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FTA)

무책임과 무기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치권이 도덕성 마저 임계점을 넘어섰다.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서 불거진 총선용 선심성 예산규모가 가히 천문학적규모다. 여야를 불문하고 4000여건의 쪽지예산이 난무해 SOC와 사회복지분야에 무려 9000억 가까이 늘어났다. 여야지도부와 실세들은 국민혈세를 자기 지역구에 돌리느라 온갖쇼를 동원했다. 이 때문에 국방과 경제성장용 연구개발, 국민안전예산이 쪼그라들었다. 내년 우리나라 전체 섬유 패션산업정부지원 예산이 400억원에도 못미친 점과 비교하면 분통 터질 일이다. 국회의원이 지역민의 표만 의식했지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는 얌체짓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은 정치권을 관전하는데 아예 흥미를 잃었다. 여당의 독주도 볼썽사납지만 야당의 지리멸렬 분열정치에 체념 상태에 빠져들었다. 엊그제 문재인 대표가 “국민은 민주당의 집안싸움에 진절머리를 낸다”며 “좌고우면 않고 자기 길을 가겠다”고 비주류에 선전포고를 했다. 나름대로 하고싶은 말이겠지만 상당수 국민이 진절머리 낸 것은 선거패배에 책임지지않는 문대표에 실망한 점을 알아야 한다.

한ㆍ중 섬유 FTA 득실 계산 오래해야

말을 바꾸어 우여곡절을 거듭하던 한ㆍ중 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돼 연내 발효가 가시화되고 있다. 농산물을 비롯한 피해업종이 있지만 전체적인 국익을 위해서는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한국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이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섬유패션은 극소수이지만 발효즉시 고주파ㆍ의료기기 등 958개 품목, 연간 873달러 규모의 관세가 철폐된다. 10년내와 20년내 관세 철폐품목도 각각 5846개와 748개 품목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대로만 되면 한ㆍ중 FTA발효 1년뒤에 양국교역이 27억달러 증가하고 10년간 실질 국내 총생산(GDP)이 1%가까이 늘어나 5만3000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천재일우의 호재를 국회가 그동안 뒷다리를 잡고 비준을 미뤄온데 대한 원망과 분노마저 저버릴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그대로 이행될지는 더 두고봐야한다.
모두가 공인하듯 중국은 제조업이 가장강한 세계의 공장이다. 규모경쟁에 이어 품질경쟁력도 한국 턱밑에 와있거나 이미 앞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섬유부문 한ㆍ중 FTA를 봐도 우리가 결코 낙관할 수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가격경쟁력이 한국산을 덮치고 있고 품질까지 앞선 품목이 급증하고있다.
사실 한ㆍ중 FTA를 통한 섬유부문의 득실은 당장 큰 변화가 없다. 초민감품목은 아예 양허에서 제외했고 민감품목은 짧아야 5년, 거의 10년. 20년 분할로 관세 철폐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한ㆍ중 FTA가 시행되고 안되고를 떠나 근본적인 우리 섬유패션제품의 경쟁력이다. 우선 중국산 의류와 원사, 직물 등 많은 품목은 FTA와 무관하게 한국시장에 봇물처럼 들어오고 있다. 대부분 기본 관세 8%를 부담하고도 한국산보다 훨씬 가격이 싸 FTA 발효와 무관하게 국내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정본품의 품질이 우리보다 떨어진 것도 아니다. 최신 첨단설비 투자가 활발했던 중국산 섬유류품질은 오히려 한국을 능가하는 품목도 많아졌다. 대량생산체제에 아직은 한국 임금의 절반 또는 3분의 1수준의 경쟁력은 우리업계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지만 FTA는 우리제품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소지도 크다. 지금과같이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1조원 중 일부는 섬유산업에 지원할 팔요가 있다.
13억 광활한 중국시장을 공략하기위해서는 결국 차별화 전략뿐이다. 중국산 섬유류 수입을 줄이고 국산섬유류 중국 수출을 늘리는 길은 차별화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대표적인 의류패션제품을 국내 산업이 이미 공동화됐기 때문에 중국산의 범람은 계속 이어질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고임금과 인력난이 심화된 우리현실에서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중ㆍ대형 봉제공장을 만들 수없는 것이다.
화섬 역시 중국산의 1개 화섬사 생산량이 한국 전체 메이커 생산량보다 많은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산 DTY에 이어 FDY까지 국내시장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FTA가 되고 안되고 간에 상관없이 우리 화섬업계가 이런 상태에서는 태풍 속에 편주(片舟)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은 화섬설비가 연중직방의 대량생산 체제이고 한국은 칩방사 체제란 점을 활용해 차별화로 나가야 한다. 연중직방을 대량생산의 장점이 있지만 차별화는 어려운 양면성을 활용해야한다.
직물도 화섬직물은 중국산 생지가 이미 저가로 한국시장을 장악했다. 우리의 주종인 치폰직물마저 중국에게 뺏겼다. 대구산지가 지금처럼 투자하지 않는 상태에서 FTA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 ITMA에서 선보인 쯔타코마산 에어젯트 RPM이 2005에 달한 신기종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생산성에서 이길 재간이 없다. 여기에 한국이 앞선 사가공과 후가공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로 승부해야한다.
중국 진출에 청신호가 되고 있는 한류열풍의 패션제품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중국시장이 만만한곳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 도전했지만 이랜드를 비롯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 롯데, 신세계 백화점 같은 기라성 같은 유통업체들이 모두 손들고 나왔다. 국산 패션브랜드를 키우고 제조에 치중하되 중국에서의 유통은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산의 한국 수입봇물을 막고 중국수출을 늘리는 전략은 차별화밖에 없다. 차별화는 저절로 이루워지는 요술이 아니다. 투자해야한다.
한ㆍ중 FTA 발효를 앞두고 땅을 치며 통탄할 일은 개성공단 제품의 역외가공 문제다. 당초 한ㆍ중 양국정부의 협상과정에서 개성공단제품의 역외가공 인정으로 가장 큰 수혜가 개성공단 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부문에 역점을 두고 홍보해왔다.

역외가공 원산지 협상 보완해야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니 역외가공은 한국산과 동일하게 관세철폐 기준을 적용한 것일뿐 원산지규정까지 ‘메이드인 코리아’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말았다. 현재 우리 내수시장에서는 원부자재의 50%이상이 한국산이면 개성공단 제품을 ‘메이드인 코리아’로 인정한 것처럼 향후 FTA가 발효되면 중국수출도 그렇게 될 것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믿어왔다. 따라서 개성공단 제품의 중국 수출이 허용되고 관세율도 한국산과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원산지는 ‘DPRK’로 표기해야 한다. 이렇게 됐을 때 과연 원산지를 북한으로 표기하는 개성공단 제품이 중국에서 한류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처음 협산팀들이 이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중국정부를 설득해 개성공단 제품을 우리나라처럼 원부자재가 한국산이란 점을 내세워 원산지를 ‘메이드인 코리아’로 표기하도록 설득했어야 했다. 늦었지만 앞으로 발효를 앞두고 또는 발효 후에 이문제를 정부차원에서 재협상하는 노력을 적극 경주해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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