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싶은 회사’와 ‘가고 싶은 취업생’ 눈높이 달라 ‘미스매치’ 기현상

업종따라 인력부족 8~20% ‘생산성 저하’ 불보듯
불황에 인기 시들…3D인식 근무여건 열악도 요인
외국인 고용쿼터 확대도 방법 뿌리산업 육성해야
‘융복합 미래 신성장 산업’ 향한 발걸음은 긍정적

섬유업계 취업박람회 모습. 회사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으나, 취업생들은 실업상태가 지속되면서도 섬유업체에 입사를 주저해 구인-구직 간 '미스매치'가 이어지고 있다.

“광고를 내도 연락이 뜸하네요”
최근 대구지역에 있는 중소 의류 생산ㆍ판매업체 S사 간부의 푸념섞인 하소연이다.
이 업체는 신문, 온라인취업사이트를 통해 지난 8~9월 구인광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 뽑아 놓았더니 얼마 못가 퇴사했다고 전했다.
대구의 또 다른 중소업체 N사의 총무부장은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1명을 뽑은 뒤 최근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시켰는데 중도 퇴사해버렸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그는 “참 좋은 제도인데 ‘티오’가 없어 활용할 방법이 없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엔 취업생 부모의 눈높이가 하차시킨 케이스다.
역시 대구에 있는 중소 B사의 인사 담당자는 “입사 2개월 된 신입사원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에게 '대학 나왔으니 중소 섬유업체보다는 더 큰 회사에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종용해 그만 뒀다”며 황당해 했다.
그런가 하면 예비 취업생들이 회사를 몰라줘 자존심이 상한 회사도 있다.
경기도 안산 소재 H사는 회사 경영실적이나 처우ㆍ비전을 보더라도 어느 기업에도 꿀리지 않을 수준인데 입사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
섬유업계의 인력수급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청년실업률이 국가적 고민임에도 특정 업종에 취업하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아 이처럼 구직-구인 간 ‘미스매치’의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섬유ㆍ패션업계에서 두드러진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 섬산련이 최근 공동으로 내놓은 ‘섬유ㆍ패션산업 인력수급조사 및 실태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섬유ㆍ의복 관련 취업건수는 8569명으로 전년대비 11.1% 감소했다. 신규 구인 인원은 전년대비 20.9% 감소한 2만 9445명을 나타냈고, 신규 구직 건수는 3만 1663명으로 2.5% 줄었다. 침체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불황형’ 인력수급 데이터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장을 들여다보면 ‘불황’ 외에도 구인층 사이에서 섬유봉제 업종의 매력이 예전만 못해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것도 분명하다.
이는 근로시간ㆍ임금 등에서 상대적 열악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4년 기준 섬유제품 제조인력의 월 근로일수는 평균 22.4일(201.8시간)로 일반 제조업 21.4일(187.7시간)보다 많다. 임금 역시 2013년 기준 전체 제조업 평균 월 급여액 308만 1000원에 비해 섬유ㆍ패션업종은 215만 9000원으로 7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봉제ㆍ의복 제조업의 경우는 190만 1000원 수준으로 더 낮다.
올해 상반기 상용 근로자 5인 이상 섬유ㆍ패션 사업체의 경우 구인 인원은 3467명인데 비해 채용 인원은 2752명으로 인력 부족률이 2.9%에 달했다.
재단ㆍ재봉 기능 종사 분야는 인력 부족률이 4.2%로 더 심각하다.
업종 범위를 확대해 보면 편조원단 및 편조제품제조업(18.93%: 이하 인력 부족률), 봉제의복제조업(8.36%) 등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 의류 제조업체중 17.4% 가량이 업체당 평균 3명의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자료의 내용이다.
정부는 2013년 9월 24일 경제 관계 장관회의에서 인력유입이 안돼 섬유산업의 생태계 기반이 와해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섬유업종을 인력양성이 필요한 4대 전략산업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섬유산업 회생 지원과 함께 국내 소비재의 대중 명품화를 이끌어 갈 패션 디자인ㆍ봉제인력을 2017년까지 2100명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 두고 볼 일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간간히 들려오는 부도ㆍ횡령소식도 구인ㆍ구직 양쪽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섬유업계 인력난은 업계의 실적악화 장기화와 함께 노동집약적 이미지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많다.
업계에 오래 몸담은 고위 간부는 인력난과 관련 “섬유ㆍ패션산업이 부활해 옛 명성을 되찾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면서도 “섬유 업종이 여전히 깔려있는 3D업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소재의 신성장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ITC(정보통신기술) 등 이업종과의 융합으로 제3 소재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은 인력난 해결을 포함, 여러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염색업계의 한 CEO는 “불법취업 양산, 내국인 취업기회 잠식 등을 들어 고용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현재 외국인 고용쿼터를 확대해 인력난 해결은 물론 뿌리산업인 섬유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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