 개발한 게 있느냐”고 물으면 “없다”고들 합니다. 시장 다변화도 마찬가지고요. 늘 같은 시장에 머무르고, 남의 오더 들어가고…. 위기감이 증폭되자 모 업체에서는 이제야 개발 좀 하겠다더군요. 이렇게 가다간 니트 분야도 최악의 경우 내년에 70%는 구조조정이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는 것처럼 R&D로 차별화, 시장 개척 등 교과서적인 것이 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영일]이스턴상사는 올해 선전하셨죠?
[이형래]앞에서 좋은 얘기 많이 하셨으니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올해 회사의 매출은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보호복 시장 규모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국내 원단을 사용하는 업체는 거의 없습니다. 개발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이스턴은 외형은 적지만 올해부터 난연재 개발에 집중해왔습니다.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성과 있는 분야에 접목시키려 합니다. 이를 위해 거래선도 다양화했습니다. 새해는 보호-방호복 원단 업체들이 적은데다 신제품 개발로 차별화를 기했기 때문에 올해보다 훨씬 나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中과 차별화ㆍ바이어용 ‘미들스트림 온오프라인’ 구축 등
섬수조, 국내 생산 살리기 진력…정부 지원도 강력 요청

[조영일]이제 민 회장께서 말씀해주실 차례입니다 올해 성광의 포멀 수출 현황은 어땠습니까. 내년 전망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민은기]먼저 니트직물수출협회에서 초대해줘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앞에 여러분께서 좋은 얘기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화섬 직물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화섬 직물은 현재 중동시장에 밀집돼 있습니다. 화이트 블랙 쪽은 화섬직물과 경기가 일치됩니다. 우리 회사(성광)의 경우도 11월까지 중동시장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12월 엄청 빠졌습니다. 6월까지 라마단 끝나고 하지가 시작돼 이후부터는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안나가더군요. 바이어 자신들도 잘 모르고, 우리는 우리대로 바이어들이 정기적으로 사주니까…. 또 재고가 쌓이니까(가격이 하락하고) 12월엔 갑자기 예전과 너무 차이가 날 정도였습니다. 분석해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영일]뭐던가요? 말씀해주시죠.
[민은기]우선 중국 영향이 컸습니다. 2013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공급량이 늘면서 누적 되다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중국 공장 가동률도 오히려 우리보다 나쁜데, 중국도 예측을 못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유가가 35달러까지 떨어졌잖습니까. 이러다보니 사우디는 재정악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장 새해 1월까지도 회복 조짐이 안보이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중동 불안입니다. IS, 예맨 민주화 등과 관련 정세불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예멘에 참전하고 있죠. 사우디 노동 현장엔 예멘 사람들이 많은데 재정이 안좋다보니 일을 못하게 합니다. 사우디가 주력인데 말이죠. 이런 이유들로 갑자기 안 좋아진 겁니다. 우리는 12월부터 나빠졌지만 이미 이 같은 악재들이 쌓여서 터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얼마 전 J염직의 경우 공장을 세웠습니다. 임가공 위주로 했는데 원청업체가 철수를 하니까. 암튼 상당히 어렵습니다. 오늘 아침도 섬유수출입조합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1월부터 도대체 숫자가 안 나와 고민이었습니다. 화섬직물 경기는 이정도로 하고 다음 얘기로 돌리겠습니다.


(민은기 회장은 이날 한국섬유수출입조합에서 작성한 한-중 FTA자료를 전달하고, 새해 사업계획, 수출입조합이 산업부와 간담회를 통해 논의한 현안 및 업계의 건의를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최대 이슈로 국내산업 활성화를 들며 국내생산 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내년에는 고급소재, 범용소재, 융복합섬유, 산업용 소재를 중심으로 수출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과 함께 역점사업으로 중국 제품과의 차별화 전략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 해외 바이어들에게 한국의 미들스트림(직물산업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쇼룸 설치와 가칭 K-Texitle.net의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민 회장 통해 산업부에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 임금 조정 등을 건의했다. 이에 민 회장은 그동안 이 같은 현황을 누차 강건했지만 부처 간 이해가 엇갈려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이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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