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춥고 배고픈 시점인 지난 60대초반, 세계에서 가장 빈곤국가인 우리나라 민가에는 빈대ㆍ벼룩이 창궐했다. 당시 청년기업인으로 한국경제 발전의 선봉장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이념에서 빼놓을 수없는 빈대일화가 유명하다. 정회장은 빈대를 피해 마루평상 위에서 잠을 청하며 바닥에 세수대야 여러개에 물을 채워 빈대가 올라오다 물에 빠져 죽도록 대비했다. 잠결에 빈대의 공세가 워낙 심해 눈을 뜬 정회장은 빈대의 지혜와 저돌성에 깜짝 놀랐다.
빈대들이 세수대야의 물을 피해 천장에서 직접 낙하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를 본 정회장은 당장 직원들에게 “미물인 빈대도 살기위해 목숨을 던져 천장에서 낙하해 목적을 달성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해서 안되는 일이 있느냐”며 채근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전력투구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정회장의 좌우명은 지금 이시대 기업인들이 새겨야할 천금 같은 경영지침이다.

압축성장 한강의 기적에 안주할 때 아니다.

때마침 지난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15 섬유패션CEO포럼’에서 특별강연을한 한국경제 연구원장이 정주영 회장의 벼룩일화를 소개해 참석자들이 각오를 새롭게 했다. 섬유패션업계의 수장(首長)이자 글로벌 섬유패션기업인의 상징인 성기학회장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의 특강을 비롯 훌륭한 강사진들이 위기극복의 지혜를 전수해 참석자들 모두 꿈과 용기를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돌이켜 보면 지난 60년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빈곤국가가 가장 빠른 압축성장으로 경제대국이된 것에 너무 안주하며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할 수없다. 땀과 눈물로 이루워낸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면 미래에 대응하는 경영전략이 지금 우리 섬유패션업계 CEO들이 갖춰야할 전략이자 당면과제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과정은 숫자에서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지난 61년 국민 1인당 GDP는 82달러로 필리핀의 267달러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장충체육관과 광화문에 있는 미국대사관 건물, 문화부 건물을 필리핀과 앙골라 정부가 지원해 건립했다. 남의 원조로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 8200달러로 폭증하는 한강의 기적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상품수출은 61년 4100만 달러가 전부였다. 53년이 지난 작년 우리나라 수출은 5731억 달러로 무려 1만 4000배가 늘었다. 기대수명은 1960년 당시 55세에 불과 했지만 작년 기준 82세로 27년이 증가했다. 진학률 또한 1970년 고교진학률이 29.3%이고 대학 진학률이 9.0%에 불과했다. 작년기준 고교진학률이 99.7%, 대졸 진학률이 70.9%로 각각 3.4배와 7.9배가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 7위이고 세계 7번째로 20/50 클럽에 가입했으며 올해는 가물가물하지만 2011년 이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248개국 중 238개국에 수출시장을 구축했고, 조선,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많은 품목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분명한 것은 이모든 고도성장의 젖줄은 섬유수출로 벌어들인 3000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가 마중물이돼 이루워진 쾌거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불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훌륭한 국가지도자의 탁월한 영도력과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씨 같은 훌륭한 기업인이 견인차가 돼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고 참여해준 국민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을 수밖에 없고 한국을 벤치마킹한 수많은 후발국들의 따라하기에 성장의 끈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또 우리 내부적으로도 구조적인 문제가 여기저기서 돌출해 잠재성장률의 급속한 둔화를 보이고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압축성장의 기록과 정비례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ㆍ고령화의 암초가 강하게 드리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의 경직성과 과잉복지ㆍ청년실업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잠재성장률이 7%이상에서 20년만에 3.34%로 감소된 것이다. 올해는 수출침체와 메르스사태 등으로 성장률이 2.4%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1.4%로 급감할 것으로 한국 경제연구원이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지표를 기준으로 볼때 우리가 속해있는 섬유패션산업도 결코 녹록지 않은 환경을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년 상반기를 기준해도 섬유수출은 전년보다 6.6.%가 감소했고 내수매출 또한 9.4%나 줄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환경이 침체되고 세월호, 메르스사태 등 예기치 않은 악재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섬유패션산업이 겪고있는 상황은 타업종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잘나가는 조선ㆍ철강ㆍ화학 분야가 급속히 냉각돼 초상집이고 반도체ㆍ휴대폰을 제외한 전자 산업은 고립무원의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섬유패션업계는 스트림간 고도화된 생산기반과 노우하우를 갖고있고 비록 TPP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세계 52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호재를 안고 있다. 더구나 13억 중국시장을 겨냥한 한ㆍ중 FTA가 연내 국회비준을 예고하고 있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돼있다.
비록 중국경제가 다소 침체돼 우리에게도 타격이 있지만 이미 세계 최대소비시장으로 등장한 중국을 이웃에 두고 있는 것은 현재일우의 호기로 평가할 수 있다. 메르스사태로 요우커 방문이 끊기면서 국내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점을 감안해도 무궁무진한 시장이 중국이다. 더구나 중국은 뭐니뭐니해도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류열풍이 강한 곳이다. 우리의 섬유소재와 패션브랜드가 진출하기에는 세계 어느곳보다 유리한 곳이다.
여기에 한ㆍ중 FTA가 발효되면 개성공단 제품의 역외가공이 인정돼 패션제품의 중국 수출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패션브랜드를 잘 개발해 접목하면 세계 최고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개성공단 제품의 중국 수출이 일취월장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한ㆍ중 FTA가 무조건 한국산 섬유제품에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치않아도 첨단설비로 무장한 중국산 소재의 규모경쟁을 통한 무차별 반입으로 국내 산업이 초토화된 품목이 여러개이다. 한ㆍ중 FTA가 발효되면 더욱 국내시장의 중국산 천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섬유패션인의 도전정신 극복 못할 위기 없다.

그렇지만 중국이 하지 않는 품목의 차별화ㆍ특화전략만 제대로 발휘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지난 4-5년간 국내섬유업체들이 뼈저리게 체험한 중국과 경쟁제품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슬기롭게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가까이 뿌리 깊은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 인해 심하게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뿌리 채 뽑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련을 극복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중국시장이 희망이다. 증언부언 하지만 섬유패션산업의 생명력이 고래심줄처럼 강한저력을 우리업계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이번 CEO포럼에서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강조한 성기학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평창에서 열린 ‘섬유패션CEO포럼’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전제 아래 위기극복의 지혜를 배우는데 크기 일조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새삼 소개한 한국경제의 전설이자 상징인 정주영 회장의 ‘빈대 이론’을 되새기며 어떤 경우도 극복 못할 위기는 없다는 값진 교훈을 섬유패션CEO들이 절감하고 강한신념을 공유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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